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떠난 사람이 남은 사람에게 불러주는 노래

퀸 ‘Face It Alone’, 비틀즈 ‘Now And Then’, 오아시스 ‘Don’t Stop…’
글 입력 2024.01.1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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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밴드를 좋아하다 보면 그 밴드의 전성기가 지난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고, 애초에 활동이 중단된 경우나 이미 세상을 떠난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것은 덕질에도 통용되는지, 가끔 기적적으로 신곡이 던져지곤 한다.


뒤늦게 알려지는 미공개 곡들은 대체로 우연히 묻혀 있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왜인지 이미 떠난 아티스트들이 미래에 남겨진 우릴 위해 묵혀두었던 곡 같아서 괜히 곱씹게 된다. 마치 몇 년 후에야 우편을 전해준다는 느린 우체통에서 편지를 받은 것처럼,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떠난 사람이 남은 사람에게, 퀸 ‘Face It Alone’



2022년 가을, 갑자기 퀸(Queen)의 미공개곡이 하나 나왔다. 아직 세상이 듣지 못한 퀸의 목소리가 남아 있었다.

 

 


 

 

When something so near and dear to life explodes inside

You feel your soul is set on fire

When something so deep and so far and wide falls down beside

Your cries can be heard so loud and clear

이토록 가깝고 소중한 것이 안에서부터 망가지면

영혼에 불이 붙은 듯한 고통이 느껴지고

이토록 깊고 먼, 너른 것이 스러져내리면

너무도 크고 분명한 울음소리가 퍼져나가지


(…)

When the moon, when the moon has lost its glow You have to face it all alone

저 달이 빛을 잃고 달빛이 사그라들면 넌 홀로 세상을 마주해야 해

 

 

위로라고 하면 내가 당신의 옆에 영원히 함께하며 힘이 되어주겠다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를 텐데 이 노래는 정반대를 말한다. 결국 당신은 소중한 것을 잃을 것이고 결국 당신은 혼자 남을 것이라 반복한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들어본다면 알겠지만, 혹은 이 노래는 모르더라도 퀸의 노래가 항상 어떤지 안다면 예상하겠지만, 이 노래는 절대 차가운 노래가 아니다. 누구나 결국 혼자가 되어야 한다는 불가피한 운명을 겪을 날 대신해 본인이 더 가슴 아파하는 노래다.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세상을 떠나고 거의 30년이 흘러서야 이 노래가 세상에 나왔다는 게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에게 노래로 사랑의 힘을 전하던, 누군가에게 달빛이었을 프레디 머큐리가, 달빛이 사그라든 후 남겨질 상대의 삶을 이야기한다. 마치 자신이 떠난 후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그와 그의 노래를 아끼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할 말이 있다는 듯이.


퀸은 현재 베이시스트 존 디콘은 음악 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는 여전히 공연을 한다. 

 

 

 

남은 사람이 떠난 사람에게, 비틀즈 ‘Now And Then’



2023년 겨울에는 비틀즈(The Beatles)의 신곡이 나왔다. 보컬 존 레논의 사후, 완성되어 있지 않던 곡을 남은 베이시스트 폴 매카트니,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 드러머 링고 스타가 완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찮아 계속해 미뤄지다가 조지 해리슨까지 세상을 떠난 후에야, 기술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곡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And now and then if we must start again

Well we will know for sure, that I will love you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우리가 처음부터 다시 헤쳐 나가야 한다면

우린 분명 알고 있겠지, 난 널 사랑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Now and then I miss you

Oh now and then I want you to be there for me

Always to return to me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네가 보고 싶어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네가 내 곁에 있으면 좋겠어

언제나 내 곁으로 돌아와 줘

 

 

앞서 소개한 퀸의 노래는 프레디 머큐리가 남은 우리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진다면, 이 노래는 반대로 느껴진다. 이 곡을 완성하기 위한 남은 멤버들의 노력을 알기 때문인지, 마치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가 떠나간 두 멤버에게 하는 말 같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는 연주하고 작업하는 현재의 나이 든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 그리고 영원히 늙지 않을 젊은 모습의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 더하여 그들과 함께라면 언제라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젊은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가 모두 등장해 함께 연주하고 장난친다.


가사처럼, ‘그때도 그리고 지금도 네가 보고 싶’고 ‘언제나 내 곁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것은 폴과 링고뿐만 아니라 비틀즈를 사랑하던 모든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비틀즈가 지금 살아있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비틀즈가 살아 숨 쉬던 그때 그 시절로 내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기도 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오아시스 ‘Don’t Stop…’



2020년 봄, 오아시스(Oasis)의 메인 작곡가 노엘 갤러거가 청소 도중 우연히 발견했다는 데모 곡을 공개했다. 이 곡은 위의 두 곡과는 약간 다르다. 앞의 두 밴드와 비교하자면 아주 어린 밴드에 해당하는 오아시스는, 모든 멤버들이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음악 활동도 각자 왕성히 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밴드로서 만날 수 있는 날이 다시 오리라는 상상이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함께 소개한다.

 

 

 

 

From time to time, though we're whole worlds apart

You will still hold a groove in my heart

From time to time, we will fall side by side

You'll still have that look in your eye

가끔씩, 우리의 세계가 갈라서더라도

너와 내 심장은 계속해서 함께 뛸 거야

또 가끔은, 우리가 나란히 추락하겠지만

네 눈빛은 변하지 않겠지


Don’t stop being happy, Don’t stop your clapping, Don’t stop your laughing

Take a piece of life, It’s alright to hold back the night

기뻐하는 걸 멈추지 마, 박수를 멈추지 마, 웃음을 멈추지 마

삶의 한 조각을 맛보고 하룻밤은 간직해도 좋아 

 


이 노래는 가사의 첫 줄부터 작별 인사다. ‘잘 있어라 내 친구여, 나는 이제 떠난다(Bye bye my friend, I’m leaving)’. 그래도 슬픈 작별은 아니다. 각자의 길을 가게 됐을 뿐 계속해서 당신을 응원하고 행복하길 바람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멀리서도 같은 박동으로 뛰는 심장을 가진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현재 노엘 갤러거와 보컬 리암 갤러거는 각각 솔로로, 베이시스트 앤디 벨은 밴드 라이드(Ride)로, 기타리스트 겜 아처는 노엘의 세션으로 활동 중이다. 뿔뿔이 흩어진 멤버들, 그리고 점점 달라지는 음악 색깔에 덩달아 떨어져 나가는 팬들이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다(Don’t Stop…). 지금 보이는 발자국은 내 것 하나일지라도 저기서 다른 사람들도 나와 함께 걷고 있음을 안다. 기대하고, 실망하고, 설레면서 서로를 멀리서나마 응원하며 계속 걷다 보면 언젠가는 또 내 발자국 옆에 다른 발자국이 찍힌다.

 

 

 

김지수_아트인사이트컬쳐리스트.jpg

 

 

[김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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