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른 여름 - 정신적 상처로부터의 탈출기 [공연]

글 입력 2023.08.14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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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고등학교 핸드볼팀은 전국 예선전에서 계속 탈락한다.

 

주인공 고곽대는 이 팀에 소속된 선수이다. 그는 경기 중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하고 경기장에서 오줌을 싼다. 이후 학교 경기장에 불이 난다. 고곽대가 용의자로 지목되고 오덕구형사와 청소년 상담센터 상담원인 이수희선생님이 사건을 추적한다.

 

사고현장이 찍힌 CCTV에 고곽대가 나오지만 그는 범행을 부인하며 자신은 고곽대가 아니라 최고작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영상에는 고곽대 혼자 있었지만 선배와 같이 있었다고도 한다.

 

오덕구형사가 고곽대를 취조하지만 고곽대는 계속 같은 주장을 한다. 더구나 조사결과 화재원인도 원인 미상의 자연발화로 밝혀진다.

 

오덕구형사는 이수희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사건의 진상을 하나하나 밝혀낸다.

 

경기장에서의 실수와 오줌을 싼 사건으로 인해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고곽대가 가상의 인물인 최고작과 선배를 만들어 내고 이 가상의 인물 뒤에 숨은 것이다. 마치 두 얼굴의 사나이가 화가 나면 헐크로 변신하는 것처럼. 힘들거나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되면 다른 자아가 나타나고 진짜 자신은 사라진다.

 

이러한 이야기는 영화와 문학에서 가끔 등장한다. 영화 ‘헐크’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일 것이다. 헐크의 경우 다른 자아가 헐크 하나이지만 여러명의 자아가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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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상황에서 다른 자아가 나타나면 그 순간은 넘길 수 있지만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못한다. 다른 자아와 정면으로 맞서지 않으면 안된다. 이 작품에서도 결국 고곽대는 최고작과 마주하게 된다.

 

최고작과 마주한 고곽대는 어떻게 될까. 그가 과연 화재 사건을 일으켰을까.

 

또한 극의 막바지 오덕구형사는 청소년센터에 이수희라는 직원이 없다면서 그녀에게 누구냐고 묻지만 그녀는 그냥 사라진다. 그녀는 누구일까. 일부는 극이 진행되면서 밝혀지고 일부는 밝혀지지 않는다.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 것처럼.

 

극은 이렇듯 방화범을 쫓으면서도 한 인물의 심리상태를 추적하는 심리추리극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면서 한 인물의 젊은 시절의 성장통의 서사도 갖추고 있다.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또 다른 자아와 마주서면서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 또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극의 소재가 핸드볼인 만큼 핸드볼 경기 자체를 차용해 극을 진행한다. 먼저 무대가 핸드볼 경기장이다.

 

이 무대는 핸드볼 경기장도 되고 간단한 칸막이를 사용해 취조실도 된다. 핸드볼 경기에 심판이 있는 것처럼 극이 진행되는 동안 심판이 수시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오덕구형사의 취조가 정도를 벗어나 너무 심해지면 심판이 등장해 형사를 퇴장시키다. 경기장에서처럼. 또한 무대 뒤편에서 드럼을 연주하여 극의 긴장감과 역동성을 만들어 낸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연극도 상징과 은유를 사용할 때가 많다. 연극은 반복 감상이 힘들고 한번 보고 끝나기 때문에 종종 이를 파악하기 힘들 때가 있다. 이 작품에서 무대에 철봉은 왜 등장하는지 배우들은 철봉에 왜 매달리는지. 고각대와 최고작은 왜 사각 플라스틱 바구니를 머리에 쓰고 등장하는지. 기타 등등. 연출자의 의도가 있을 것이고 이를 알고 보면 더 재미있겠다.

 

 

[윤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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