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익숙함에서 피어나는 새로움 - 고잉홈 프로젝트 [공연]

음악가의, 음악가에 의한, 음악가를 위한 고잉홈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의 환상적인 연주
글 입력 2023.08.1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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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이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늘 설렘과 걱정에 만감이 교차한다. 잘해낼 수 있을까 혹은 어떤 유산을 남길까 하는 물음에 밤을 지새울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인식하고 있지 않으면, 어느 새 타성에 젖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물론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서도, 이것이 끊임없는 배움과 새로운 경험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 새로움은 호기심 많은 동물을 살아가게 만든다. 어쩌면 그 태도가 인류가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호기심에서 파생되는 것들의 수는 이루 말할 수 없고,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었던 원동력이었다고 필자는 믿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음악은 늘 친구였다. 기분에 맞는 음악을 선택하여 듣거나 연주할 때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을 어루어 만져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하루를 시작하는 시점에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하루 전반의 기분이 좌우되기도 했다. 그만큼 음악이 주는 힘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운 선율이 함께 하는 한 나쁘지만은 않을지도 모른다고 믿어왔다. 인류가 음악을 만들고 들은 역사가 오래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고잉홈 프로젝트는 귀하다. 음악가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새로움을 선사한다.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를 적절히 조율한 이 창조적인 시간은 반복적이고 지친 일상에 숨을 불어 넣는다. 지금부터 필자가 경험한, 행복했던 2시간 가량의 시간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고잉홈 프로젝트 : 신(新)세계



2023고잉홈프로젝트_포스터.jpg

 

 

타지에서 열심히 자신의 꿈을 펼치며, 세계에 자국을 알리는 음악가들은 곳곳에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제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한국의 음악가 소식은 아주 오래 전부터 들을 수 있었고, 최근 들어 더욱 자주 들려오기 때문이다.

 

"고잉홈 프로젝트"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먼 곳에서 활동하며 고국을 그리워 하는 음악가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단체로, 작년부터 일 년에 한 차례 다함께 모여 한국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고 있다.

 

2023년은 관객과의 만남이 두 번째로 이루어진 해이다. 아마 이 프로젝트를 발빠르게 알았더라면, 첫 해부터 방문하지 않았을까 싶다. 최고의 음악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들려주는 선율이라니! 가보지 않고서야 못 베기지 않겠는가.

 

공연을 알게된 후, 곧장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어 시간을 쪼개어 다녀왔다. 올해 들어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자부할만큼의 시간이라 애정을 담뿍 담은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1부●


1.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심포닉 댄스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한 심포닉 댄스는 제목은 모를지라도 어디선가 한 번은 들어본 음악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온몸이 근질거리게 만든다. 주제 멜로디로 보여주는 다채로운 변주는 또 어떠한가. 대중적인 장르를 버무린 곡을 선택한 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보다 쉽게 공연을 즐길 수 있게한 배려가 돋보이는 지점이기도 했다.

 

익살스러운 오프닝으로 시작되는 곡은 관객을 집중시키기에 더할나위 없는 선택이었다. 타악기 소리는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의 시작을 알려주듯 웅장했고,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손가락 스냅을 튕기고 구호를 외치는 지점에서는 필자도 모르는 새에 입가로 잔잔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비올라가 등장하며 분위기가 전환되고, 이윽고 하프와 바이올린 등 현악기 선율이 주를 이루었다. 


손열음 피아니스트의 명징한 터치 또한 곡을 감상하는데 중요한 꼭지였다. 하모니가 중심이고 피아노가 주선율을 이끌지 않는 음악이기 때문에, 타악기가 자리하는 뒷배열에 배치한 것도 배려가 돋보이는 지점 중 하나였다. 


 

하늘을 바라보고 악기를 켜던 활을 높이 세우는 엔딩으로 끝난 첫 곡. 오케스트라 음악이 주는 권위적인 느낌을 탈피하여, 장난스러움이 느껴지는 중심 선율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동심을 일깨워준다. 긴박하면서도 웅장하고 유머스러움이 돋보인 첫 번째 연주였다.

 

 

2. “랩소디 인 블루”

 

조지 거슈윈의 음악 "랩소디 인 블루"는 클래식에 문외한 사람이더라도 알 만한 유명한 곡 중 하나다. 광고나 TV 혹은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BGM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순서는 필자가 고대하던 손열음의 연주를 실황으로 들을 수 있었기에, 기대하던 곡이기도 했다. 기대와 같이, 손열음 피아니스트는 강하고 깔끔한 터치와 오케스트라와의 합주에서 느껴지는 조화로움은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였다. 

