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의 '길' - ② 서울양양고속도로

글 입력 2023.09.0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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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출장이 잦은 공연 업계에서 일을 하고,

취미 생활로 다양한 곳들을 여행하며

달에 수십 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내고 있다.

어느 때처럼 운전대를 잡고 도로 위를 달리던 도중

문득 달리는 차 안에서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을

구구절절 글로 써 내려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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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가족 여행을 통해 속초, 양양, 강릉으로 대표되는 동해안 지역에 자주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국도를 통해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이나 지나야만 했고, 밥때가 되면 길가에 있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끼니를 해결했었다. 굉장히 좁고 험한 길이었지만, 휴가철만 되면 해당 도로에는 차들이 빽빽했고, 식당에는 사람이 가득했었다.


2017년, 서울에서 양양까지 고속도로가 뚫렸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해당 기사를 보며 앞으로는 동해안까지 이동하기 수월해지겠다고 생각했지만, 일 년에 한 번 있는 휴가철 이외에는 실제로 나 자신이 해당 구간을 자주 이용할 것 같지는 않았다.


본격적으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접하게 된 건 군 복무를 하면서였다. 인제에서 군 복무를 하게 되며 휴가를 나오고 부대에 복귀할 때마다 해당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를 타게 되었고, 외박을 나와 근교 도시인 홍천, 속초 등을 방문할 때도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통해 이동하였다. 당시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자주 들었던 수많은 노래들을 다시 들을 때마다 버스 안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던 창밖의 풍경이 떠오른다.


군 생활이 끝난 후 주변에 우스갯소리로 ‘군 생활이 떠오르는 서울양양고속도로로는 가지 않겠다’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실제로 고속도로 구간의 대부분이 한적한 산골을 따라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 사이에 있는 여러 도시에 방문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다.


대학에 복학하자마자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외출을 하고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시선이 가득할 때였다. 하지만 나와 내 친구들은 이전부터 여행을 상당히 즐겨했다. 시내에는 평소에 함께 돌아다닐 곳이 없으니, 휴일만 되면 친구들과 펜션을 잡고 서울을 떠났다. 물론 출발 전날이면 각자 자가 키트 검사를 하여 결과를 채팅방에 공유하였고, 사람이 많은 관광지로는 일절 가지 않았다. 그저 종일 펜션 안에서만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서울을 벗어나 여행을 떠날 때면 어김없이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달렸다. 강원도는 물론, 가평 등 서울 근교를 향할 때도 내비게이션은 서울양양고속도로를 가리켰다. 토요일 아침에 출발하게 되면, 서울 근교의 도시도 가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휴게소에는 주차할 공간이 없었고, 겨우 주차하고 화장실로 향하면 줄을 서서 긴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줄을 서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나와 같은 여행객들이었다. 골프웨어를 입은 사람들도 많았고, 벌써부터 수영복 차림을 한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이처럼 쉬는 날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나들이를 가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하물며 펜션을 예약하는 것 또한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몇 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괜찮은 곳들은 이미 다 예약이 완료되었다.


펜데믹 상황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서울양양고속도로에는 훨씬 더 많은 차들이 달리고 있다. 얼마 전 인제에 공연이 있어 출장을 다녀왔다. 토요일에 함께하기로 한 팀들 모두가 차가 너무 막혀 늦는다는 연락이 왔다. 이른 아침부터 출발했음에도 네 시간이 넘게 달렸다고 한다. 다행히 공연은 문제없이 마무리되었다.


공연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당연히 예상은 했지만 도로가 차들로 가득했다. 여름 휴가철이 슬슬 끝나가는 무렵, 동해안을 방문한 수많은 관광객과 지속되고 있는 아웃도어 취미 열풍에 서핑 및 골프 등을 즐기기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수십 개의 골프장과 해수욕장, 셀 수 없이 많을 다양한 숙박업소, 그리고 수십만명의 우리 군이 주둔하고 있는 강원도.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청춘을 즐기기 위해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달렸고, 나 역시 위의 다양한 사유들로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달렸다. 집으로 향하는 길, 꽉 막힌 고속도로 안에서 그 뜨거운 열기를 다시 한번 느꼈다.

 

 

[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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