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를 이야기하는 영화에 관한 영화에 관한 이야기 [영화]

영화 <킴스 비디오> (2023)
글 입력 2023.10.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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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의 장면을 간직하다 #3 – 옛날 킴스 비디오와 지금의 킴스 비디오

 

 

[크기변환]포스터.jpg

  

 

김용만 씨는 과거 5만 5천 개의 유일무이한 영화 DVD 컬렉션에 7개의 매장을 보유했던 DVD 대여점 ‘킴스 비디오’의 주인이다. 그는 한 시네필의 끈질긴 요구 끝에 옛날 ‘킴스 비디오’의 가장 큰 지점이 입점해 있던 건물로 들어간다. 조금은 나이가 중후해진 킴과 과거의 킴, 오락실이 들어찬 내부와 과거 엄청난 DVD 아카이브 늘어서 있던 ‘킴스 비디오’ 내부의 모습이 교차 편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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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너무 사랑해서 느끼는 고통. 이것을 다룬 이야기는 잊을만 하면 나왔다. 아무래도 ‘창작’ 혹은 ‘제작’이 가능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쉬워서인지, 그런 영화는 대부분 카메라 뒤의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희한한 건, 영화 제작 과정이나 영화 자체를 소재로 하는 이런 ‘메타 영화’ 중 많은 작품이 과거 아날로그 현장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수백 명이 한 프로젝트에 매달리게 되는 영화 촬영 현장의 특성을 고려하면 분명 지금의 영화 현장도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을 것이고, 이를 소재로 한 영화도 분명 나올 때가 되었는데 말이다.

 

잊을만하면 다시 찾아오는 영화계의 위기가 다시 왔다. 영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과거의 ‘영화적 체험’, ‘영화 공동체’의 경험을 계속해서 현재로 끌어오려고 노력하는 영화가 많이 보이는 것으로 위기를 알 수 있다.

 

이런 영화들을 계속 보고 있다 보면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분명 영화라는 예술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감격하면서도, 영화 촬영 현장의 어수선함을 딛고 완성되는 예술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어야만 마침내 ‘영화 만들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인지, 그러니까 이런 메타 영화는 주기적으로 먹어야만 하는 영양제 같은 것인지 의문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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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과 'DVD'를 생각하면 위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비디오드롬>의 대표적 장면.

 

 

 

‘그냥’ 영화를 많이 보는 사람들의 분투기: 킴스 비디오


 

옛날 옛적 보물 상자와 같은 영화 컬렉션을 되찾기 위한 과정을 담은 영화 <킴스 비디오> 또한 영화를 계속해서 사랑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다만 여기서 특이한 점은, <킴스 비디오>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영화를 제작하던 사람도, 영화방을 운영하던 김용만 씨도 아닌, 그저 DVD를 빌려 보던 한 시네필이라는 것이다.

 

‘시네필’이라는 단어는 단순하게는 영화를 (조금 심하게 많이) 좋아하기만 할 뿐인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에 이 단어는 영화 애호 커뮤니티에서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가리키는 농담에서 많이 사용된다. 이 농담은 ‘영화를 제작하는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고 소비에 그치는 나는 결국 영화사에 스크래치라도 낼 용기조차도 없는 사람’이라는 자조와 자학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킴스 비디오>가 빛나는 지점이다.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더 나은 영화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과거를 끄집어내는 것의 의미


 

<킴스 비디오>가 개봉하고 영화 홍보를 위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용만 대표는 ‘디지털화를 시도했지만, 킴스 비디오 정도의 사업 규모로도 서버 구축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순 없었다’며 킴스 비디오 폐업의 이유에 관해 입을 열었다. 킴스 비디오의 폐업은 시대 변화에 따라 더 경제적으로 납득이 될 만한 선택을 하게 되는 비즈니스맨의 선택이었다.

 

인터넷 시대가 시작되며 이미 ‘사망한’ DVD 컬렉션을 부활시키는 것만으로는 사실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영화는 그래도 살아있다’, ‘여전히 미워할 수 없는 영화’는 말만으로는 과거의 추억을 재현하는 것의 당위성을 ‘시네필이 아닌 사람’에게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그래도 다시 영화로’ 류의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그런 재미를 나눌 수 없다는 점이 항상 아쉬웠다. <킴스 비디오>는 그런 재미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를 과감히 포기한다.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다.

 

‘킴스 비디오 되돌리기 프로젝트는’ 분명 정치적 접근과, 서류 작업과 관료제와 제법 많은 현찰이 필요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영화는 돌이킬 수 없는 절도를 저지르면서까지 ‘킴스 비디오’를 복구하려는 애정과 집착을 무작정 사람들의 얼굴에 들이밀어 보여준다. 이렇게까지 보여주는 열정의 규모와 끈질김에 사람들은 얼떨결에 킴스 비디오가 돌아와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이미 돌아와 버린 것을 되돌릴 순 없으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 했다가 안 되면 훔쳐서라도 라는 정신이 ‘킴스 비디오’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 영화가 재미있었다. 이 영화는 영화에 관한 영화 중에 가장 유쾌한 영화다.

 

그래서 <킴스 비디오>의 이 장면을 간직하고 싶다.

 

 

 

류나윤_컬쳐리스트.jpg

 

 

[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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