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름답고 무한한 사랑 이야기 - 춘향, 날개를 뜯긴 새

색다른 현대와 전통의 조화
글 입력 2023.05.3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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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햇살 가득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나오는 소담한 정동극장을 참 좋아한다. 저번에 방문했을 때에는 꽃피는 봄이었는데, 어느새 푸르른 녹음이 우거진 여름이 다가오는 중이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 정동극장에서, ‘춘향 날개를 뜯긴 새’ 공연을 보았다.

 

 

세상이 아름답다고 느낀 순간부터, 나에겐 자유가 없었다


자유로이 세상을 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세상은 춘향의 것이 아니었다.

폭력적인 권력 아래 신분의 굴레가 그녀를 구속했고,

세상의 시선은 점차 날카로운 칼이 되어 춘향의 날개를 뜯어갔다.


춘향은 사라지고, 기생이란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 어느 날.

어디선가 한 남자가 다가온다. 몽룡이다. 

그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 사람도 날개가 뜯겨 있었다는 것을.

 

- 춘향, 날개를 뜯긴 새

 


첫 시퀀스와 소개부터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기생의 딸로 태어난 순간부터 자유를 억압받는 삶이 곧 운명이었던 춘향, 그리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날개 꺾인 존재였던 몽룡. 둘은 같은 처지인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에 빠진다.

 

전통적인 춘향의 이야기에 현대적 해석과 설정을 섞은 것이 매우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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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그 이상으로 너무 아름답고 볼거리 많은 공연이었는데, 특히나 바닥의 조명이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했다.

 

때론 단아한 문양으로, 강렬한 색감으로, 드넓은 풀밭으로, 또 때론 푸르고 무한한 은하수로 수놓아지는 바닥의 조명에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다채롭고 다양한 조명 아래에서 무대는 무한한 공간이 되었다.


춘향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주제를 전달하는 상징으로도 색채가 활용되었는데, 자유와 억압이라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의미를 색채로 표현해 전달했다. 시각적으로 두드러진 푸른빛고 붉은빛, 먹빛과 흰빛의 대조는 등장인물의 내적 갈등과 공연의 주제를 한눈에 효과적으로 강조한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방식의 무대 공간에서 각각의 단아하고 한국적인 미가 가득한 의복, 디자인들은 한국의 전통적 요소의 현대적인 형태로 해석되며 공연의 깊이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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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광한루에서 춘향이 그네를 타는 장면도 너무 아름답고 멋지게 재현되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천 그네를 타는 춘향의 몸짓과 아름답고 경쾌한 음악이 어우러져 보는 관객들도 흐뭇하게 미소짓게 되었다. 한국무용, 사물놀이, 타악 등 다채로운 전통예술이 어우러진 모든 장면들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하늘하늘하고 아름다운 의복들과 부드럽고 강인한 안무들도 또 다른 볼거리였다. 무용이나 발레 공연을 볼 때마다 사람의 몸이란, 그 선과 흐름이란 정말 아름다운 것이구나,를 깨닫는다.

 

때론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게, 또 때로는 그 무엇보다도 강인하고 세차게 움직이는 모든 순간들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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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꼽으라면 역시 춘향과 몽룡이 달빛 아래에서 처음으로 만나 서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다.

 

영롱하고 적막한 달빛의 조명, 그리고 은은하게 빛나는 무대 위 등불들까지 낭만적이고 아름답기 그지 없는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장면이었다.


억압의 주체로 표현되는 변학도와 춘향이 직접 맞설 때는 어쩐지 숨을 죽이고 보게 되었다. 팽팽한 끈, 감옥의 창살, 기다란 장대, 하늘하늘한 천까지 다양하고 다채로운 소품들은 매 장면들을 색다르고 풍부하게 표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매 장면들이 인상적이고 기억에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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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은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이야기이다. 구비전승되고 전래 되어, 현대인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유명한 이야기이다.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란 언제나 즐겁고 흥미로운 법이다.

 

춘향전 원작 또한 선남선녀인 춘향과 몽룡의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애정 소설이다. 광한루 아래에서 그네를 타는 모습에 첫눈에 반하고, 달밤 아래에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들이란 참으로 낭만적이다.


이러한 춘향전 원작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애정 소설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채, 주체적인 춘향과 몽룡의 처지를 재해석하여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그러한 이유로 모든 장면들이 그대로였으나 뻔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아름다웠다. 오히려 원작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녹여냈다는 점에서 정말 훌륭한 공연이었다. 


공연 이후에 공연장을 나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낭만적인 여운에 한동안 잠겨 있었다. 기대 그 이상의 신선함과 아름다움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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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청솔
    • 어제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
      춘향, 날개를 뜯긴 새 공연을 봤습니다

      독특한 조명과 스크린, 출연진의 힘찬 안무들
      그리고 춘향과 몽룡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에
      가슴 뭉클함도 느꼈지요
      다알고 있는 이야기인데도 그런 마음이 들었던건
      연출과 안무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궁금한게 있어요
      처음 시작 부분에서 노래한 그 출연자의 이름은
      리플렛의 출연진의 소개란에도 없더군요

      혹 그 소리의 출연자를 알 수 있나요?
      맑고 청아한 고음에서는 소름이 쫙 돋을만큼 인상적 이었습니다
      처음 서막에서 노래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멋진 공연이니 못 보신 분들
      꼭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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