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두가 바라는 환상을 깨다 - 손쉬운 해결책 [도서]

글 입력 2023.07.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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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어떤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그에 대한 해답을 어떤 이론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 많아지거나, 왠지 감정이 유난히 급하게 오르내린다 싶으면 '사람이 ~하는 이유'를 인터넷이나 책에서 찾게 된다.

 

심리학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용어를 사용하며 그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는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 내가 이게 부족해서 이렇게 힘들었던 거구나." 뒤이어 그들이 마음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을 해준다.

 

저대로만 하면 이제 이 답답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다. 정말이지 손쉬운 해결책이지 않은가?

 

 

손쉬운 해결책_표1띠.jpg



 

당연히 사람들은 이러한 해결책에 손을 뻗게 되어있다. 이들은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심리학 개념을 얕고 빠르게 학습한다. 내가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살아가는 건 자존감이 낮기 때문이고, 이를 고치려면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취해야 하며, 학업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내 안의 심리적 근력인 '그릿'을 단련시켜야만 한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따른다고 정말로 우리가 이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될까? 저널리스트 제시 싱걸은 이번 저서 『손쉬운 해결책』을 통해, 심리학을 사회병리현상에 대한 만능해결사로 여기는 태도가 얼마나 위험하고 안일한지를 단호하게 지적한다.


여기서 언급되는 fad psychology, 즉 잠시 유행했다 금세 사라지는 심리학 이론들은 대부분 아주 개인적인 차원에서 사람을 설명한다. 책의 첫 번째 장이자 내가 보기에 우리 사회에 가장 만연하게 퍼져있는 자존감 이론의 사례를 들여다보자.


칭찬을 많이 받고 성공의 경험이 쌓여 자존감이 높아지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반대로 꾸지람을 듣고 실패의 경험이 쌓여 자존감이 낮아지면 사람은 불행해진다. 그런데 그렇게 자존감이 높으면 높을수록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영향을 덜 받고, 더더욱 자존감이 낮아질 위험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교육기관에서는 학생들의 자존감에 상처 입히지 않도록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여기서 싱걸은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첫 번째는 '자존감'이라는 개념이 문제의 원인을 철저하게 개인적 차원에 국한시킨다는 점이다. 사람들에게는 타고난 기질이라는 것이 있다. 누군가는 외부 자극에 무딘 반면, 누군가는 조금 더 민감하다.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가 낮거나,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에 쉽게 무너지는 사람들은 그들의 성격이나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처한 상황을 배제한 개인의 마음가짐에만 주목하게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사회가 정책을 통해 잘못된 믿음을 집단 차원으로 전파시킨다는 점이다. 가령, '자존감'이라는 모호한 개념은 어떠한 합의도 없이 덜컥 정책에 도입되었다. 아이들에게는 '자존감이 공격받지 않을 권리'가 생겼고, 범죄를 예방하거나 범죄자를 교화하기 위해 '자존감을 올리는 것'이 1순위 목표가 되었다.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전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정책을 도입한 이들에게 자존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어도 정확한 대답을 들을 수가 없다. 그저 그것이 중요하다는 말만 메아리처럼 반복된다.


이러한 어설프고도 손쉬운 해결책은 그 모습만 달리하여 사회에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과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설명하는 법칙을 찾고자 하는 학문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믿어지는 욕구를 바탕으로, 그 욕구의 존재 때문에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게 되는지 자료를 모아 통계를 내고 추측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경향성의 연구다. 일정한 조건 아래 나타나는 절대법칙을 찾는 자연과학과 차이를 갖는 부분이 이 지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를 절대법칙처럼 받아들이려고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하나만 바꾸면 모든 심리적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믿음은 수많은 관계로 채워진 복잡한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너무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향성의 과학이라는 심리학의 특성을 반드시 명심해야만 한다. 이는 우리가 갈 수 있는 여러 경로를 보여주는 지도 정도는 될 수 있겠지만, 어떤 길을 어떻게 가야만 하는지 알려주는 가이드가 되어줄 수는 없다.

 

 

[장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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