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춘이가 말아주는 막걸리는 꽤 시큰하다. [영화]

글 입력 2024.03.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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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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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막걸리와 페르시아어


 

이 생뚱맞은 조합의 영화<막걸리가 알려줄거야>(김다민, 2024)는 우리에게 귀엽고 엉뚱한 아이디어와 현실적인 사회의 경계에서 질문을 던진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으로 가는 지름길은 좋은 교육이다. 어떤 것이 좋은 교육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우선 많이 경험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물론 입시와 관련되어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동춘이는 영어, 일본어, 수학, 논술, 태권도, 창의과학, 페르시아어 등등 일주일이 꽉 차도록 수업을 듣는다. 어린아이답지 않은 무기력한 표정 속에는 왜라는 질문이 들어서 있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해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가족, 선생님들 아무도 동춘이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을 주지 못했고 우연히 발견한 막걸리의 기포소리가 마음 깊은 곳의 질문에 답변을 들려주었다. 그것도 페르시아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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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좋아?


 

동춘은 점점 질문을 잃어 가고 그저 멍~한 표정으로 있다.  엄마는 동춘에게 학원을 줄여도 된다고 하지만 줄여봤자다. 하기 싫지도, 좋지도 않은 멍~한 표정으로 동춘은 "지금이 좋아..."라고 한다.


그런 동춘은 막걸리의 푱푱 기포소리 모스부호를 해석하고 페르시아어를 번역하며 인생 처음으로 낙을 알게 됐다. '왜? 막걸리 소리를 들어야 해?'가 아니라 그냥 듣게 되고 소리를 기다리게 되었다. 처음으로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 생긴 것이다.

 

동춘은 막걸리의 속삭임에 따라 귀엽고 진지한 일탈을 시작한다. 로또를 사고 당첨금으로 막걸리를 만들면서 점점 부모님을 그늘 바깥으로 나가게 된다. 무기력한 "지금이 좋아..."에서 생기로 변하게 된 어느 순간부터 동춘의 눈은 빛나기 시작한다.

 

늘 바른길을 친절하게 인도해 주는 엄마, 아빠에게서 벗어나 조금은 무섭고 힘든 동춘만의 길을 걷게 된 그때, 동춘은 진짜 “지금이 좋아!”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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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라는 고민


 

동춘이 열심히 막걸리를 만들고 소통하던 중 엄마는 숨겨진 막걸리를 발견하고 싱크대에 쏟아붓는다. 동춘에게는 처음 마음을 터놓은 친구를 잃은 느낌일 것이고 엄마는 알 리가 없다. 엄마는 동춘의 마음을 모르고 동춘은 엄마의 마음을 모른다. 항상 왜라고 질문하던 동춘이 엄마에게 왜라는 질문을 받자 말문이 턱 막힌다.

 

그때 동춘은 처음 엄마를 조금 이해했을지 모른다. 이 귀엽고 치열했던 여정을 하나하나 설명할 수는 없고 이해를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봉 6천만원 엄마의 산후우울증 또한 동춘이 이해할 수 없고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고 엄마, 선생님, 친구, 동춘 모두 자기의 생각에 따라 행동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중인 것이다. 이는 어른과 아이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기에 우리 모두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왜라는 질문에 대해 소통해야 한다. 단순한 질문과 답일지라도 계속해서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답이 우주에 있을 지 모르고 동춘은 날아갔을지라도 우리는 당장 우주로 찾아갈 수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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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알려줄 거야


 

영화 속에는 동춘의 시선에 따라 다양한 어른의 모습들이 등장한다. 동춘은 항상 상냥하고 열심인 엄마, 친절하고 바쁜 아빠와 늘 어려운 말을 하는 선생님들 그리고 어디선가 필요한 순간 등장하는 아저씨까지.


관객은 동춘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줄 어른을 찾았지만 동춘은 그들에게 그렇게 큰 관심이 있는 것 같지 않다. 깨달음을 줄 어른의 형태는 뜬금없이 ‘막걸리’로 표현된다.  동춘은 언젠가 문득 직접 만들고 소통했던 막걸리가 동춘이의 자아였음을 깨닫게 될 것이고 이후에도 상상할 수 없는 어떠한 형태로 무언가를 깨닫게 될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막걸리로 시작한 동춘이의 먼 여정은 어떤 어른으로 발효될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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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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