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유를 갈망하다, 베르나르다 알바 [공연]

글 입력 2023.07.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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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스페인의 극작가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 원작이다. 국내에서는 그의 작품인 ’피의 결혼‘이 상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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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가부장적이고 억압적인 상황속에서 어떻게 한 사회 또는 집단의 구성원들이 고통받고 몰락하는지를 보여준다.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5명의 딸들과 살고 있는 주인공 베르나르다 알바. 남편을 잃은 그녀는 8년상을 하는 동안 딸들에게 극도로 금욕적인 생활을 강요하며 마을사람들과의 어떤 만남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녀는 오랫동안 집안을 돌보아 준 하녀의 충언도 무시하며 하녀답게 행동하라고 하면서 인격적인 모욕을 가한다. 또한 결혼 대상자의 집안이 보잘 것 없다며 딸의 결혼을 반대하기도 한다. 이러한 에피소드들이 그녀의 성격을 드러낸다.


첫째딸 앙구스티아는 같은 마을의 청년 뻬뻬와 사귀면서 결혼까지 약속한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면서 뻬뻬를 둘러싸고 자매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만들어지며 신경전이 벌어진다. 여동생인 마르띠리오와 아델라도 뻬뻬를 좋아하게 된다. 앙구아티아스가 갖고 있던 뻬뻬의 사진이 마르띠리오의 방에서 발견되고 아델라는 뻬뻬와 몰래 만나기도 한다.

 

이런 일이 밝혀지면서 집안에 난리가 나지만 베르나르다는 아무일 아니라며 사건을 덮으려고만 한다. 긴장이 고조되면서 베르나르다는 뻬뻬에게 총을 쏜다. 총알은 빗나가고 뻬뻬는 도망가지만 뻬뻬가 죽은 것으로 오해한 아델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 모든 일련의 사건들은 억압과 통제가 없었다면 거의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어떤 집단이나 사회이든 통제받고 억압을 받게 되면 그 구성원들은 비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구성원들은 약물복용, 자학, 자살과 같은 병리적인 행동을 하게 되고 각종 범죄를 저지르며 동시에 그 피해자가 된다.

 

억압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일수록 권력자나 기득권 세력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덮으려고 하거나 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 베르나르다처럼. 어디서 많이 본 모습들 아닌가.

  

이 작품은 이러한 사회현상을 한 집안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 집안의 이야기지만 개별적인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러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보편성은 좋은 작품의 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극의 내용과 뮤지컬이라는 형식은 잘 맞지 않는다. 하지만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같은 작품에서 예수가 록을 부르기도 하듯이 연출력이 뛰어나면 이러한 제약은 제약이 되지 않는다. 이를 뛰어 넘으니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이다. 연출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작품이 망하는 모험이기도 하다.


극 초반부터 화려한 플라멩고를 보여주며 공간적 배경인 스페인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무대의 배경에 있는 거대한 문을 제외하면 무대장치와 소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의자 몇 개만 가지고 극을 효율적으로 진행한다. 가성비 있는 연출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조명 또한 인상적인데 인물의 심리상태나 상황 등을 나타내며 그 자체로 춤과 함께 시각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막바지 아델라의 비극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는 효과가 있으면서 연출의 재미를 느끼게 해 준다.


수준 높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누구하나 튀지 않고 고르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모든 요소들이 이물감 없이 잘 맞아 들어가기 때문에 극을 보는 재미가 있고 인물과 내용에 집중하게 된다. 인물들이 파국으로 치닫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관객도 같이 빠져드니 서양 연극의 전통적인 비극론 공식에 잘 맞기도 하다.


재미있는 사족 한 가지. 공간 배경인 ‘안달루시아’라는 지명은 초현실주의 스페인 영화감독 루이 브뉘엘의 작품 ‘안달루시아의 개’를 연상시킨다. 로르카와 브뉘엘은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윤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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