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12년 전, 케냐에서 만난 그녀에게

글 입력 2023.08.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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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bo, Jambo, Bwana. Habari Gani. Mzuri Sana.

안녕, 안녕, 여러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잘 지낸답니다.

 

아프리카 케냐 민요 [Jambo Bwana]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12년 전 우리가 함께 불렀던 노래가 아직도 흥얼거려집니다. 흥이 넘치도록 춤추고 노래 부르며 행복해하던 당신들의 밝은 미소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당신도 저를 기억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당신이 사는 곳에서 만났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당시 합창단 해외 공연으로 당신을 만나러 갔었죠. 그곳은 제게 지구 반대편의 낯선 환경이었지만 힘들었던 기억은 없고 좋은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이게 다 당신 덕분일까요.


지금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요. 비록 우리가 마주한 시간은 몇 초밖에 안 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저는 당신과 깊은 교감을 나누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곳을 떠날 때였습니다. 갑자기 어디선가 당신이 나타나 제 앞에 섰습니다. 조금은 부끄러운 미소을 띄고 당신은 당신의 소중한 것을 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당신에게 그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 줄 알기에 연신 거절했지만, 당신은 끝까지 그것을 제 손에 꼭 쥐여주며 말했습니다. 고마웠다고 다음에 또 보자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당신이 제게 준 따뜻한 마음이 감사하고 미안해서. 저를 향한 당신의 맑은 눈빛과 따뜻한 손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그거 아시나요? 당신을 만난 계기로 저는 음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힘든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음악으로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우리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음악으로 하나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저에게 음악의 의미가 잊혀 갈 때쯤 당신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어쩌면 제가 당신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어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무사하길 바랍니다. 당신의 삶이 조금 더 평안해져 있길 바랍니다. 훗날 제가 당신에게 도움이 되어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나 서로의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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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많이 보고 싶습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홍승민.jpg

 

 

[홍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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