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인생 그리고 상드와의 이야기 - 쇼팽, 블루노트 [공연]

글 입력 2023.12.2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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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편지콘서트_쇼팽 블루노트_포스터.jpg

 

 

천재적인 피아노 실력으로 제 2의 모차르트이자 낭만시대에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렸던 쇼팽. 그의 생애 특히, 조르주 상드와의 인연을 클래식과 연극으로 풀어나가는 공연이 있다.

 

바로, ‘쇼팽, 블루노트’이다. 산울림 편지콘서트의 기획 중 하나인 공연은 줄곧 당대를 놀라게 했던 불멸의 음악가의 삶과 음악을 클래식 라이브 연주와 연극을 결합한 공연으로 재조명한다. 이번 2023년 해는 ‘쇼팽’을 주제로 했다. 39살, 짧은 생애를 살다갔지만 그가 남긴 업적은 강렬했다. 그가 떠난 지는 벌써 약 200여 년이 넘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음악가 중 하나이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쇼팽, 블루노트’ 공연은 쇼팽의 음악을 넘어 그의 인생을 다루었다. 이는 필자가 주로 예술가를 볼 때마다 ‘그들의 생애는 과연 어땠을까?’, ‘어떠한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며 살아왔을까?’ 등에 대해 생각해보는 맥락과도 이어졌다. 천재적인 예술가라 칭송받는 사람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삶에 더욱 관심이 갔기 때문이었다. 이는 줄곧 필자가 아트인사이트에서 예술가의 인생을 다루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공연은 쇼팽 역을 맡은 배우 ‘류영빈’과 조르주 상드(이자 해설가) 역을 맡은 배우 ‘이다해’ 그리고, 연극의 흐름에 맞게 쇼팽의 음악을 피아니스트 ‘쿠프카 피오트르’가 연주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피아노 연주곡은 총 9개 곡이었다.


 

1. Polonaise Op.40 No.1 in A Major 'Military'

2. Waltz No.9 in A flat Major Op. posth. 69-1 'Farewell'

3. Etude in c minor Op.10 No.12’(Revolution)

4. Waltz No.4 in F flat Major Op.34 no.3

5. Ballade No.3 in A flat Major, Op.47 

6. Prelude in D flat Major Op.28, No.15 'Raindrop'

7. Nocturnes No.20 in c sharp minor, Op. posth.

8. Mazurka in a minor Op.17 No.4 

9. Nocturnes Op.9 No.2 in E flat Major

 


연주자 피오트르 쿠프카.jpg

 

 

‘쇼팽, 블루노트’를 통해 본 쇼팽은 지극히 내향적이고 섬세하며, 낯가림이 심했지만 피아노를 통해서 만큼은 자신의 감정과 표현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이를테면, 쇼팽의 첫사랑 일화에서도 볼 수 있다. 학창 시절 콘스탄차라는 동급생을 좋아했지만 소극적인 성격 탓에 자신의 첫사랑에게 적극적인 무언가는 없는 채로 끝나버린 사랑 일화가 말이다.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앞둔 당시 쇼팽은 폴란드에서 한 고별 무대를 열었는데 콘스탄차를 초대해 그녀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한 것이 큰 표현이었다고 한다.

 

나중에 듣기로는 쇼팽은 자신의 인생을 총 통틀어 연주회를 30여 번 정도 밖에 하지 않았다고 한다. 쇼팽의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은 호의적이었고 극찬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는 극심한 무대공포증과 불안으로 연주회에 자신없어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이 점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러하기 때문에 쇼팽만의 음악적 가치가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성격의 쇼팽이 자신이 좋아하는 여인을 위한 곡을 무대 위에 연주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그의 입장에서 볼 때는 큰 호감의 표현이지 않았나 싶다. (공연에서 쇼팽이 '그녀를 위한 곡'을 만든다며 미소짓는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콘스탄차는 알 길이 없었고 결국 쇼팽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콘스탄차는 자신이 쇼팽의 첫사랑이라는 것을 쇼팽 사후의 전기를 보고 알았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했지만, 그가 그 무렵 연주한 ‘Waltz No.9 in A flat Major Op. posth. 69-1('Farewell')을 들으면 무언가 마음 한 편이 아려오면서도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쇼팽의 얼굴과 모습이 그려질 것만 같다.


한편, 쇼팽이 유학을 할 당시 폴란드에는 바르샤바 혁명으로 전쟁이 시작되었다. 유학을 했던 쇼팽은 다시 조국으로 돌아오려고 했으나 주변의 만류로 돌아가지 못한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과 죄책감으로 바꾸게 했다. 할 수 없이 쇼팽은 전장에서 함께 싸우진 못하지만  피아노 연주곡으로서라도 맞서 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위대한 곡을 작곡하게 된다.


