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강아지 신장 살리기 프로젝트 (feat. 피하수액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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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강아지는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만으로 13살, 14살이다. 어쩌면 더 먹었을 수도 있다.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다. 심장병으로 약을 먹은 지는 3년에서 4년 남짓 됐고, 그 사이 동안 추가된 약이 세 네 가지는 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에디슨, 인 수치를 낮게 해주는 각종 보조제까지…….
이주에 한번 동물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하니 한 달 새 신장 수치가 많이 튀었다.
지친 나날들, 조금이라도 버텨주기를 바라는 마음
Bun(신장 수치)가 40, 70, 130 세 자리까지 갔을 때는 기운도 없고 두 시간에 한 번씩 깨 낑낑 대기 일쑤였다. 보호자인 나도 힘들었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럴까 싶어 ‘너무 버티지 않아도 돼 억지로 안 그래도 된다’고 말했다가 ‘괜찮아, 괜찮다’고 말해줬다.
신생아 무게도 채 되지 않는 1.8kg의 강아지를 하루에도 수 십 번 안아들며 괜찮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게 내 옆에 두려는 이기심이자 욕심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언제 가도 좋으니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고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았다.
의사가 더 이상 피하수액을 미룰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강아지 피하수액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이도 저도 안될 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Bun(신장수치)가 40일 때 초장에 신장 관리와 모든 걸 잡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괜찮았다고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정말 해야 했다. 나 같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그것도 내 강아지에게 피하수액을 놓을 수 있을까? ‘살려면 해야 해’ 계속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워야 했다.
하루 종일 노견 케어 온라인 카페는 물론 블로그 카페를 몇 시간 동안 보며 주사 놓는 법을 보고, 어떤 수액, 어떤 주사기가 좋은지 서칭했다.
사실 찔리는 건 같은데,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뭐가 좋고, 몇 게이지 침이 좋은지 어떤 주사가 더 부드러운 압으로 들어가는지, 조금이라도 괜찮은 걸 해주고 싶었다.피하수액, 잠깐 따끔할게
동물병원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수십 번 머리로 피하수액을 놨다.
강아지 신부전증은 사람의 혈액에 녹아있는 물질과 비슷한 생리식염수를 주입하고, 오줌으로 독소를 배출하면서 효과를 본다고 한다. 피하에 주입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기도 하다.
알코올 솜으로 주사기를 닦고, 주사기로 수액을 뽑고 최대한 공기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하수액, 찌를 때는 따끔하지만 주입 후 흡수되고 나면 한결 편안해진다는 걸 알기에 주저않고 찔렀다.
나는 녀석에게 말했다.
‘잠깐 따끔할게’
다행히 녀석은 잘 견뎌주었다.
힘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건지 버티는 건지 모르겠다.
그 모습이 더 마음 아파 눈물이 났다. 이쯤 되면 밥도 잘 못 먹기 마련인데 다행히 신장 유동식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먹어 주고 있었다.
남은 시간들이 편안했으면 좋겠어
회사를 쉬며 반려견 딸기가 아픈 게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한다. 내가 직접 돌볼 수 있음에 하루하루 감사함을 느낀다.
함께 있는 시간 동안 몸이 점점 쇠약해지는 것을 느낄수록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음을 느낀다. 누군 내가 유난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며, 강아지에게 마음을 쏟냐고 말한다.
내겐 강아지가 가족이자, 자매이자 전부다.
하루는 강아지가 너무 울고 짖어 두 시간에 한 번씩 깨, 병원에 맡긴 적이 있었다. 내가 못 견디겠기에 병원에 간 것이다. 수액을 맞고 한결 나른해진 강아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자고 있었다.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동물병원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아이가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그러니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포기할 생각도 없었지만 순간 눈물이 핑 돌아서 차에서 오는 내내 울었다.
간병하는 이 순간이 힘에 부칠 때도 많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남은 시간들이 녀석에게 편안했으면 좋겠다.
[최아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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