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윌리엄 클라인, 《DEAR FOLKS》 [미술/전시]

현대사진의 선구자 윌리엄 클라인의 사후 첫 회고전
글 입력 2023.06.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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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수)부터 서울 종로구 삼청동 뮤지엄한미에서는 윌리엄 클라인(William Klein, 1926-2022)의 회고전 《DEAR FOLKS》가 진행중이다. 전시는 지난 해 작고한 그의 사후 첫 회고전으로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주요 작품 130여점과 자료 40여점을 8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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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클라인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은 분명 그의 <뉴욕> 사진집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총을 들고 분노에 찬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년을 촬영한 사진은 가장 잘 알려진 사진 중 한장이며, 그가 <뉴욕 New York>에서 추구했던 이미지의 특징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클라인은 이 작업에서 사진가의 주관적인 시선으로 도시와 시민들을 바라보았고, 새로운 사진의 패러다임을 연 선구자로 불린다.


하지만 뮤지엄 한미의 전시는 작가를 단순히 도시의 모습을 기록한 역사가로만 규정하지 않는다. 윌리엄 클라인은 사진 작업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화가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영화 제작자 이기도 했다. 2015년 처음 클라인과 만나 전시 기획을 시작한 뮤지엄한미는 길었던 준비 기간 만큼 작가의 예술세계에 대한 전방위적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예술가로서 작가의 진면모를 살피고 있으며 광범위한 그의 작업을 연대별, 장르별로 정리해 보여준다.

 

 


초기 회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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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윌리엄 클라인의 1550년대 초기 추상 회화와 포토그램을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1926년 뉴욕에서 태어나 자랐고, 1947년부터 제 2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파리에 정착하게 된다. 당시 작가가 관심을 가졌던 예술과 건축의 결합 추구와 기하학적이며 수학적 원리를 적용한 구성적 특징은 이후 작가의 예술실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움직이는 다이아몬드 Moving Diamonds>를 확대해 제작한 회전식 패널은 작가가 카메라 없이 암실에서 만든 사진 추상과 건축적 응용에 대한 관심을 결합한 작품이다. 그는 실내 공간에서 쓰이는 회전식 칸막이를 돌릴 때 물체가 흐려지는 장면을 마음에 들어했고 이 장면을 암실에서 카메라 없이 포토그램으로 제작해 확대한 뒤, 여러 버전의 회전식 칸막이에 조립해 디자인으로 접목시켰다. 전시장 가운데 위치한 회전식 패널은 1952년 작품의 복제품으로 작가가 이탈리아 건축가들과 협업해 제작한 대형 회전식 칸막이의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다.

    

 

 

도시 사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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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클라인은 1954년 보그(Vogue)의 아트 디렉터 알렉산더 리버만의 초청을 받아 뉴욕으로 돌아온다. 리버만과 함께 잡지 일을 하며 작가가 바라본 뉴욕은 번화하고 인파로 붐비는 소란스러운 모습이었다. 클라인이 8개월간 뉴욕에 머물며 촬영한 사진들은 이러한 분주하고 정신없는 현대 도시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한다. 당시 촬영된 사진들은 이후 그가 직접 모든 것을 구상한 사진집 『Life is Good & Good for You in New York: Trace Witness Revels』를 통해 공개되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1층 갤러리 4에는 윌리엄 클라인이 뉴욕에서 8개월간 머물며 촬영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클로즈업된 얼굴, 분명하지 않은 포커스, 통일성 없는 다양한 구도는 가히 반사진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기존의 사진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본 결과물이다. 작가는 도시의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이들과 함께 어우러졌다. 그는 현대 도시의 익명성과 개인주의보다는 도시 구성원들의 정체성과 개인이 지닌 감정을 사진에 담아내길 원했다. 정확히 렌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사진은 우연적인 순간의 포착이 아니다. 하지만 작가는 피사체의 촬영 동의를 구한 뒤 이들에게 자유롭게 포즈를 취해 달라고 요청해 완전한 연출 사진이 되는 결과를 삼가고 촬영자의 주관적, 무의식적 시선과 피사체의 개성적 특징을 성공적으로 결합할 수 있었다.

 

 

 

다매체 예술가 윌리엄 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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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클라인의 관심사는 회화와 사진 매체에만 국한되지 않았고, 그는 영상 매체를 활용한 작품도 다수 제작했다. 도시 사진과 패션 사진이 걸린 복도를 지나 드디어 전시의 마지막 공간인 갤러리 6으로 이동하면 영화 작품과 <페인티드 컨택트 Painted Contacts>연작을 볼 수 있다. 


클라인은 1955년부터 10년간 패션계에서 일하며 느낀 회의감과 스펙터클 사회에 대한 비평을 그의 첫 번쨰 장편영화에 담았다. 그는 가상의 인물 마구(Maggoo)를 통해 패션계와 스펙터클화된 대중매체의 모순과 약점을 지적한다. 이 외에도 여러 주제를 다룬 영화들을 작가가 직접 편집한 34분 길이의 영상을 통해 전시장 출구 옆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작품과 더불어 회화, 사진, 영화에 대한 작가의 총체적 관심을 모두 결합하고 자신의 작업 활동을 되돌아보며 제작한 <페인티드 컨택트 Painted Contacts>도 전시 후반에 감상할 수 있다. 컨택트 시트(contact sheet)는 하나의 필름에 촬영된 사진을 한 장의 종이에 밀착인화한 것을 말하는데, 클라인은 작가들이 O 또는 X 표시로 크게 인화할 사진을 선택하던 관례를 차용해 이 작품을 제작했다. 컨택트 시트의 사용, 3장의 사진이 시간순으로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영화적 구성, 색이 있는 선을 컨택트 시트 위에 그려낸 회화적 요소가 모두 결합되어 회화, 사진, 영화를 넘나들었던 클라인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윌리엄 클라인의 예술과 뮤지엄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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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인은 사진 매체를 이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사진을 통해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드러내 현대 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뮤지엄한미의 전시는 그동안 도시의 모습을 찍은 사진가로 알려져 있던 윌리엄 클라인을 광범위한 그의 작품 세계를 통해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예술가로서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사진’을 빼고 명칭을 바꾼 뮤지엄한미가 개관전에서 사진 미술관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한국사진사를 주제로 했다면,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서는 윌리엄 클라인을 단순한 사진작가가 아닌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예술가로 보여주었다. 이번 회고전은 새로운 본관 개관과 함께 재탄생한 뮤지엄한미가 앞으로 걸어갈 행보에 더욱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박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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