이 때 만든 곡이 바로, ‘Etude in c minor Op.10 No.12’(Revolution)‘. 쇼팽의 ’혁명‘이다. 빠르게 하행하고 상행하는 멜로디의 선율이 인상적인 곡이다. 공연에서는 쇼팽이 절규하듯 대사를 던지고 바로 이어 ’혁명‘을 연주한다. 숨죽이듯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며 필자 또한 그 당시의 분위기와 상황을 온전히 이해할 순 없겠지만 전쟁으론 인한 참혹한 현실과 어찌할 수 없는 한 인간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마음들이 선율에서 느껴졌다.


*

 

극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관계성은 쇼팽과 조르주 상드와의 관계이다. 둘의 관계성은 마치 물과 불. 혹은, N극과 S극 같았다. 서로 살아가는 방식이나 사고방식, 행동 등이 달랐다. 요즘 알려져 있는 MBTI 성격유형으로 말하자면, 쇼팽은 내향(I)에 상드는 외향(E)에 가까웠다. 쇼팽은 피아노로 줄곧 시간을 보냈다면 상드는 집에까지 사람들을 불러 초대하고 파티를 열 정도로 사교적인 사람이었다. 사실, 공연에서도 상드가 쇼팽에게 먼저 호기심을 가졌고 좋아해 먼저 다가간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도 상드의 고백으로 쇼팽과 연인관계가 되었다고 한다. 상드는 그의 음악 또한 좋아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푸른색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것은 공연의 제목 ‘블루노트’라고 붙인 것과도 이어진다.


그렇다면, 쇼팽이 본 상드의 첫인상을 어땠을까. 쇼팽은 상드를 처음에는 굉장히 싫어했다고 한다. 공연에서는 직설적인 대사가 나오지 않았지만 쇼팽은 그녀의 외적인 모습을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 어쩌면, 상드가 기존 여성들과는 독특한 차별점이 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 기존 여성들의 관습이나 행동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추구한 여성이라 차림 또한 치마나 드레스가 아닌 바지를 즐겨 입었고 신사처럼 정장을 입곤 했기 때문이다. 즉, 쇼팽의 첫사랑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반대의 이미지였다. 그렇다면, 쇼팽은 어떻게 상드와 연인관계가 되었냐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처음에는 상드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점차 마음의 문을 열었고 나중에는 좋아하게 되었다. 이후에 알려지기로는 둘은 9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지냈다고 한다.


한편, 쇼팽은 결핵으로 인해서 몸 건강이 꽤나 좋지 않았다. 상드는 그런 쇼팽을 위해 병간호와 요양을 했고, 마요르카 섬에서 함께 살며 돌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쇼팽이 머물던 집이 추위에 약해서 건강 악화는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특히, 공연에서도 대사했듯 쇼팽을 여러 의사가 진단하면서 쇼팽의 결핵 상태가 심각해진 것을 직설적으로 얘기하기도 했다. 거의 ‘이미 죽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쇼팽은 피아노로 평생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이었고, 상드는 말과 글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던 사람이었다. 둘은 다투기도 많이 다투었지만 그럼에도 오랜 시간동안 관계를 이어갔던 사이였다. (이 때, 공연장에서는 둘의 다툼과 결핵으로 아픈 쇼팽 등 불안한 심정을 조명의 깜빡이는 빛으로 표현하는데 조명 빛의 디테일함으로 인물의 감정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드의 딸 결혼 문제로 인해 둘은 영원히 갈라서게 된다. 이후에도 결핵으로 인한 건강 악화는 심해졌고 결국 39세의 나이로 삶을 마감한다.

 

 

무대사진 (3).JPG

 

  

상드와 쇼팽이 다투는 장면의 대사에서 상드는 ‘당신은 피아노로 밖에 말하지 않잖아요!’라고 한 말이 떠오른다. 쇼팽은 말 수가 없고 소극적인 성격과 허약한 체질 탓에 무언가 적극적으로 하기 보다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말로보다는 피아노로 우회해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서로의 방식에서는 각자가 노력한 방법일지 모르지만 서로에게는 통하지 않는 방법처럼 보여 보는 내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래서, 괜히 만약 쇼팽이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에 건강한 체질이었더라면 또 그 만큼 다른 음악들이 나왔을 거라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쇼팽은 쇼팽이기에 그의 음악과 인생을 존경한다. 아픈 와중에도 피아노를 항상 가지고 다니며 작곡을 이어나갔던 쇼팽의 투지와 열정은 그 어떤 적극성과도 비할 수 없으니 말이다.

 

‘쇼팽, 블루노트’를 보며, 쇼팽에 대해서 참으로 깊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삶을 통해 음악을 다시 볼 수 있어 값진 경험이기도 했다. 이번 공연으로 음악가로서의 쇼팽과 한 인간으로서의 쇼팽을 알 수 있어서 뜻깊었다.


한편, 공연은 이번 달 말까지 진행한다. 깊어져 가는 겨울, 쇼팽을 사랑하고 기억하고 싶다면 이번 공연을 추천한다!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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