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long as faith exists, it must be the truth: 믿음이 있는 한, 그것이 진실이다.

글 입력 2023.10.1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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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름, 파이 


 
<라이프 오브 파이>의 시작은 파이라는 끝없는 이름을 가진 소년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릴 때부터 종교와 믿음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파이는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믿는다.
 
동물원을 운영했던 그의 아버지 밑에서 자란 파이는 어릴 적 호랑이를 보고 싶어 했으나, 아버지는 어린 그에게 호랑이라는 존재의 무서움을 알려주기 위해 호랑이가 양을 사냥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여준다. 이후 그는 다시는 호랑이 리처드 파커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캐나다 이민을 위해 파이 가족이 탄 배는 침몰하게 되고 파이는 어릴 적 두려움의 존재였던 호랑이와 함께 구명정을 타며 유일한 생존자들로서 긴 여정을 시작한다.
 
리처드 파커를 길들이는 일은 쉽지 않았으나 파이는 그와 함께 식량을 찾고, 서로의 영역을 통해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가 오랜 시간 표류가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리처드 파커임에 틀림없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공격당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마지막 생존의 이유는 리처드 파커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였다.
 
파이는 파커를 보며 긴장했고, 그에게 자신의 삶에 의미를 두었기 때문이다. 이후 식인섬 존재를 알아채고 용기 내 떠난 파이는 다음 육지에서 구조되었다. 그가 흘리던 눈물은 삶의 의미였던 리처드 파커와 제대로 작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별이라는 마침표를 찍지 못한 허무함과 찢기는 듯한 고통은 어쩌면 인간이라는 동물만이 느끼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리처드 파커가 숲을 응시하며 바라본 것이 파이일지 우리는 추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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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파커의 진짜 이름


 
호랑이 이름이 리처드 파커 라는 사실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원래 호랑이의 이름은 “thirsty” 목마름이다. 동물원 서류 작업 중 주인 “리처드 파커”와 이름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문득 작가는 이름과 관련한 시시콜콜한 에피소드를 덧붙였는지 의문이 든다. 
 
호랑이가 관객들에게 조금 더 인간적으로 다가가길 원해서 였을까. 어린 리처드 파커는 형의 말을 듣고 예배당에서 성수를 훔쳐 마신다. 그러나 곧바로 신부님에 들킨다. 신부님은 어린 파이를 향해 “You must be thirsty”라고 그에게 이야기 한다. 너는 thirsty 였음에 틀림없구나. 
 
그의 생존이야기는 두 가지 선택지가 존재한다. 파이의 엄마, 파이, 선원, 주방장의 이야기와 인간이 아닌 동물들과 함께 한 파이의 이야기다. 캐나다로 떠나는 파이의 가족은 동물들과 배를 타게 된다, 화물선은 침몰하게 되고 파이가 탄 구명정에는 또 다른 생존자, “리처드 파커”가 있었다. 그가 탄 배에는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우탄도 있었으나 그들은 서로를 죽였고, 파이는 리처드 파커와 공존하게 된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내내 마주한 것은 동물들이었지만 진실은 알 수 없다. 신부님의 말처럼 파이는 thirsty였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두 이야기 중 무엇이 진실인가를 의논하는 것이 아니다. 
 
 
 
믿음이 있는 한, 그것이 진실이다.

 
생존 이야기를 듣기 위해 파이의 집에 찾아온 작가에게 파이는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which story is prefer? 이라고 묻는다. 작가는 그의 말에 animal story is the better. 이라고 응답한다. 글쓴이는 “true”가 아닌 “prefer”에 집중하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진실이 아닌 믿음으로부터 만들어진 선호가 아닐까 라는 고찰을 조심스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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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신앙에 대한 내용을 깊이 생각하게 되는 플롯을 지닌 영화인 만큼 이를 종교에 적용할 수 있다. 자신의 종교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많은 번뇌를 거쳤던 파이. 종교에 있어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 생각하게 된다. 종교는 옳고 그름으로 규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진다. 신의 존재도 결국 믿음 문제다. 그러나 종종 우리는 개인의 신념하에 누군가의 믿음을 잘못된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재단하려 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며 믿음이 있는 한, 그것이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파이와 작가, 그 누구도 정답을 제시하지 않았고, 맞추려 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종종 현실에서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치부되며 대다수가 원하는 그럴듯한 진실에 이야기를 끼워 맞추려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으로부터 시작된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파이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혹여 글쓴이와 비슷한 관점에서 믿음과 진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영화 <칠드런 액트>도 추천해본다.

 

글쓴이는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인간 본성과 생존의 의미 속 동물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반대로 다의적인 해석을 통해 동물과 인간의 공존이 진실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자신이 더 나은 것이라고 판단한 이야기가 당신에게 있어 진실된 이야기일 것이다.

 

따뜻했고, 감동적이었으며, 나의 믿음을 존중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파이가 thirsty라는 사실도 진실일 것이다.

 

 

[배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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