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라울 뒤피의 다양한 수식어 -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 [도서]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 리뷰
글 입력 2023.09.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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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 제목처럼 이 책은 라울 뒤피에 대한 전반적인 여러 사실에 관한 기술이다. 카테고리는 라울 뒤피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를 늘어놓은 듯 보였다. 차례로 ‘르아브르, 야수파, 뒤피의 친구들, 장식 예술, 마담 뒤피, 뒤피 스타일’로 분류되어 있다. 서로 다른 카테고리는 라울 뒤피라는 예술가를 중심으로 연결돼있었다.


가령 첫 번째 챕터, ‘르아브르’에서는 이 곳과 바다라는 소재가 평생에 걸쳐 라울 뒤피에게 강력한 원천적 영감이 되어주는 장소임을 알려주는데,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는지는 거의 모든 챕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림 스타일적 측면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야수파’ 챕터에서 자세한 알 수 있다.

 

그는 처음에 인상파의 스타일을 흡수하고, 입체파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야수파의 앙리 마티스 영향을 받기도 했으나 모든 화풍을 자신의 방식으로 소화했다. 이 과정에는 각 화파에서 두각을 드러낸 여러 친구들과 교류하고 있었기 때문임을 ‘뒤피의 친구들’에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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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피의 예술에는 획일화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다작을 하면서도 모두 달랐고, 모든 분야가 연결되면서도 한 분야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꾸준히 쇄신했으며 독립적이었다." (333)


책 말미에 나오는 이 문장은 라울 뒤피의 여러 업적이 흘러온 모양이 어땠는지 잘 설명하고 있다. 어떤 화풍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했던 뒤피는 예술 장르에서도 같은 태도-장르를 가리지 않고 넘나들었다-를 취했다는 내용은 ‘장식 예술’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회화 작업만 한 것이 아니라 텍스타일, 삽화, 의상 디자인, 가구 디자인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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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렇게 여러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작업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만큼 열린사람이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범위에서는 가리지 않고 역량을 드러내길 즐기는 사람이어서가 아닐까 짐작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자 하는 어떤 명예욕과도 먼 사람으로 보였고, 그런 면이 여러 사람들이 뒤피를 연락하고 찾는 매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그는 자신이 본 대상과 개인적인 경험, 특정한 사건을 놓치지 않고 직시하며 계속해서 그림에 담기위해 노력하는 삶의 태도를 갖고 있던 사람인 듯 하다. 그에게 르아브르와 같은 평생에 걸친 주제도 있었지만, 당시 역사적 배경을 보여주는 중요한 위치에 있던 경마, 아틀리에 등 다양한 소재로도 드러나고 있음을 마지막 카테고리인 ‘뒤피 스타일’에서 망라하듯 보여주는 부분에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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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카테고리에서는 구체적인 그림 스타일-인상파, 야수파, 입체파의 화파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흡수하고 변형해 구사하는, 투명성과 과정을 보여주는 선묘가 두드러지는-이 여러 주제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어 있는지 설명한다.

 

언뜻 ‘모두 다’ 자유로운 방식으로 그려진 듯 하지만 세부묘사가 정확히 그려진 그림도 많다는 사실을 ‘케슬러 일가’ 작업 사례로 보여주기도 하면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인데, 그림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사례로 설명되는 그에 관한 사실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나처럼 라울 뒤피를 이 책으로 본격적으로 접하는 게 처음인 독자들이 있다면 여러 도판을 책을 통해 눈에 익숙하게 익힐 수 있어서 책이 말하는 내용을 더 잘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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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카테고리 처음부터 끝까지 라울 뒤피가 살아온 삶이나 화파, 친구들, 장르를 넘나든 작품 등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 그에 관한 사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그의 화풍, 그림 스타일에 관한 묘사와 설명이다. 아래는 라울 뒤피 그림의 특징을 세 가지 사실로 정리한 내용이다.


 

"첫 번째는 대담하지만 결코 무겁지 않으면서 툼여하게 겹쳐지는 붓질이다. … 이런 뒤피만의 겹침 기법은 법칙이나 구도에 연연하지 않고 시간의 전후 관계를 겹으로 보여줌으로써 작품의 과정을 상상하게 한다." (231-232)

 

"두 번째는 춤을 추는 듯한 서예스타일의 드로잉이다. …뒤피는 어느 환경을 그리던 그 환경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윤곽선으로 캐치하는 능력이 있었다." (241)

 

"세 번째, 뒤피 스타일의 특징은 색면과 선의 분리다. …즉, 스케치 다음 스케치 선에 맞게 채색을 하는 것이 아닌, 드로잉 선과 색면을 비대칭적으로 표현했다." (245)

  


책에 나오는 뒤피에 관련된 일화나 작업 방향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자체에 대한 내용과 스타일에 관한 설명이 잘 연결되고 이해가 된다고 느꼈다.

 

어떤 하나를 고집하거나 고립되지 않고 흘러가는 상태에 있었으며 자신이 가는 곳과 본 것에 대한 감정을 끊임없이 남긴 그의 작업과 삶에 대한 태도는 그림의 스타일적 측면과 닮았다. 마치 그의 그림에서 어긋나듯 이어지는 선과 면처럼, 에너지있고 리듬있는 드로잉처럼, 전후 관계가 다 드러나서 과정 자체를 담아낸 것 같은 레이어의 겹침처럼.

 

대단한 건 이 모든 과정이 두각을 나타내고 성과를 보였다는 것이겠지만, 그는 그 자체를 원해서 성취했다기 보다는 그가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결과로 보인다. 나는 이렇게 어떤 화가의 성격이나 행보가 드러나는 스타일로도 확인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 둘이 관련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부분적으로 언급되었지만 가능하다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부분도 보였다. 가령 갤러리스트 베르트 웨일같은 여성 갤러리스트에 관한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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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트 웨일은 뒤피 작품을 최초로 구매하고 소개한 사람이다. 뿐만 아니라 피카소가 무명일 때부터 그의 가치를 알아보고 구매한 사람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녀가 알아보고 소개한 많은 예술가들은 모두 오늘날 인정받는 예술가들이었다.

 

그녀의 초상화를 여러 예술가들이 남긴 그림도 그들과 긴밀히 교류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훗날 그녀의 조카가 그녀의 삶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대중들에게까지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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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마리 쿠톨리라는 여성 컬렉터이자 사업가도 뒤피와 협업한 중요 인물로 이 책에 잠시 소개되는데, 그녀가 기억되지 못한 이유를 저자는 미국과 프랑스의 남성 중심의 역사와 예술에 관한 인식에서 찾고 있다.

 

아마 베르트 웨일의 경우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짐작하며, 영향력 있었으나 잊혀진 여성 큐레이터와 예술가에 대한 내용도 언젠가는 라울 뒤피에 관한 사실들처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책도 나중에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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