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같은 가을 아래 사는 당신

멧비둘기는 사랑과 우정의 상징
글 입력 2023.06.1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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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태명은 시월. 10월에 만난 아이여서다. 그래서인지 내 이름의 끝 글자는 가을 하늘이라는 뜻을 가졌다. 평생 남의 이름을 훔쳐 듣는 기분으로 불려왔지만 그 글자 하나만은 나의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최근 정말 우연한 기회로 좋아하는 친구의 이름 첫 글자가 그것과 같다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 나의 가을에 같이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리고 미운 마음이 들 것 같다고 생각해왔지만 어쩐지 생각보다 괜찮았다. 우린 같은 것을 공유하는 사이라는 느낌이 들어 조금 특별한가 싶기도 했다.

 

이런 마음은 입 밖으로 낸 적이 없다. 나중에는 꼭 말해 줘야지, 너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순간에 나도 모르는 척 고백해야지 하다가 이제야 마음을 전해 본다.

 

몸이 좋지 않은 와중에도 정성스럽게 답변을 해준 나의 친구에게 감사의 말로 인터뷰를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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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문학을 전공하고 이것저것 넓고 얕게 덕질하는 걸 좋아하는 멧비라고 합니다. 

 

 

Q2. 관심사가 굉장히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취미라고 할 만한 것들이나 좋아하는 것들 혹은 사람들에 대해 조금 설명해 주시겠어요?

 

: 제가 좀 넓고 얕게 이것저것 좋아하는 편이라…아이돌 세븐틴,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오버워치 프로팀인 상하이 드래곤즈, 그리고 평소에 이런저런 웹소설을 많이 읽는 것 같아요. 전부 좋아하게 된 시기는 다르지만 나름대로 오랫동안 좋아해온 대상이에요.

 

테일러의 노래는 그냥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듣다 보니 좋아하게 됐고, 웹소설도 어릴 때 인터넷 소설을 읽던 취미가 자연스럽게 넘어와서 거의 10년 가까이 읽고 있고요. 세븐틴이나 상하이 드래곤즈의 경우 대학교에 진학하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외부활동을 줄이다가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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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좋아하는 것을 잘 좋아하는 일은 힘든 것 같습니다. 그런 힘듦은 때로 나의 변화로부터 나오기도 하고 상대의 변화로부터 시작되기도 하는데요.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혹은 누군가의 팬으로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나요?

 

: 너무 좋아해서 힘들다는 말처럼, 좋아하는 마음이 과해지면 과몰입하게 돼서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대상에 집착하게 되면 온갖 사소한 것들로 속상해지더라고요.

 

팬 커뮤니티에 글을 남기지 않는다거나 개인 방송을 켜주지 않는다거나, 내가 남긴 응원 댓글에 답을 해주지 않는다거나… 정말 사소한 건데 하나하나가 너무 속상해서 나중엔 혼자 땅굴을 파고 있는 때도 있고요. 어느 날 문득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든 이후로는 좋아하는 대상과 의식적으로 거리를 지키려고 하는 것 같아요.

 

 

Q4. 좋아하는 것을 더 이상 예전만큼 좋아하지 않게 되었을 때는 으레 상실감이 느껴지곤 합니다. 어딘가 허전하고, 난 여전히 그것을 좋아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관성처럼 주위를 맴돌기도 하는데요. 이런 "탈덕 부정기" 현상을 겪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 사실 올 초에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지쳐서인지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감흥이 없어진 적이 있어요. 사실 덕질이라는게 인생의 전부도 아니고, (정신적으로는 당연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인생의 성취에 있어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편인데 좋아하는 마음이 식으니까 거짓말처럼 마음이 공허해지더라고요.

 

작년 말부터 상하이에 대한 마음이 살짝 사그러들고 있었는데 이게 마음이 지친 시기와 겹치면서 탈덕이라는 걸 인정하게 됐던 것 같아요. 작년 말부터 탈덕 상태였는데 인정하는데 몇 달이 걸린 거더라고요.

 

지금은 많은 일을 겪고 다시 상하이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휴덕보다는 잠깐 탈덕했다 재입덕했다는게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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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문화를 향유할 때 주로 감상을 친구들과 나누는 편이신가요, 혹은 혼자 가지고 계시는 편인가요? 그 방식은 어떠한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감상을 공유하기보다는 혼자 간직하는 편인데, 아직 남들 앞에서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구구절절 얘기하는 게 좀 부끄럽게 여겨지는 것 같아요.

 

평소에 이런저런 감상을 많이 남기는 편이 아니라 사랑이 과할 때, 그러니까 흥분 상태에서 감상을 쏟아내게 되는데 나중에 정신이 들고 나서 그런 글을 보면 부끄러워져서 감상을 남겼다가도 금방 지우게 되는 것처럼요.

 

주로 블로그에 절절한 사랑고백이나 이런저런 감상을 남기고 비공개로 돌린다고 할까요? 혹은 저와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붙잡고 얘기하거나요. 같은 대상을 좋아하는 친구들 앞에서는 좀 덜 부끄러워지거든요.

 

 

Q6. 나는 별로 끌리지 않지만 타인이 즐겨 향유하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장르 혹은 문화의 한 분야가 있을까요?

 

친구 중에 뮤지컬을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사실 저는 뮤지컬에 그렇게 큰 재미를 느끼진 못해요. 그래도 친구가 좋아해서 친구를 따라다니며 유명한 뮤지컬을 두어 편을 본 적이 있어요.

 

저는 짧은 시간 내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하다 보니 좀 개연성이 떨어지거나 이야기 전개가 너무 빠르게 진행된다고 생각해 뮤지컬과는 안 맞는다고 했는데, 제 친구는 뮤지컬 스토리보다 음향이나 무대 연출에 좀 더 집중해서 본다고 얘기해주더라고요.

 

친구를 따라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와 의상, 무대 장치에 신경을 쓰다 보니 약간 관심이 생기고 있는 것도 같아요. 요즘에는 뮤지컬 레드북이 궁금해서 한 번쯤 보는 건 어떨지 고민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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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벌써 일 년의 반이 지났습니다. 지난 반 년을 되짚으며 앞으로의 반 년을 계획한다면 어떤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싶으신가요?

 

: 올해는 솔직히 바빠서 문화예술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 하반기에는 상반기에 즐기지 못했던 문화예술을 좀 더 즐겨보고 싶어요. 사실 얼마 전에도 학교 연영과와 뮤지컬과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일정이 안 맞아서 포기했거든요.

 

하반기에 좀 더 여유가 생긴다면 록페스티벌이나 다른 공연이나 콘서트를 관람하고 싶어요. 요즘 음악 연주회나 공연이 좋더라고요. 작년에 히사이시 조 영화음악 콘서트와 세븐틴 콘서트를 다녀온 영향인 것 같아요.

 

*


친구는 내가 여지껏 알아 온 사람 중 가장 둥근 마음을 가졌다. 쐐기풀 더미 같은 나의 마음과 전혀 다른, 가장 좋은 매트리스 같은 마음. 삶의 궤적에 있어 이 친구와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행운으로 여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찾기 드문 마음의 주인이다.

 

나는 친구를 안 순간부터 이 사람이 적어 주는 말들이 좋았고 시선의 구도를 닮고 싶었고 마음의 넓이를 질투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원래 사랑이나 우정 같은 이름을 붙이는 것들이 다 그런 것에서부터 시작하지 않나.

 

올해의 가을 하늘은 우리에게 조금 더 친절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김지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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