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림 읽는 법 - 파리1대학 교양미술 수업

그림 읽는 법을 읽어주는 사람
글 입력 2023.12.0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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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읽는 법_표지.jpg

 

 

미술관을 좋아한다. 미술은 어렵지만 미술관은 어렵지 않아서 다니다 보니 알게 모르게 정보가 쌓였다.

 

취향이 대중없어서 어디에 특화된 지식은 하나 없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주워 모은 이야기들만 있지만, 약간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는 정도, 아는 척을 할 수 있지만 안다고 말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작품이나 작가는 낯설지 않다. 미술관에 문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익숙하게 느껴질 작품이 대거 등장한다.

 

누구의 무엇인지 몰라도 지금까지도 오마주나 패러디로 소비되어서 눈에 익은 작품들이 등장하고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일화가 나온다, '그림 입문서'라는 타이틀을 붙여도 될 정도로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게 진행된다.

 

예를 들어 Class 3에서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소개한 다음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 호의 뗏목'을 언급한다. 구도의 유사성, 둘 사이의 친분 등 덜 알려진 비슷한 작품과 함께 배경지식을 건네고 그다음엔 작품 설명을 덧붙인다.

 

Class 9은 자코메티, Class 10은 프랜시스 베이컨인데 둘 사이에 공통점이 있는지도 모르고 읽다가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삶과 죽음과 고통을 주제로 두 사람을 같은 카테고리에 묶을 수 있구나! 하고 새롭게 배우기도 한다. 읽는 내내 물 흐르는 듯 정보가 들어온다.

 

목차는 시대순이지만 어디를 펼쳐서 시작하든 상관없다. 나는 좋아하는 작품과 작가를 찾아서 먼저 읽고 그다음에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내 마음에 들었던 건 Class 12와 14인데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당하기 쉬운 현대미술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를 정정해 주고 이유를 설명했기 때문에.

 

뒤샹의 샘은 말을 얹기 쉬운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런 화제성, 논란을 불러오는 발상의 전환을 몹시 좋아한다.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하지만, 나는 주파수가 맞아야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현대 미술만큼 매력적인 건 또 없다.

 

Class 8에서는 애니시 커푸어와 반타 블랙을 언급한다.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인터넷에서 몇 번 글이 올라온 적이 있는 이슈를 업계 사람의 시선에서 이야기한다. 이 책이 두 달만 빨리 나왔어도 피렌체 거리를 지나가다 애니시 카푸어 전시 포스터를 보며 친구한테 '저 사람 본인이 새카만 색 사용을 독점한다고 했다?'라는 밀도와 무게가 없는 말을 내뱉지 않을 수 있었을텐데... 반타 블랙 이후 빛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는 블랙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한다. 그중 어떤 블랙은 애니시 카푸어만 사용할 수 없다.

 

Class 5의 상징주의 화가 페르낭 크노프는 초면이었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아마 평생 관심 없이 지나쳤을 화가였을지도 모른다. 아무런 정보 없이 그림을 봤으면 코드를 읽지 못하고 시시하다고 지나쳤을 텐데 대표적인 키워드만 나열해도 염세주의적 미학의 반영, 내면의 세계, 의도적인 비밀스러움. 암시와 상징이 상상으로 끌고 간다. 의심의 여지 없이 취향의 범위다. 또 하나의 아는 척 거리가 적립되었다.


이 책은 꼭 알아야 할 현대 미술 아티스트 25인을 소개하며 끝이 난다. 이 지점에서 책이 주는 유려한 흐름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의 정체를 눈치챘다. 이 책, 말하자면 미술관 투어 가이드가 하는 말을 글로 풀어낸 것 같다. 수많은 작품과 화가 중 사람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것들을 모아 지루하지 않게 설명하고 마지막엔 본인이 알고 있는 팁을 전해주며 끝을 낸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교양 미술 수업이라니, 대학에서 미술 교양을 들었지만 이렇게 재미있지 않았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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