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위기 앞의 노동자들 - 스켈레톤 크루

그들이 연대를 택한 이유
글 입력 2023.09.12 08:5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30909210011_vbxcswqz.jpg

 

 

<스켈레톤 크루>는 힘들게 버티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위기를 직면했을 때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디트로이트의 마지막 자동차 스탬핑 공장에서 일하는 네 명의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에 직면한 그들이 자신의 삶과 노동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며 스스로의 정체성과 연대의 필요성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노동은 이들에게 물질적인 삶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정체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던 노동을 공장의 폐업 위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구조조정 앞에서 그들은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을 느낀다.

 

<스켈레톤 크루>는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찾아내는 자신의 정체성과 그럼에도 삶을 꾸려나가고자 연대를 통해 길을 모색하는 과정을 그린다.

 

 

[크기변환]정지은배우_샤니타_역.jpg

 

 

작품의 배경은 2008년 세계 경제 침체 시기로, 자동자 제조업으로 활황을 맞던 디트로이트의 연이은 공장 파산과 어수선한 도시 분위기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4명의 공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의 주요 캐릭터들은 4명으로 각자 다른 배경과 사연을 가지고 있다. 페이는 29년 동안 공장에서 일해온 베타랑 노동자로 줄줄이 이어지는 공장 폐업과 구조조정에도 살아남았다. 그녀는 연금을 받기 위해 단 1년 동안의 경력만이 더 필요하다. 사니타는 노동자로서의 자긍심은 가지고 있지만 현재 불안정한 공장 상황에서 임신 중인 아이와의 미래를 그리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

 

페이의 조카인 레지는 공장의 중간관리자로 일하며 공장의 요구와 노동자의 이익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로 노동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마지막으로 젋은 노동자 데즈는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그려지며,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공장과 일자리에 대한 애착이 크지는 않다.

 

공연에 등장하는 4명의 캐릭터 모두 제각각의 배경과 상황을 가지고 있는 만큼 그들이 직면한 공장 폐쇄라는 사실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모두 다른 태도를 보인다. 페이는 노조 대표로서의 역할과 조카인 레지의 부탁 사이에서 갈등한다. 레지는 공장과 노동자 사이에서 갈등하며, 샤니타와 데즈는 자신의 정체성이자 미래였던 공장을 강제로 빼앗기는 상황에서 불안하고 예민해 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끼리의 연대는 요원해보였다. 제각기 처한 상황과 그에 따라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이익이 다르다. 다 같은 노동자로 묶이지만 블루 칼라인 페이, 샤니타, 데즈와 화이트칼라인 레지는 공장 폐쇄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연극의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을 공장 폐쇄에 대응한다. 페이는 노동자들에게 공장의 상황을 속시원히 전하지 않고, 데즈는 총으로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다. 공장이 보호해주지 않는 자신의 삶을 무력으로나마 스스로 보존하려 한다.

 

샤니타는 일자리를 잃지 않는 방법으로 대체 불가능한 노동자가 되려고 하지만, 블루 칼라 노동자에게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 되는 것은 헛된 바람에 가깝다. 심지어 머지 않은 미래에 아이까지 낳아야 하는 그녀가 공장에게 대체 불가능할 만큼 매력적인 노동자가 되는 것이란 사실 어려워 보인다.

 

<스켈레톤 크루>는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공장 폐쇄에 대응하던 인물들이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개개인이 취하는 방식으로는 공장과 노동자라는 위계질서가 뚜렷한 상황 아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

 

코로나 이후 세계의 불평등 격차는 더욱 커져 전 세계 상위 10%의 부자가 전체 자산의 76%를 차지한다고 한다. 세계 하위 50%의 소유 자산은 전체의 2%에 불과했다. <스켈레톤 크루>의 노동자들이 그들의 입장이 매우 달랐음에도 결국은 연대를 택한 배경에는 이런 불평등한 사회 구조 시스템 아래에서는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눌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스켈레톤 크루>의 배경이 2008년 경제 위기임을 생각하면 지금 현재의 우리는 그들보다 더 다양한 입장과 개성을 가진 개인이 더 극심해진 양극화를 겪고 있다. 이런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연대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지만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연대가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연극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삶의 터전과 정체성을 한순간에 앗아가버리고 그마저도 서로 싸우도록 만드는 공장이 정말로 맞써 싸워야 하는 대상임을 깨달은 그들처럼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각자도생만이 답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날이 올까?

 

 

[국민경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