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터넷은 의사가 아니었다 [운동/건강]

건강염려증에 대하여
글 입력 2023.11.1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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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력이 나쁘다. 렌즈나 안경 없이 외출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현대의 문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자나 깨나 눈 걱정을 하는 나는 친구에게서 루테인을 추천받아 먹어보기도 하고, 당근, 결명자차 등 눈에 좋다는 음식을 틈틈이 챙기며 혼자만의 유난을 떨기 일쑤였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친 걱정은 몸에도, 마음에도 좋지 않다는 것. 올여름, 나는 더위가 아닌 ‘이것’ 때문에 잠을 못 이루게 되는 밤이 많아졌다. 내 눈에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하게 된 것이다. 이름하여 ‘건강염려증’이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중학생 때부터 비문증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 왔다. 비문증이란 눈앞에 먼지 같은 부유물이 떠다니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러한 ‘먼지’들은 다양한 모양을 가진다. 누구에게는 점으로, 또 누구에게는 구불구불한 선으로 보인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무언가 휙휙 지나가는 것처럼 보여 ‘날파리증’이라는 별명마저 붙었을 정도다.


사실 비문증 그 자체가 심각한 병은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나이가 들며 찾아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눈 건강에 유의해야 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으며, 크기가 커지고 수가 많아지는 등의 다른 이상 증상이 동반된다면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시력이 좋지 않았던 나에게 비문증은 익숙한 존재였다. 하지만 해당 증상이 아예 신경 쓰이지 않는 건 아니었다. 보이지 않아야 할 것들이 보인다는 사실은 역시 꺼림칙했다. 흰 벽이나 화면을 응시할 때 그 존재는 더욱 뚜렷해졌고, 예상하지 못할 때 튀어나오는 탓에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였다. 그래서 ‘아, 나는 역시 눈이 나쁘구나!’라는 생각에 강박적으로 눈 관련 정보를 찾아보게 됐다.


그랬던 탓일까? 갑자기 비문증이 새로 생겨나자 나는 생각의 굴레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흐릿한 검은 점이 보였고, 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었다. 습관처럼 해당 현상을 검색하고, 네이버 지식인부터 해외 웹사이트까지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아침 눈을 뜨면 해당 현상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다, 인터넷에서 이런 댓글을 보고 나서야 겨우 그 행동을 멈출 수 있었다. 댓글의 내용은 이랬다. ‘인터넷을 의사로 삼지 마세요.’ 짤막하면서도 강렬한 말 덕분이었을까. 나는 비로소 내가 처한 상황을 더욱 객관적으로 살필 수 있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것 중 대다수는 다른 사람의 경험이었다. 나는 왜 내 증상을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 빗대어 진단하려고 했던 것일까?


생각보다는 행동이라고, 그 길로 집 근처 안과에 가서 안저 검사를 받았다. 안저 검사란. 동공을 키우는 약을 넣어 의사가 망막을 잘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다. 눈을 이리저리 움직여 가며 의사 선생님께서 망막을 잘 살펴보실 수 있도록 협조했고, 이후 10분간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는 정상이었다.


그때 나는, 아, 그게 정말인가요? 하고 되묻다시피 물었던 것 같다. 혹시 이상 현상이 생기시면 그때 다시 방문하시라며. 의사 선생님께서는 나를 쿨하게 내보내 주셨다. 그 단호하기까지 한 말씀 덕에 나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올 수 있었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문제가 하루아침에 종결이 되니 헛웃음마저 나올 정도였다.


짧은 해프닝이었지만, 인생을 가로지르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는 건 금물이라는 사실을.

 

나와 같은 건강염려증 환자들은 의외로 많았다. 심한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사의 말마저 무시하고 또 다른 병원, 또 다른 의사를 찾아가 과잉 진료를 받기까지 한다고 했다. 건강염려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건강’보다는 ‘염려’에 더 초점을 맞춰보자는 것이다. 너무나도 염려되는 일이 있을 때는, 내 마음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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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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