 

같은 음악도 연주자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음악의 매력 중 하나다. 조인혁 연주자의 클라리넷 소리와 손열음의 연주는 생동감과 열정을 정제되고 절제된 감도로 관객에게 전달되었다. 결코 과하지 않지만 강렬함이 느껴지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익살스러운 클라리넷과 트럼펫 소리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데, 공연 이후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실제로 디즈니 영화에 삽입된 적이 있다는 이야기에 꽤나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 재즈를 들겨 듣는다면 이 곡을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다. 블루스와 래그 타임 등 재즈의 요소가 넘치는 곡이기 때문이다. 곡의 첫 시작은 피아노 협주곡이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공연에서 들은 오케스트라 버전이 확실히 강렬하면서도 새롭기 때문에 훨씬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

두 번째 곡 이후 조인혁 클라리넷 연주자와 손열음 피아니스트가 앵콜곡으로 선보인 무대도 무척 즐거웠다. "랩소디 인 블루"의 결을 따라, 조지 거슈윈의 또 다른 곡을 선보였는데 남다른 무대 매너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무대였기 때문이다. 손열음의 사인에 조인혁 음악가는 대번에 앞으로 나와 기량을 마음껏 뽐내었다. 연주하며 한 걸음 한에 장난스러움과 멋짐에서 동시에 느껴졌다.

 

한여름 밤에 잘 어울리는 초콜릿같은 멜로디로 관객의 귀를 녹였다. 재즈 음악의 기본 구성 악기인 클라리넷,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드럼의 합주는 넓은 콘서트홀을 사랑스러움과 넘치는 소울로 꽉 채우기에 충분했다.

 

 

●2부●

 

3. 교향곡 9번 마단조 작품번호 95 “신세계로부터”

 

첫 번째 회차의 주제인 "신세계"에 걸맞은 선곡이다. “신세계로부터”는 오직 오케스트라만이 연주하는 교향곡으로, 체코 작곡가 드보르작의 작품이다. 미국 방문 중에 '아메리카'를 주제로 작곡했으며, 체코 음악과 흑인 음악 그리고 인디언 음악의 요소가 모두 가미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듣고 있으면 왠지 모를 슬픔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리고 곡의 말미에는 눈 앞에 정말로 신세계가 펼쳐지는 느낌이 든다. 새로운 자극은 창조를 가능케 하는데, 공연 순서 마지막으로 이 곡을 선택한 것은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기에 적합했다고 생각한다.

 

곡의 도입부는 첼로와 비올라가 이끌며 시작하는데, 구슬프면서도 강렬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이윽고 등장하는 호른과 오보에 소리에서는 결연함이 느껴진다. 중간 중간 타악기 소리와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가 연주하는 대목에서는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듯한 그림이 그려진다. 소리에 압도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2악장의 선율은 목가적이며, 알 수 없는 노스텔지어를 불러 일으킨다.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주민 혹은 돌아갈 고향이 없어져버린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한 악장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서정적이면서도 '찬란한 슬픔'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악장이다

 

3악장은 현악기와 금관악기, 목관악기가 서로 대화하듯이 짜여져 있다. 그들의 소리는 무대 밖의 관객에게 마치 말을 거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대망의 4악장. 교향곡에서 가장 유명하고, 대중매체에서 많이 쓰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영화에서 상어가 나타나는 공포스럽고 긴박한 상황에 악장의 도입부가 쓰였다. 그래서인지 시작하자마자 익숙함에 좀 더 긴장을 풀고 감상할 수 있었다.

 

종종 유튜브를 통해 클래식을 감상하는데, 역시 실제로 듣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던 곡이기도 하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웅장했으며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기계적으로 한 동작을 수행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프로다운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매력과 금관악기 그리고 목관악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설레지 않은 순간이 없었던 연주였다.


 

 

‘익숙한 공간’,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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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를 꾸며주는 ‘고잉홈’이라는 단어를 보며, 과연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집은 거주지 외에도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오랜 고민 끝에 필자가 내린 결론은 두 가지로 정리 된다.

 

우선 첫 번째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큰 위로가 된다. 누울 곳 하나 없다는 것은 곧 기댈 곳과 쉴 곳의 부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말인즉슨, 언제나 불안과 위협으로부터 싸워야함을 이야기 한다. 하루종일 그런 삶을 산다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힘들고 지치겠는가? 무조건적으로 수용적인 공간이 있다는 것은 존재만으로도 가치있음을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두 번째로 집은 크게 보았을 때 고향을 의미한다. 내 존재의 시작점, 뿌리 등을 말하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 생활하는 지인들을 보면, 동향 사람을 만났을 때 그렇게 반가워 할 수가 없다. 일면식 하나 없고, 연결 지점이라고는 고향이 같은 것뿐이지만 이상할 만큼 동질감을 갖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삶은 끊임없이 자기 존재의 가치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특히 이방인일 때 그 과정은 더욱 힘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연주자들은 그 누구보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자국으로 돌아와 연주하는 연주자들, 그리고 그들의 연주를 통해 마음의 고향에 다다르는 관객. 공연은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넘어서, 고향에 간 듯한 안식을 선물한다.

 

오랜만에 감상한 오케스트라 연주에 지친 심신을 정돈하고, 좋은 기운과 창조력을 가득 채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익숙한 음악을 듣고, 거기서 샘솟는 다양한 아이디어는 늘 필자를 즐겁게 만든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더 자주 “고잉홈” 해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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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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