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쩐지 조금 여유로운 사람이 좋다 [사람]

사과 한 조각의 친절
글 입력 2023.05.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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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하나 손해보지 않으려 기를 쓰는 사람보단 어쩐지 조금 넉넉한 사람이 좋다. 누군가에게 흔쾌히 나눠줄 만한 여유로운 품을 가진 사람이 좋다. 의도치 않은 누군가의 실수를 한 번쯤 눈감아주고, 넘어진 누군가에게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좋다.

팍팍하고 살기 힘든 세상은 삶을 한층 더 각박하게 만든다. 당장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하루하루 앞에서 남에게까지 눈을 돌릴만한 여유는 없다. 어쩌면 우리 안에 가지고 있었을 어떤 여백도, 여유도, 넉넉한 어떤 마음도 깎이고 마모되고 만다. 여유라는 건 왠지 사치인 것만 같다.

무언가를 넘치게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베풀 수 있을 거라 여겼던 순간이 있었다. 돈이 있으니까, 충분히 형편이 되니까, 그러니까 남에게 베풀 여유도 생기는 거라고. 뉴스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기부 소식을 들을 때마다 똑같이 생각했었다.

병원에 꽤 오래 입원했던 적이 있었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그 시간 속에서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내 옆자리에 입원 중이셨던 어느 아주머니, 그 아주머니가 건네주신 사과 한 조각이다. 직접 집에서 따오셨다는 그 작은 사과가 참 달았다. 어느 날 밤 꼭 잡아주셨던 따뜻한 손도 기억이 난다. 그분께 따뜻한 하루를 많이 빚졌다.

다시 삶에 가까워지고 바라본 세상은 전과는 다른 색으로 내게 다가온다. 생각보다 더 자주, 많이 누군가에게 베푸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을 내 주변에서 발견한다. 꼭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작은 친절, 웃음, 배려 같은 것들이 오고 간다.
 
대중교통에서 다리가 아픈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꼭 남들보다 대단히 무언가를 더 가지고 있어서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 상황과 형편이 넉넉할수록 마음이 여유로워지기 쉬운 것은 맞지만 그것이 꼭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여유롭지 않은 곳에서도, 평범하고 소박하기 그지 없는 풍경 속에서도 언제나 그보다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발견은 언제나 날 놀라게 하고 따스하게 한다.

무언가를 비웃고 냉소하기는 쉽지만,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은 참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으로 강한 사람들은 이런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여유로운 웃음과 따뜻한 친절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아닐까.

틈 하나 없이 매 순간 내 몫을 계산하고 챙기는 사람보단 어쩌면, 조금 덜 받고 부족하더라도 그 틈을 자신의 여유로 메꾸는 사람들이 진정 더 현명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친절과 여유는 돌고 돌테니, 오늘 내가 양보한 자리가 훗날 내가 힘든 날 양보받을 자리로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오늘도 세상은 돌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마음이 작아지는 것 같을 때마다 탁 트인 하늘을 올려다본다. 여름 향기 물씬 나는 바람에 쏴아아 흔들리는 나뭇잎의 소리를 듣는다. 자연은 참 대가 없이 아름답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줄 때도 생색내지 않는다. 결국엔 자연 속의 피조물인 우리가 가장 자연스럽게 산다는 건, 우리 안의 여백 속에 든 여유를 끝내 잃지 않는 건 아닐까.
 
그 여백 속에 가끔은 흘러간는 바람 소리도 담고, 아름다웠던 어느 날의 노을도 담으며 그렇게 살아갈 때 우리는 가장 행복할 수 있는건 아닐까.

언젠가 내가 건네받았던 사과 한 알처럼, 따뜻한 누군가의 친절처럼 오늘의 나도 누군게에게 넉넉한 웃음을 돌려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박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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