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지나간 향수, 다가올 그리움 - 뮤지컬 '시스터즈'

글 입력 2023.09.2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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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한류의 시대이다.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POP의 중심에는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있다. 그중 뮤지컬 <시스터즈>는 지금의 걸그룹의 형태가 갖춰지고, 인기를 누리기까지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를 다룬다.

 

신시컴퍼니와 박칼린이 대표로 있는 킥 엔터테인먼트의 공동 창작 뮤지컬이다. 본 작품은 ‘한국 걸그룹 파워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하였으며, 연출 박칼린은 이렇게 한국 걸그룹 파워의 시작점에 주목했고, 그 걸그룹의 선조 격인 시스터즈들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었다. 공연 제목인 ‘시스터즈’는 ‘She Stars’를 하지만, 동시에 ‘Sisters’를 떠올려 극이 다루고 있는 걸그룹의 역사에서 서로 믿고 의지해온 그들의 유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2023 시스터즈]시스터즈(홍서영,신의정,이서영,유연,이예은,하유진).jpeg

 

 

극은 음악이 소수의 특권층이었던 시절에서 대중 전반으로 퍼지기 시작한 시점부터 다룬다. 라디오가 나오면서 음반 사업이 활발해졌고, 긴 판소리가 아닌 4분가량의 짧은 음악이 사람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면서 걸그룹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프로듀서들이 생겨났고, 최초의 걸그룹은 조선악극단의 여성 단원으로 구성된 ‘저고리 시스터’였다. 저고리 시스터의 역사는 한국 전쟁 당시 미군으로 위문 공연을 다니던 ‘김시스터즈’로 이어지고, 이들은 미국에 진출하여 큰 인기를 얻는다.

 

이후 60년대 슈퍼 걸그룹 ‘이시스터즈’, 대중음악의 전설 윤복희의 ‘코리아키튼즈’, 그리고 7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를 휩쓴 ‘바니걸즈’와 걸출한 예인 인순이를 배출한 ‘희자매’ 등이 있었다. 이들 걸그룹들은 춤추고 노래하는 게 좋아서 된 사람들과 생계를 위해,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노래하게 된 사람들로 크게 이루어져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노래로 성공하겠다는 집념 하나로 힘듦과 서러움을 견뎌냈다.

 

이런 걸그룹의 시작과 발전은 옴니버스 및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되어 관객들에게 하나씩, 혹은 동시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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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일제 강점기의 경성 조선극장, 미8군 무대, 60년대 라스베가스 호텔, 에드설리번 쇼, 서울 명동 거리 등 역사 속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삼는다. 자료화면을 보는 듯한 무대는 어느새 무대 뒤 분장실, 화려한 무대로 변하고, 시스터즈들은 현란한 조명 속에서 춤추며 노래하다 다시 쓸쓸한 무대 뒤에서 앳된 여인으로 돌아간다.

 

10인조 밴드를 무대 뒤에 배치하여 무대와 밴드를 하나의 전경처럼 보이게끔 연출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무대 전환 효과를 더했다. 하지만 무대가 바뀔 때마다 무대 장치를 옮기는 스태프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됨으로써 극의 몰입도가 다소 깨진다. 무대 뒤의 일환을 무대 위에 구현했다고 볼 수 있으나, 그들이 배우로서 그 일을 무대 위에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들의 일을 무대 위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본 작품을 어떤 뮤지컬이라고 해야 할까? 쇼 뮤지컬? 주크박스 뮤지컬? 걸그룹의 전신을 다루고 있는 만큼 쇼맨쉽(showmanship)에 치중하고 있는 동시에 익숙한 대중가요- ‘처녀 합창’, ‘울릉도 트위스트’, ‘커피 한잔’ 등-를 그대로 차용함으로써 쇼 뮤지컬이면서 동시에 주크박스 뮤지컬의 형식을 취한다. 또한 뮤지컬이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최근 뮤지컬계에서는 중장년층을 뮤지컬계로 유입시키기 위해 그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흥행에 성공해왔다. 이 작품의 경우에도 극장 안에 다양한 연령대가 얽혀 있었고, 지금의 5060 세대를 대상으로 걸그룹의 연보를 그려내어 그들이 향유했던 음악으로 극을 구성하여 추억을 환기시킨다. 반면 1030세대는 이런 음악이 익숙하지 않은 만큼, 대중예술사에서 히트했던 노래를 들으며 그 당시의 감수성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무대 위 걸그룹의 역사가 인순이에서 끝냄으로써 현재의 이야기라는 점을 관객에게 명백하게 제시했다. 더불어 커튼콜이 끝나고 1세대 걸그룹부터 지금의 걸그룹의 명칭이 화면에 띄워지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지금까지도 숨 쉬고 있는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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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없이 7명의 배우들만 존재하며, 이들은 시스터 1~6이라는 이름으로 MC에 의해 소개된다. 한 명의 배우가 멀티로 다양한 역할을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해 내야 하기 때문에 각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역량이 매우 중요한 극이다. 또한 MC를 맡은 배우는 극의 밖 사회자와 극 내 여러 인물을 동시에 번갈아 가면 맡음으로써 극의 흐름을 관객에게 설명해 줌과 동시에 극의 전개에 개입한다. 당일 본 캐스트였던 유연, 정유지, 이예은, 정연, 홍서영, 김려원, 황성현은 뛰어난 기량으로 관객들을 110분 동안 사로잡았다.

 

대중예술은 그 당시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진행되고, 발전한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걸그룹이 있기까지에 그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성과가 있었으며, 역사가 있었다. 극은 수미상관 구조로 끝이 난다. 처음 여섯 명의 여자 가수들이 각자 자신을 소개하며 극을 열었던 것처럼, 마지막에도 각자 자신을 소개하며 극을 닫는다. 극은 인순이에서 끝나지만, 우리의 걸그룹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극은 지난 시대의 추억을 환기시키며, 현재의 걸그룹 또한 미래에는 그리움으로 다가올 것임을 말한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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