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토마스 스트로넨 - Time Is A Blind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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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연초, ECM(Edition of Contemporary Music) 고유의 서정적이고 회화적인 음악을 접해볼 수 있는 공연이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 찾아왔다.
포스터에서 먼저 접할 수 있었던 ECM 고유의 철학과 분위기는 자연 풍경 사진 혹은 현대미술과 같은 이미지가 담긴 음반커버 아트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음악적 감성을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 흔적이 엿보였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자리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사뭇 긴장감이 들었다. 다른 음악 공연과는 다르게 즉흥적인 요소가 더욱 짙다는 특성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ECM은 음반 레이블 그 이상의 상징성을 가지며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는 모토로 세상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담아왔다고 한다.
공연장의 정적은 깊어질수록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It’s not song but sound.” 본격적으로 연주가 시작되기 전 토마스 스트로넨은 말했다. 우리가 지금 연주하는 것은 곡이 아닌 사운드라고 말이다.
피아노-바이올린-첼로-베이스-드럼으로 이루어진 5인조 편성으로 마치 영화 음악의 사운드트랙 같은 현대적인 감성의, 흡사 클래식 음악 같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이들의 정체성은 꼭 특정 장르의 틀 안에서 정형화되지 않았다. 마치 이 음악이 재즈냐, 클래식이냐의 구분조차 무의미했다.
오직 의미가 있는 것은 이들의 회화적이고 영화적인 음악을 비로소 공연장에서 그 미세한 떨림까지 들어야만 온전히 체험이 된다는 것이었다.
특히 여러 악기 중에서도 낡은 베이스 줄에 시선이 갔다.
연주자의 손가락으로 쉴새없이 두드리고 뜯으며 생성되는 긴박함과 때때로 유연한 소리는 마치 그림을 그리는 모습과 같았다. 마치 광활한 공연장이라는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 묻은 붓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며 뿌리고 날선 나이프로 긁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침내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한편의 추상화와 같은 회화 작품을 감상하고 나온듯 했다. 또한 한국인 사진작가로는 유일하게 ECM 음반 커버를 작업한 안웅철의 사진을 음악과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이는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시청각적 요소로 가득한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 또한 각자가 ECM 공연의 한 요소로 어우러져 ‘토마스 스트로넨 - Time Is A Blind Guide’의 작품 세계를 흠뻑 향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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