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도 모르게 가두었던 나의 사랑 – 비밀의 언덕 [영화]

“명은이를 가족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구나?”
글 입력 2023.07.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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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무엇일까요?

저에게 가족은 물음표에요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5학년 소녀 ‘명은’이

글쓰기 대회에 나가 숨기고 싶었던 진실과 마주하는,

그 시절 나만 아는 이 여름 우리가 꺼내 보는

비밀스러운 이야기


 

 

# 명은이가 보여주는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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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한 시골 마을. 그곳에는 어린 소녀, 명은이 살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자마자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 바쁘고 새로운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도 버겁기만 하다. 새로운 환경에 설레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기도 잠시 큰 고민에 빠지는 명은. 그녀는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처음으로 가족들의 직업을 속인다.

 

동네에서 젓갈 장사를 하며 지내는 명은의 부모님. 그러나 명은의 한 마디로 종이 회사 직원과 전업주부가 되고 만다. 명은이의 시선에는 부모님의 직업이 부끄러웠다. 규칙적으로 회사에 가서 일을 한 뒤, 맛있는 음식을 사주는 아버지. 점심시간에 먹을 맛있고 예쁜 도시락을 싸주는 친절한 엄마. 명은의 엄마와 아빠는 그들과 거리가 아주 멀었다. 현실적이고 차가웠다. 불쌍한 이들을 도와주고 싶어 하는 명은의 마음을 무시한 채, 본인의 삶을 살기 바빴다. 현실을 살면서 동정 한번 해보지 않았을 그들의 모습. 명은은 자신의 부모님이 미웠다.

 

명은의 시선은 그랬다. 11살이 견디기엔 너무도 무거운 미움이었던 것일까. 외할아버지 집으로 가출하는 명은을 보면서 그녀가 얼마나 이 상황과 부모님을 회피하고 싶었는지 알게 되었다. 물론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다. 부모님이 나에게 나답지 않음을 강요했을 때, 내가 옳다고 생각한 것이 부모님에겐 틀렸을 때. 그 모든 순간에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건 나의 시선이다. 부모님을 나의 틀에 맞추려는 나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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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각했다. 왜 우리는 그리고 인간은 사랑하면 자신의 상자 안에 가두려고 하는 것일까. 나뿐만이 아니라 부모님도, 연인도, 친구들도 모두 나를 자신의 기준이라는 틀 안에 가두어 놓고 판단을 시작한다. 사랑하지 않고, 신경 쓰지 않는 사람에겐 너무도 자유로운 그 상자가 도대체 왜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는 아닐지. 영원히 변하지 않는 나의 편으로 만들고 싶기에, 나의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면 짜증부터 나는 현상. 상대방을 너무 사랑하면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명은에게도 그러한 모습이 보였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모님의 모습과 너무도 달랐다. 그래서 글로 썼다. 내가 그들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지금에서야 알 수 있다. 그 글은 명은이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담은 글이다. 사랑하기에 바꾸려 하고 사랑하기에 인정하지 못했던 명은의 솔직한 형태의 사랑. 그래서인지 그 글은 대상을 탈 수 있었던 것은 아닐지.

 

글이 대상을 받게 되자. 명은은 이 글이 공개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자신의 기준이 부끄러웠던 것일까. 부모님이 부끄러웠던 것일까. 상을 받기를 거부하자 그녀의 담임 선생님은 명은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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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은이는 가족을 정말 너무 사랑하는구나?”
 

 

그러나 명은이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라고 표현하는 명은이의 말과는 다르게 나는 선생님의 말이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앞서 말했던 명은이의 행동 때문이다. 너무나 사랑하기에 바꾸려고 했지만, 너무나 사랑하기에 들키고 싶지도 않은 마음.

 

명은이도 그 순간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가족을 바꾸려고 했구나. 엄마, 아빠의 나쁜 점을 크게 만들어 그 점을 지독하게도 미워했구나.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선 내가 먼저 그 사람을 사랑스럽게 말해야 한다는 것을. 명은이가 엄마 아빠를 미워했기에 주변에서도 부모님을 틀린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 늘었고, 심지어 친오빠 또한 부모님을 안 좋게 이야기했기에 그녀의 오해와 미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먼저 사랑하고 존중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약속이다. 사랑한다고 가두려고 하고, 멈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시선에서 상황을 바라보려는 노력. 그 노력이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 관계가 더욱이 가족이라면, 이 노력을 매일매일 해야 하지 않을까.

 

명은이에게는 가족은 늘 ‘물음표’였다. 틀리지만 사랑해야 하는 존재. 그러나 명은이는 글을 통해 증명했다. 틀려서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가두려고 했던 자신의 모습은 사랑하기 때문이었음을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가족들을 안아주었다. 아주 힘껏. 바꾸려고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그리고 내 머릿속에도 그려졌던 물음표들을 지우면서.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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