[Opinion] 나의 '최애 큐레이터'를 소개합니다! [미술/전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큐레이터는 누구인가요?
글 입력 2024.03.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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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최근에 본 가장 인상적인 전시는 무엇이었나요?"


자타공인 '미술애호가'인 여러분이 살면서 꼭 한 번씩은 들어본 질문일 것입니다. 큐레이터학을 전공한 저에게는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이 더 추가되곤 합니다.

 

"당신이 가장 동경하는 큐레이터는 누구인가요?"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답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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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최애 큐레이터'는 프랑스 출신의 큐레이터이자 비평가 니콜라 부리오(Nicola Bouriaud, 1965년생)입니다. 사실 '모두의 최애'라고 할 만큼 현 시점 가장 인기 있는 큐레이터입니다만, 깊은 동경을 담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가 처음 부리오를 알게 된 건, 파리 여행을 계획하던 중이었습니다. 첫 파리 여행을 앞두고 에펠탑을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를 찾다가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를 발견했습니다. 우연한 기회로 이곳이 현대미술을 선두하는 기관이자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이는 예술 센터임을 알게 되었고, 창립자가 큐레이터라는 사실이 신선해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학기 수업에서 부리오를 또 한 번 만났습니다. 기관의 창립자 혹은 큐레이터가 아닌 '관계미학'을 주창한 미술이론가로 그를 공부했습니다. 관계미학은 어려운 현대미술이론 가운데 유일하게 공감할 수 있는 이론이었으며 뒤따르는 작가와 작품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부리오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니콜라 부리오에 대하여


 

'플래시 아트(Flash Art)' 매거진의 파리 통신원으로 처음 이름을 알린 그는, 파리의 센 강변에 팔레 드 도쿄를 설립하고 공동창립자 제롬 상스(Jerom Sans, 1960년생)와 함께 약 7년 간 공동디렉터로서 기관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큐레이터로서의 능력을 인정 받은 부리오는 런던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대형 전시를 기획하기 시작합니다. 테이트 브리튼(영국 국립 박물관 네트워크 '테이트'의 산하 기관)에 소속되어 테이트 트리엔날레 《알터모던(Altermodern)》(2009)전을 성공적으로 기획하고 타이페이 비엔날레(2014), 이스탄불 비엔날레(2019) 등 굵직한 비엔날레를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오는 9월, 30주년을 맞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2024)의 예술감독을 맡아 거대한 예술 축제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부리오는 큐레이터 뿐만 아니라 비평가, 이론가로도 저명한 현대미술계 주요 인사입니다. 초창기 기획전 《트래픽(Traffic)》(1996)에서 부리오는 '관계의 미학'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미술에 도입했습니다. 이후 동명의 저서를 출간하고, 꾸준히 이론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여느 미술이론이 그렇듯 결코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관계미학은 난해한 현대미술 작품을 미술로 납득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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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미학이 설명하는 현대미술


 

우리는 전시장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 즉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욕구를 갖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작품은 작가가 본 것 혹은 생각한 것이 시각적으로 표현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대미술은 주제, 매체에 구애받지 않고 기존의 경계를 허문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의 해석법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부리오는 이 '의미 형성'의 단계를 작가와 작품 사이가 아닌, 작품과 관람객 사이로 옮겨 현대미술을 설명합니다. 그는 작품이 관람객과 상호작용할 때 비로소 의미를 정립하고, 이로 인해 작품의 가치가 부여된다고 봅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은 각자 다른 느낌과 생각을 갖고 작품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교류합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관람객은 그들만의 유대감을 갖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사람과 사람, 혹은 사람과 사회 간의 또 다른 관계를 형성합니다. 이렇듯 관계미학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며 새로운 관계 맺기를 유도하는 작품을 현대미술이라 규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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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중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개인전 《WE》(2023, 리움미술관)를 기억하시나요? 엽기적인 작품 세계로 이 시대 가장 논쟁적인 작가로 이름난 카텔란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바로 관계미학입니다.

 

카텔란의 대표작 〈코미디언(Comedian)〉(2019)은 흰 벽에 회색 테이프로 바나나를 붙여둔 작품으로, '이런 것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나'라는 근본적인 의문과 함께 대중의 비난을 샀습니다. 실제로 2019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는 한 퍼포먼스 아티스트가 이 바나나를 떼어 먹는 에피소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후 작품 가격이 더욱 올라 화제를 모았습니다. 조롱을 담아 바나나를 먹어치우는 행위와 작품을 두고 벌이는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논쟁, 이 모든 것이 작품으로부터 파생된 '사건'입니다. 즉, 〈코미디언(Comedian)〉(2019)은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 데 완전히 성공했고, 이에 아트페어의 많은 컬렉터들은 1억 4000만원의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니콜라 부리오의 전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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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관계미학은 현대미술을 설명하는 중요한 방법론이자 니콜라 부리오의 큐레이터십을 뒷받침하는 견고한 철학입니다. 그의 가장 최근 기획인 《행성B: 기후변화와 새로운 숭고함》(2022)에서 관계미학은 기후변화 및 인류세(Anthropocene)로 확장되었습니다. 부리오는 전시를 통해 현대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기후변화를 논하고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세대인 '인류세'의 개념을 짚어냈습니다.

 

다가오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모두의 울림》(2024)에서도 기후변화, 탈식민주의, 지구 미래 등 전인류 차원의 문제를 다룰 것이라 예고했습니다. 한국 고유의 음악 예술인 판소리와 전지구적 사회 문제가 어떻게 연결 지을 것인지, 그리고 작품들은 '무엇'과 '어떻게' 관계 맺을지 살펴보는 것이 주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니콜라 부리오는 자신의 전시가 '하나의 이미지'로 귀결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작품, 공간, 메시지 등 제각각의 구성 요소가 모여 하나의 시각적 형체를 만들어낸다고 믿습니다. 부리오가 한국에서 진행하는 첫 전시에서, '전시'라는 총체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지 직접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나아가 미술계를 종횡무진하며 새로운 담론을 생성해내는 니콜라 부리오의 행보에도 주목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 그의 기획을 좇다 보면, 함께 트랜드의 선두에 선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지도 모릅니다.

 

그의 통찰과 사고를 동경하며.

 

 

[김예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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