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퇴사와 맞바꾼 소중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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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회사 구조조정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단다.
얼마 안 있으면 일 년 차고 연차를 채우고 안 채우고는 중요한 문제이기에 신중한 선택이 필요했다. 원래 술을 자제하고 있었는데 고기를 먹다 맥주 한 병을 들이키고 한순간에 분위기는 얼음판이 되어 있었다. 퇴사 문제는 중요했다. 내가 우리집 가장이니까.
이십 대 어린애가 아니고 구조조정으로 인한 희망퇴직 처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이 필요한 순간이다. 많은 이들의 블로그, 브런치 글을 검색해 보기도 하고 이게 정말 맞는지 주변 지인들에게 상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선택은 이미 한곳으로 정해져 있었다.
어떻게든 살아나가겠지! 시간 VS 돈
당장 일주일 만에 생각하고 일주일 만에 짐을 싸 나가야 했다.
회사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미 남아있고 떠날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대부분의 퇴사는 다음 일할 이직처를 마련해두고 가기 마련인데 당장 내게 필요한 건 ‘쉼’이었다.
한번 결정하면 그대로 실행에 옮기고 절대 굽히지 않는 편이라 경영지원팀에 내 의견을 말했다.
희망퇴직이 금요일 마감이라면 나는 접수를 시작하는 월요일에 면담 신청을 했다. 주변 사람들이 앞으로 뭐 할 꺼예요? 앞날을 걱정해 준다. 우스갯소리로 어떻게든 먹고살아야죠. ‘안 되면 공병이라도 주워야죠’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책상 정리를 하면서 물건은 참 많이도 쌓아놨네 싶으면서도 하루하루 비워져 가는 자리를 보며 실감이 났다.
퇴사 후 일주일간은 쉬는 것에 집중했다. 지쳐있던 몸과 마음을 힐링하기 위해 늦잠도 자보고 강아지와 시간도 보내고, 정말 평범한 시간을 보냈다.
어느 한 날은 낮에 광합성을 맞으며 한 발자국씩 걸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살짝 부는 바람이 내 머리칼을 쓸어넘겼다. 기분이 좋았다. 이게 바로 ‘살아있는 거구나’ ‘제대로 힐링 받는 게 이런 거구나’를 곱씹었다.
누군가에게 돈과 시간 중 무얼 선택하고 싶냐면 시간이라고 할 것이다. 많은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겠지.
돈은 벌면 되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
모든 퇴사러들에게 용기와 응원을 보낸다
자의든 타의든 퇴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게 이직을 위해 더 큰 곳을 가는 것이든 새로운 길을 찾든, 퇴사에는 분명 불확실과 불안함, 당장의 수입이라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시간을 통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얼 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길을 묻기도 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기도 하며 꿈꾸던 일을 하기도 한다.
퇴사가 끝은 아니니까.
[최아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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