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7일간의 아름다운 프랑스 명화 여행 - 도서 '미드나잇 뮤지엄 파리'

하루의 끝, 혼자서 떠나는 환장석인 미술관 여행
글 입력 2023.06.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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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언젠가 훌쩍 유럽 여행을 떠나 보고 싶다는 꿈이 있다. 코로나 시국이 겹쳐서,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아서, 상황이 이래저래 맞지 않아서. 지금은 가슴 한 켠에 고이 품고만 있는 꿈이지만 혹시 또 모른다. 가끔은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나답게 만사 제쳐두고 훌쩍 떠나버릴지도. 


그 중 에펠탑이 거리 한복판에 떡하니 존재하는 ‘프랑스의 파리’란 언제나 내 머릿속 유럽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어감조차 어쩐지 낭만적이다.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트 언덕, 에펠탑까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볼거리들이 한가득인, 내겐 언젠가 꼭 여행해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라고나 할까. 


‘미드나잇 뮤지엄 파리’는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파리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프랑스 공인 문화해설사인 작가 박송이는 12년간 파리에 살며 직접 방문한 130여개의 미술관과 박물관 중 가장 인상적인 미술관을 소개한다. 특히 이 책에서 다루는 40개의 작품은 작가 개인은 물론 많은 관람객이 유독 감동하고 위로받은 그림들로 엄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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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또한 매우 흥미로운데, 1장에서는 파리에서 하루 정도 시간을 할애하면 좋을 대표 미술관들을 소개한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센터, 오랑주리 미술관, 로댕 미술관에서 먼저 미술가의 큰 흐름을 훑으며 파리가 사랑한 대표 화가와 작품들을 소개한다. 2장에서는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파리에서 반나절 정도 시간을 보낼 만한 조용하고 한적한 작은 미술관들을 소개한다. 


특히나 첫째 날, 둘째 날, 셋째 날과 같은 목차로 박물관을 소개하는 구성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루하루 파리의 미술관을 직접 돌아보며 관람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작가가 소개하고 이끄는 대로 매일 한 챕터씩 미술관을 읽고 관람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일주일 만에 파리의 가장 아름답고도 빛나는 작품들을 한가득 알아갈 수 있다. 


작품마다 화두를 시작하는 작가의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능력도 돋보인다. 프랑스의 미술이나 역사에 전혀 문외한인 나조차도 어느새 빨려 들어가듯 집중해 읽고 있었다. ‘루브르에서 가장 슬픈 그림’이라니, ‘어떤 속박에도 자유로운 파랑의 세계’라니, ‘5만명이 돈을 내고 구경한 그림’이라니. 궁금증과 호기심을 참지 못해 한 장 한 장 자꾸 책을 넘기게 된다. 그림 하나에 담겨있는 작가의 생애, 이야기, 당시의 미술 사조, 그 순간 프랑스의 시간까지, 마치 한 편의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물 흐르듯 설명이 이어져 나간다. 


그림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하나의 그림 속엔 사실 이렇게 많고 많은 누군가의 삶이 담겨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림으로 누군가의 삶과 어떤 시간을 읽는다는 건 참으로 매력적인 것 같다. 무엇보다 진솔하게 미술과 작품을 사랑하는 작가의 사랑이 느껴진다. 그림 하나에 이렇게 방대하고 해박한 지식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는 건 무언가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고선 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구보다 친절하고 다정한 작가의 글을 따라 만난 프랑스 파리는 그만큼 열정적인 예술의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도시였다. 


르누아르,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로댕, 몬드리안, 폴 세잔, 밀레 등등 나도 어디선가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본 세계적인 화가들이 등장할 때마다 ‘이렇게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부 프랑스에 전시되어 있다고?’라는 놀라움이 들었다. 정말 그야말로 예술의 도시 아닌가. 


루브르 박물관에 상설 전시 중인 3만 5000여 점의 작품을 한 작품당 10초씩만 본다고 해도 꼬박 4일이 걸릴 정도라고 한다. 그 거대함과 웅장함이 감히 가늠이 되지 않아 또 놀랐다. 한 번의 방문으로 루브르 전체를 관람하기란 불가능하기에 유명한 작품들 위주로 감상을 계획하거나 꼭 보고 싶은 작품들을 정해두고 관람하는 것이 곧 시간과 체력을 아끼는 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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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녘의 항구, 클로드 로랭(1650), 137 X 130cm, Musee du Louvre, Paris

 

 

이 책을 읽으며 내겐 프랑스 파리에 간다면 꼭 내 눈으로 보고 싶은 작품들이 몇 점 생겼다. 그 중 하나는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클로드 로랭의 ‘해 질 녘의 항구’ 작품이다. 


클로드 로랭은 19세기에 등장하여 ‘대기의 화가’라 불린 윌리엄 터너나 클로드 모네보다 이미 150년 전에 빛의 아름다움을 그린 작가였다. 프랑스 동부 로렌 지역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났던 로랭은 요리사 일을 하며 고용주의 어깨너머로 회화의 기초를 배웠고, 점차 빛의 효과를 담은 자신만의 화풍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로랭이 활동하던 17세기 풍경화는 그리 인정받는 장르가 아니었다. 풍경이란 그저 장면의 배경으로 인식됐기 때문에 더더욱 로랭의 성공은 특별했다. 그의 그림 속에서는 풍경이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고, 전통 회화에서 중요시되던 인물은 하나의 요소로 존재할 뿐이었다.


낮과 밤의 경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보여주는 배와 육지, 늘 그 자리에 있는 건물과 파도를 타고 여기저기 떠도는 배까지. 수평선 너머로 저무는 붉고 아름다운 노을에 비친 풍경 속에 인간과 자연은 조화롭게 담겨있다. 어쩐지 아름답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내 마음속에 성큼 다가왔던 작품이다. 


꼭 방문해보고 싶은 작은 미술관도 생겼는데 쥘 마르모탕과 폴 마르모탕 부자에 의해 탄생한 ‘마르모탕 미술관’이 그러하다. 대표적인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클로드 모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기도 하다. 새벽녘의 공기를 색으로 표현한 모네의 ‘인상, 해돋이’라는 작품을 꼭 실물로 감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7일간 ‘미드나잇 뮤지엄 파리’를 통해 만난 파리는 참으로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예술의 열정으로 빛나는 도시였다. 첫 번째 여정인 '파리'를 시작으로, 앞으로 준비 중인 2권의 '이탈리아', 3권의 '뉴욕', 4권의 '유럽' 여행 또한 무척이나 기대된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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