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요즘, 행복하신가요? 행복하시기를. :)

그 누구보다 빛나는 일 년을 보냈을 당신에게.
글 입력 2023.11.2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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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볼살을 스쳐 지나가는 11월 말. 한 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기에 적당한 날씨임이 틀림없음이다.


참으로 정신없이 흘러간 1년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끊임없이 나 자신을 의심하고 채찍질한 듯하다. 인정받기를 원했고, 욕먹지 않기를 원했으니 제 무덤 스스로 판 꼴이지만.


그래서, 지난 1년을 돌아봄에 나는 과연 행복했을까? 2023년의 끝자락, 글을 읽는 여러분의 한 해는 행복했는가? 후회는 없었는가? 무엇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가?


오늘은 단순명료하면서도 답하기 어려운 이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보고자 한다.

 

진정으로 후회 없는 시간을 보냈는가. 무엇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가. 과연 행복했는가.

 

 


진정으로 후회 없는 시간을 보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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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하면서도 조금 어처구니가 없기는 한 마음이다. 후회 없는 인간이 과연 얼마나 있다고. 매시간 매분 매초 저마다의 가치판단으로 행동한다. 이에 대한 결과는 오롯이 각자의 몫이다.


지나 돌이켜 보면 그 모든 순간을 후회했다. 매일 밤 '더 나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나약한 마음에 밤잠을 설쳤다. '이만하면 됐지'라는 비겁한 변명으로 현실을 회피하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그랬던 나를 후회했다. 낭창거리는 삶을 살며 휘어지더라도 다시금 본연의 형상으로 복귀하고자 다짐했던 게 연초의 목표였던 것 같은데.


사소한 타인의 눈짓, 비언어적 표현, 이런저런 피드백. 하루를 온전히 살고자 다짐했던 아침과 이를 해내지 못한 저녁. 극도로 내향적인 성격과 그럼에도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의 모순됨. 그 모든 순간 매번 부러지고 절뚝거리며, 접착제로 나라는 존재를 이어 붙여갔다고 생각된다.


칭찬은 '타인이 잘 바라보는 기준이 상향평준화 되었다'라는 압박감으로, 피드백은 '역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회의감으로. 어딘가 항상 두려운 시간이었다, 고 오늘 헤르만 헤세의 산문집 '밤의 사색'을 읽기 전까지 생각했다.


 

우리 각자는 현재의 시간 안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과제와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과제와 문제는 비록 일화적이고 또 지나가겠지만 우리에게는 전체 삶과 다름없다.

 

그리고 이 문제들은 ‘해결되려고’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은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고통이고, 고통은 우리를 힘들게 하려고 존재한다. 고통이 곧 삶이고, 기쁨과 가치는 오직 고통의 과정을 통해서만 체험할 수 있다.

 

지옥을 향해 가라.

 

지옥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 <밤의 사색>, 두려움 극복 中

 

 

모든 것들을 명징하게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해결되지 않는 것들을 해결하고자 발버둥 쳐댔으니, 후회만 남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순간순간 고통의 삶을 겪으며 작게나마 느꼈던 기쁨과, 이로부터 오는 가치를 너무나 미약하게 치부했음이다. 잠깐의 기쁨 후 다시 밀려드는 고통의 삶에 몸부림치며, 후회라는 허상의 감정의 크기를 키워갔음이다.

 

나는 지옥에 있다. 지옥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지옥을 극복하는 중이었다. 앞으로도 눈앞에는 지옥의 풍경만이 계속해서 펼쳐지겠지만 앞으로 극복의 과정에서 오는 짧고 작은 그러나 의미 있는 가치들을 찾고 보듬고자 한다.

 

진정으로 후회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그 속의 작지만 소중한 기쁨과 가치의 순간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고통과 후회의 세계 속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내면으로부터 키워가야 함을 깨닫는다.

 

 

 

무엇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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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 하셨어요?'

 

월요일 출근한 직장에서 가장 먼저 듣는 안부 인사. 다들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저마다의 경험과 추억들이 사무실을 수놓는다. 재즈 페스티벌, 전시회, 뮤지컬, 영화, 사랑하는 사람과의 데이트,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지게 쉬기, 스포츠 관람, 글쓰기, 가족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

 

모두가 어떠한 목적을 품은 채 시간을 보낸다고 항상 생각했다. 무엇인가 부러웠고, 공경스러웠으며 어딘가 멋졌다. 언제나 불안한 주말을 보냈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사회초년생의 알 수 없는 압박감과 업무처리에 대한 자기불신, 직전 연애의 끝으로 인한 여가 시간 활용의 공백 등. 뭐 이것저것 잡다한 이유로 온전히 쉰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쉬기는 해야겠는데 뭘 해야 하지?'

'지금 내가 쉬어도 되는 게 맞나?'

 

피로를 풀기 위한 낮잠은 지금의 나에게 있어 옳지 못하다고 여겼다. OTT 등을 통해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은 '지금 하는 것도 제대로 못 하는데'라는 생각에 막혔다.

 

생각의 끝에 도달한 결론은 일하기였고, 초반 두세 달은 꽤 만족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유 모를 답답함이 계속해서 누적되고 재밌게 시작한 일이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다.

 

분명 뭔가를 놓치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들 글을 쓰는 사람이든, 또는 집을 짓거나 시를 쓰든 간에 일하는 것 자체를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정한 시간의 휴식을 꼭 필요로 한다.

 

- <밤의 사색>, 무위의 기술 中

 

 

여유의 시간을 놓치고 있었다. 온전히 나를 위한 행동을 놓치고 있었다. 삶의 주체는 나인 것을 놓치고 있었다.

 

미뤄도 되는 일은 미뤄봤다. 생각 없이 드라마를 정주행 해봤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드라이브를 했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었으며,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 마시고 싶은 술을 마셨다. 주말에는 점점 일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필요하면 한다.)

 

그렇게, 다행스럽게 내가 놓친 것을 해가 지나기 전에 되찾을 수 있었다. 나를 위한 삶.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한 기쁨. 나 자신을 말이다. 적절한 휴식을 통해 일은 다시 재미있어졌으며, 업무 효율은 더 올라간 듯한다. (...아닌가? 뭐, 아무렴 어떤가. 지금이 더 좋다.)

 

 

 

과연 행복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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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나가 버린 날들의 추억을 되새기는 것은 그때의 쾌락을 곱씹는 일일 뿐 아니라 행복과 그리움과 낙원을 항상 새롭게 만끽하게 해준다.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많은 생기와 온기와 빛을 얻을 수 있는지 경험해 본 사람은 매일매일 새롭게 주어지는 일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그리고 아픔마저 담담히 받아들일 것이다.

 

아무리 큰 시련이 닥쳐도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살아내려 애쓸 것이다. 암울했던 날에 대한 기억도 아름답고 성스러운 추억임을 알기 때문이다.

 

- <밤의 사색>, 당신은 정말 행복한가 中

 

 

그렇기에 나의 지난 한 해는 돌고 돌아 끝에 이르러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내일은 또 아닐 수 있겠지만, 일단 지금은 그렇다. 나라는 중심을 지킬 것이다. 고통과 슬픔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내일도 모레도 다음 달도 내년도 행복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누구보다 빛나는 일 년을 보냈을 여러분들이, 그럴 수 있기를.

 

 

 

컬쳐리스트 최원영.jpg

 

 

[최원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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