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대를 넘는 메시지 - 뮤지컬 '렌트'

지금까지 나를 지탱한 것도 사랑, 앞으로 날 지탱할 것도 사랑.
글 입력 2024.01.12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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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뮤지컬 렌트의 작사, 작곡, 연출을 담당한 조너선 라슨은 그 가치를 “사랑”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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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는 방황하고 시대에 저항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등장인물 각각의 상황과 특징이 넘버에 담겨 진행되기 때문에 다른 뮤지컬에 비해 이야기가 끊기고 연결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만, 각 캐릭터의 서사와 그 서사가 가리키는 공통적인 메세지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 이 뮤지컬의 매력이다.


렌트를 보기 전, 영화 ‘틱틱붐’을 통해 렌트가 어떤 배경으로 탄생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뮤지컬 틱틱붐은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 작품으로 여러차례 워크숍이 이루어졌지만, 그의 사망으로 5년 후에 무대에 오르게 된다. 영화 틱틱붐은 뮤지컬의 내용과 그 배경을 설명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넘나든다.


영화에는 1900년대 후반 미국의 상황이 담겨 있다. 조너선 라슨의 주변인들은 에이즈에 걸리고, 주거 환경은 엉망이다. 이는 뮤지컬 렌트에서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에이즈 발병자로 나오는 것과 주요 인물들이 집세를 내지 않겠다고 노래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Cages or wings 새장과 날개

Which do you prefer 어느 쪽을 택하겠어?

(중략)

Why should we blaze a trail 왜 우리는 새 길을 내야 할까?

When the well worn path seems safe and so inviting 더 안전하고 익숙한 길이 있는데


틱틱붐의 주제곡 중 하나인 ‘Louder Than Words’의 가사이다. 이는 브로드웨이에서 흥하는 작품과 그렇지 않은 독특한 작품 사이에서 갈등하는, 곧 서른 살이라는 분기점을 바라보는 조너선 라슨 본인을 향한 질문이다. 그는 결국 안전하고 익숙한 새장 대신 날개를 택해 기존 뮤지컬의 틀에서 벗어나는 렌트를 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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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을 에이즈로 잃고 방 안에 틀어박힌 로저와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미. 세상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내는 모린과 인권 변호사 조앤. 여장남자 엔젤과 컴퓨터 시대의 철학을 가르치는 콜린. 이들의 각자의 특수성으로 인해 헤어지고, 다투고, 병으로 인해 고군분투하며 마냥 낭만적이기만 한 사랑을 보여주진 않지만, 서로가 서로를 버티게 한다.


한 발짝 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이들을 바라보는 마크는 마치 공연을 보는 관객 같기도 하다. 물질적인 것을 쫓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라질까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게 스며들어 친구들과 함께 사랑을 외친다.


52만 5600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재요 인생의 시간

그것은 사랑 


가사를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멜로디가 있을 것이다. 렌트의 ‘Seasons of Love’ 중 일부로 1년의 세월이 소중하고 귀하다는 내용을 담은 만큼 졸업식 같은 곳에서 흔히 들린다. 사실 렌트를 보기 며칠 전까지 이 노래가 뮤지컬 넘버인지도 모르고 렌트에 나오는지도 몰랐지만, 뮤지컬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절부터 이 노래를 공연장에서 듣게 된 날까지 오랜 세월이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각기 다른 소수자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한데 모여 부르는 이 넘버는 세상 그 어떤 사람의 손도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듯하다. 지금까지 나를 지탱한 것도 사랑, 앞으로 날 지탱할 것도 사랑.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사랑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공연을 보는 내내 삶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하루하루의 사랑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오늘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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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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