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날 오리는 모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다 -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전시]

에드워드 호퍼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
글 입력 2023.07.3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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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영국 <가디언>지는 “오늘날 우리는 모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의 예술가인가?”라는 기사를 게재한다. 개인화와 단절, 소외가 만연한 오늘날에 1900년대 과거의 작가인 호퍼는 왜 오늘날 다시 대두된 것일까?


서울시립미술관은 뉴욕 휘트니미술관과 공동 기획하여 에드워드 호퍼 국내 첫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20세기 초 현대인의 일상과 정서를 독창적인 화폭으로 담아낸 대표적인 현대미술 작가다.

 

서울시립미술관 전관에서 2층, 3층, 1층의 순으로 270여 점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고, 그의 전 생애에 대해서 바라볼 수 있는 전시다.

 

 

 

에드워드 호퍼


 

2층에선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에드워드 호퍼, 그리고 그의 초기작과 화풍이 구축된 파리에서의 작품들, 뉴욕에 막 입성했을 때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위대한 예술이란 예술가의 내면의 삶을 밖으로 표현한 것이다."

 

- 에드워드 호퍼 

 


과묵했던 그에게 그림이란 세상에 대한 속마음을 전하는 일이었다.

 

호퍼는 모두에게 주목을 받는 것 대신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무관심한 것들, 소외된 것들에 시선을 주었다. 또한 대상과 공간을 세심히 관찰하여 현실을 호퍼만의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그림자와 구도를 대담한 구도 등으로 표현한다.


호퍼는 도시화로 개발이 심화되던 뉴욕과 달리 옛 모습을 간직한 파리에 매료되며 파리에서 예술작업을 이어나간다. 이 시기에 자연과 건축물, 사람들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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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로 또는 와인가게>는 호퍼가 1909년 파리 여행에서 돌아와 회상하며 그린 작품이다. 전형적 건축물인 아치형 다리, 그 위에 있는 네 그루의 나무가 위치해있고, 좌측에는 건축물과 테이블에 앉아있는 두 인물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아치형 다리가 가로로 가로지르며 평행으로 가르는 대범한 구도는 호퍼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하늘과 다리를 보던 시선은 자연스레 좌측 하단으로 옮겨가며 두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커진다. 그들은 어떤 사유로 이곳에 모였을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의 그림엔 관객을 그림 안으로 끌어들이는 흡수력이 있었다.


또한 빛의 효과를 섬세히 포착하여 어두운 건축물과 밝은 백색의 다리와 풍경은 대비된다. 이러한 호퍼의 화풍은 현실인 듯 환상인듯한 신비로운 느낌으로 눈길을 잡아끌고 묘한 조화로 평화로운 정서를 전달한다.

 

기존의 조화로운 구도 공식을 모두 깬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조화로움이 잘 묻어 나오는 그의 그림이 놀라워 몇 분 동안이나 보고 있었다.

 

 

 

예술가로 입지를 다진 호퍼


 

3층에선 애칭을 시작하여 예술가로 입지를 다진 뉴욕에서의 호퍼의 작품, 미국 풍경화, 뉴잉글랜드와 케이프코드를 여행하며 그렸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20세기 초 뉴욕은 산업과가 고도되며 지하철과 철도, 자동차가 확산되며 다리와 고속도로가 지어졌다. 그러나 호퍼는 북적이며 스펙터클한 도심이 아니라 낡고 사라져가는 19세기의 건축물을 포착하는 따뜻한 시선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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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스버그 다리>에서는 줄지어 늘어선 평범한 아파트 건물의 외관이 묘사되어 있다. 건물에는 창문, 비상계단, 처마 등 19세기의 건축적 특징들이 묘사되어 있고 빛의 호퍼답게 그림자진 모습이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모습이 건물을 더욱 현실로 보이게 한다.

 

그에겐 산업혁명의 산물인 윌리엄스버그 다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사람에게 더 가까운 모습을 포착했던 그의 모습에서 산업혁명 속에서 휴머니즘적인 시선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조세핀과 호퍼


 

1층에선 호퍼 부부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조세핀과의 만남부터 그녀가 남겼던 에드워드의 장부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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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부인 조세핀 호퍼를 모델로 한 그림을 바로 마주할 수 있다. <햇빛 속의 여인>이다.

 

조세핀은 당시 78세 노년이었지만, 그녀는 젊은 여인의 모습이다. 조세핀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본인의 생각과 그녀에 대한 마음을 토대로 묘사했다. 그의 눈엔 조세핀이 그 나이가 될 때까지도 젊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나 보다. 그녀를 애정 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었다.

 

조세핀 호퍼는 에드워드 호퍼와 같은 학교에 다녔으며 문학, 영화, 연극 등의 취향이 비슷했고 서로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았다. 조세핀은 호퍼의 훌륭한 조력자였다. 그녀는 과묵한 호퍼와는 다르게 활달하게 예술계와 교류했다. 딜러, 커넥터, 큐레이터가 되기도 했으며 기자와도 교류하며 호퍼를 예술가로서 성공시키는 데 큰 몫을 했다.

 

또한 조세핀은 호퍼의 작품 장부를 30년 이상 관리하며, 사망 후 호퍼의 작품 2500여 점을 휘트니 미술관에 기증하며 호퍼의 예술세계를 세계에 알릴 수 있게 한다. 훌륭한 예술가 옆엔 훌륭한 조력자가 있는 법이었다.

 

한국에 처음 상륙한 에드워드 호퍼 첫 대규모 개인전, 그의 전 생애의 작품을 한국에서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들 서울시립미술관에 방문하여 그가 묘사한 도시들과 풍경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것들에 대한 시선을 바라보며 따스한 영감을 얻어 가길 바란다.

 

 

 

[아트인사이트] 이소희 컬쳐리스트.jpg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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