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마음만큼은 당신에게 닿을 수 있겠죠

글 입력 2023.12.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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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전하지 못할 테지만, 어떻게든 닿을 수 있는 그대에게

 

그대에게 진지하게 마음을 전하는 것은 꽤 오랜만인 거 같네요. 그간 잘 지냈나요? 그간 잘 지켜봤나요? 당신이 그동안 지켜봤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당신이 떠난 이후로 꽤나 많이 성장했답니다. 이제는 당신과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나이가 되었거든요.

 

그간 마음속으로 삼켰던 말들을 당신에게 전할까 합니다. 늘 지켜보고 있을 당신일테니, 이 글도 잘 지켜봐주길 바랍니다.

 

그대가 떠나고 저는 힘든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힘들었지만 힘들어할 수 없는 시간들을 보냈지요. 그대는 밉게도 갑작스레 떠나고, 저는 저를 지켜주던 사람들을 이제는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대에게 서간문을 쓰고자 했지만, 무슨 말을 전해야 할까요.

 

내 안부를 먼저 전하는 게 낫겠죠? 저는 당신이 떠난 후 그대를 추억할 틈도 없이 열심히 살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대가 두고 간 사람들은 너무나도 연약하여, 제가 연약해질 수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독서실 구석에서 숨죽여 울며 그대를 추억했고, 그대를 추억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심히 살며 그대를 가슴속에 묻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렇게 저는 원하는 바를 이뤘고, 하고 싶은 바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문득 찾아갔을 때 저의 이야기를 다 들었나요? 그랬다면 드문드문 저의 이야기들을 알 수 있겠네요.

 

당신에게 그저 아기이던 저는 어느새 어리지 않은 나이가 되었네요. 내 기억 속 당신은 더 이상 늙지 않겠지만, 그대는 제가 늙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겠네요. 제가 당신의 나이가 된다면 그때는 당신을 더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한동안은 당신을 참 원망했습니다. 왜 그렇게 자신의 몸을 챙기지 않았는지, 왜 아픈 것에 무뎠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저를 원망할 수밖에 없더군요. 왜 당신을 그렇게 내버려 두었을까, 당신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왜 외면했을까. 당신이 다른 것이 아닌 우리에게 의지할 수 있게 했더라면, 우리도 당신을 의지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 생각 해보면 당신은 함께이면서도 꽤나 외로운 시간을 보냈겠네요. 미안해요. 이제서야 그대를 이해해서.

 

저는 요새 일을 하고 있어요. 취직까진 아니고, 복학하기 전까지 돈 모을 겸 일하고 있답니다. 그러니 더 그대가 떠오르더군요. 매일 퇴근길, 그 지친 몸을 이끌고도 집에 오면 환영해 주지 않았던 내가 얼마나 미우셨나요. 그렇게 퇴근하고 술 한 잔 기울일 때 면박만 하던 우리는 왜 그래야 했을까요.

 

저는 군대도 전역하고, 일도 하며 당신이 떠난 이후로 꽤나 성장했답니다. 운동을 시작해서 몸집도 키우고 있는데 생각만큼 잘되지 않더군요. 당신이 작은 키를 물려줬으니 어쩔 수 없죠.

 

내년에는 복학을 해서 학교생활을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 유감스럽게도 아직 제대로 된 캠퍼스 생활을 즐기지 못했거든요. 그리고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으고, 나중에는 호주로 교환학생까지 갈 생각이랍니다. 당신이 못 본 사이 저 꽤나 어른스러워졌나요? 그대가 떠난 이후로 어리광을 부릴 곳이 없어 그런가 보네요.

 

더 이상 투정을 부리기엔 저도, 주변인들도 벅찬 상황이었거든요.

 

항상 마음속에 깊숙이, 그대를 품고 살고 있습니다.

 

서간문 덕분에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을 했네요. 그대에게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고, 시시콜콜한 일상 얘기도 전해주고 싶었어요. 저는 어디서든 사랑받는 사람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자만처럼 보이지만 그게 사실인걸요. 이게 다 그대가 사랑으로 키워서 그런 거겠죠?

 

당신과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 말을 나누고 싶었는데, 저도 당신을 닮았는지 술을 꽤나 좋아하더라고요.

 

너무 급히 떠나버린 당신에게 하지 못했던 말이 있어요. 평소에는 낯간지러워서, 마지막에는 너무 급히 떠나버려서 하지 못했던.

 

사랑해요. 당신을 미워한 적은 있어도, 그대가 싫었던 적은 없었어요. 당신이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았기에, 떠나버린 후 이 말이 가슴속에 얼마나 응어리졌는지 몰라요.

 

이만 줄일게요. 앞으로 더 열심히 살 건데. 꼭 지켜봐줘요. 그리고 힘들 땐 목놓아 울음을 터트릴 거에요. 슬며시 와서 저의 등을 토닥여 주세요.

 

어떻게 소리쳐도 당신에겐 들리지 않겠지만, 마음만큼은 당신에게 닿을 수 있겠죠.

 

 

[윤호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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