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강아지 신장 살리기 프로젝트 (feat. 피하수액 도전기)

글 입력 2023.10.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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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접찍은 사진

 

 

필자의 강아지는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만으로 13살, 14살이다. 어쩌면 더 먹었을 수도 있다.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다. 심장병으로 약을 먹은 지는 3년에서 4년 남짓 됐고, 그 사이 동안 추가된 약이 세 네 가지는 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에디슨, 인 수치를 낮게 해주는 각종 보조제까지…….

 

이주에 한번 동물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하니 한 달 새 신장 수치가 많이 튀었다.

 

 

 

지친 나날들, 조금이라도 버텨주기를 바라는 마음


 

Bun(신장 수치)가 40, 70, 130 세 자리까지 갔을 때는 기운도 없고 두 시간에 한 번씩 깨 낑낑 대기 일쑤였다. 보호자인 나도 힘들었지만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럴까 싶어 ‘너무 버티지 않아도 돼 억지로 안 그래도 된다’고 말했다가 ‘괜찮아, 괜찮다’고 말해줬다.

 

신생아 무게도 채 되지 않는 1.8kg의 강아지를 하루에도 수 십 번 안아들며 괜찮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게 내 옆에 두려는 이기심이자 욕심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언제 가도 좋으니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고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았다.

 

의사가 더 이상 피하수액을 미룰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강아지 피하수액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이도 저도 안될 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Bun(신장수치)가 40일 때 초장에 신장 관리와 모든 걸 잡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괜찮았다고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정말 해야 했다. 나 같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그것도 내 강아지에게 피하수액을 놓을 수 있을까? ‘살려면 해야 해’ 계속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워야 했다.

 

하루 종일 노견 케어 온라인 카페는 물론 블로그 카페를 몇 시간 동안 보며 주사 놓는 법을 보고, 어떤 수액, 어떤 주사기가 좋은지 서칭했다.

사실 찔리는 건 같은데,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뭐가 좋고, 몇 게이지 침이 좋은지 어떤 주사가 더 부드러운 압으로 들어가는지, 조금이라도 괜찮은 걸 해주고 싶었다.

 

 

 

피하수액, 잠깐 따끔할게


 

동물병원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수십 번 머리로 피하수액을 놨다.

 

강아지 신부전증은 사람의 혈액에 녹아있는 물질과 비슷한 생리식염수를 주입하고, 오줌으로 독소를 배출하면서 효과를 본다고 한다. 피하에 주입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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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피하수액을 견디고 있는 모습

 

 

알코올 솜으로 주사기를 닦고, 주사기로 수액을 뽑고 최대한 공기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하수액, 찌를 때는 따끔하지만 주입 후 흡수되고 나면 한결 편안해진다는 걸 알기에 주저않고 찔렀다.

 

나는 녀석에게 말했다.
 

‘잠깐 따끔할게’

 

다행히 녀석은 잘 견뎌주었다.

힘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건지 버티는 건지 모르겠다.

그 모습이 더 마음 아파 눈물이 났다. 이쯤 되면 밥도 잘 못 먹기 마련인데 다행히 신장 유동식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먹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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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침+ 피하주사중

 

 

 

남은 시간들이 편안했으면 좋겠어


 

회사를 쉬며 반려견 딸기가 아픈 게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한다. 내가 직접 돌볼 수 있음에 하루하루 감사함을 느낀다.

함께 있는 시간 동안 몸이 점점 쇠약해지는 것을 느낄수록 시간이 얼마 안 남았음을 느낀다. 누군 내가 유난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며, 강아지에게 마음을 쏟냐고 말한다.

내겐 강아지가 가족이자, 자매이자 전부다.


하루는 강아지가 너무 울고 짖어 두 시간에 한 번씩 깨, 병원에 맡긴 적이 있었다. 내가 못 견디겠기에 병원에 간 것이다. 수액을 맞고 한결 나른해진 강아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자고 있었다.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동물병원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아이가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그러니 포기하지 말아달라고.

 

포기할 생각도 없었지만 순간 눈물이 핑 돌아서 차에서 오는 내내 울었다.

 

간병하는 이 순간이 힘에 부칠 때도 많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남은 시간들이 녀석에게 편안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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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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