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히게단디즘의 사계절 - Official髭男dism [음악]

Official髭男dism이 들려주는 사계절의 이야기
글 입력 2023.03.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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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들을 때 선율과 가사 중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필자는 무조건적으로 선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창 노래를 듣다가 빨려 들어가듯 집중하게 되는 순간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때 가사는 이미 휘발되고 선율만이 남아 있게 된다. 그래서 가사보다는 선율이 취향인 노래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필자는 한국어로 쓰인 노래를 즐겨 듣는다. 한국어로 쓰인 노래는 선율만 들리는 집중 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언제든 가사의 흐름을 다시 캐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 노래는 그렇게 선호하지 않고, 외국어로 된 노래를 듣는다고 해도 조금만 귀를 기울이면 가사의 뜻을 알 수 있을 팝송 정도를 듣는다. 그래서 필자의 플레이리스트엔 외국어로 된 노래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그런 필자의 플레이리스트에 최근 다수의 외국 노래가 추가되었다. 


바로 일본의 밴드 ‘Official髭男dism’의 노래들이다. 


Official髭男dism (이하 히게단) 은 보컬과 피아노의 후지하라 사토시, 베이스의 나라자키 마코토, 드럼의 마츠우라 마사키, 기타의 오자사 다이스케 4명으로 이루어진 4인조 밴드이다. 이들은 2012년 결성해 2015년 4월 1일 인디 밴드로 데뷔하였고, 2018년 4월 11일에 메이저 그룹으로서 싱글 1집을 발매하였다. 이들은 현재 오리콘 스트리밍 차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인기 밴드로 성장하였다. 


히게단의 대표곡으로는 ‘Pretender’가 있는데, 이 곡은 현재 유튜브 조회수 4.5억 뷰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필자 역시 이 곡으로 히게단의 음악에 빠지게 되었다. ‘Pretender’는 밝은 선율과는 다르게 슬픈 뜻의 가사를 담고 있는데, 이 상반되는 매력이 자꾸만 이 곡을 듣게 만들었다. 연인의 곁에 늘 함께 있어도 결국에는 그저 관객에 불과하다는 서글픈 가사를 자꾸만 곱씹게 됐다. 


그렇다. 선율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던 필자가 가사를 신경 쓰게 됐다는 말이다. 


그만큼 히게단의 노래는 아름다운 가사가 특징이다. 도대체 어떤 사랑을 했길래 이런 노랫말을 쓰나 싶은 사랑 노래도 있고, 지치고 힘든 날엔 위로가 되어주는 따스한 격려의 노래도 있다. 몽글몽글한 감성의 노래도 있고, 성숙한 감성의 노래도 있다. 히게단의 노래는 이렇게 다채로운 매력이 가득하다. 


그렇다고 히게단의 노래가 가사만 아름다운 건 아니다. 멜로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필자의 취향도 함께 만족시켜줄 만큼 히게단의 밴드 사운드는 정말 뛰어나다. 특히, 노래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도입부가 언제나 인상적인 편인데, 베이스와 기타, 드럼, 피아노가 한데 어우러지는 도입부는 노래의 흥미를 증폭시키기 충분하다. 


무엇보다 히게단의 노래의 가장 큰 특징은 1절과 2절의 사이에 간주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노래에서 1절이 끝난 후 간주가 이어지고 2절이 시작되지만 히게단의 노래에서는 간주를 찾아보기 힘들다. 1절이 끝나면 곧바로 2절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이 부분이 굉장히 신선했는데, 노래륻 듣다 보니 1절의 여운을 그대로 2절까지 끌고 가는 히게단의 실력에 감탄하게 됐다. 또한, 히게단의 노래는 전부 상당히 긴 편인데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끔 음악을 전개하는 실력에도 감탄하게 된다.


이렇듯 가사와 멜로디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은 히게단의 노래를 몇 곡 추천해보려고 한다. 계절 별로 잘 어울리는 노래를 세 곡씩 골라보았다. 필자가 좋아하는 노래들 중에서도 엄선하여 고른 곡들이므로 꼭 한 번씩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히게단의 봄



* 시작의 아침 (始まりの朝)

 

 

 

누구나의 가슴을 들뜨게 할 4월의 비트에 늦지 않도록 

스피드를 올려서 달리고 달려 꽃잎을 제치고 나아가 

새 운동화가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있어.

 

 

히게단의 ‘시작의 아침’은 정말이지 봄을 가득 담은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웅장한 퍼커션으로 시작하는 전주는 듣는 것만으로도 한껏 벅차오르는 기분을 선사한다. 두근거리는 퍼커션과 피아노의 조화, 그리고 베이스와 코러스의 강조는 어디로든 나가고 싶게 만든다. 또한, 희망찬 가사는 자연스럽게 힘이 들어가는 발걸음을 다독여주는 것만 같다. 


봄은 사계절의 시작이지만, 사실 한 해를 시작하는 가장 처음의 계절은 겨울이다. 그런 겨울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한 해의 시작을 몇 번이나 미루곤 한다. ‘시작의 아침’은 그런 우리의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격려와 응원의 말을 전해준다. 


‘시작의 아침’은 새롭게 시작된 한 해에 적응하지 못하고 마냥 포근한 겨울 이불에 파묻혀 있고 싶은 마음을 깨워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주는 노래다. ‘우리들의 봄이 시작되는 시작의 아침’ 이라는 가사를 들으며 봄의 아침을 깨워보는 건 어떨까?

 

 

* 115만 킬로의 필름 (115万キロのフィルム)

 

 

 

지금부터 부를 곡의 내용은 내 머릿속 얘기야. 

주연은 물론 너고 나는 조연이자 감독, 그리고 카메라맨. 

눈 안쪽에 있는 필름으로 만드는 영화 얘기야.

 

 

‘115만 킬로의 필름’은 일생의 사랑을 노래하는 노래다. 연인과 함께하며 눈에 담았던 장면들을 영화로 만들자며, 함께했던 추억들을 반추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필름을 채워나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115만 킬로미터의 필름을 재생하려면 8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니, 결국 한평생 함께하자는 말이다. 단순히 아름다운 추억들을 이야기하는 노래가 아니라 싸우거나 울었던 날들도 기억하며 그 부분마저도 소중한 날이니 잊지 않고 잘 기억해두겠다는 부분이 정말 인상 깊었다. 


‘115만 킬로의 필름’은 밝고 부드러운 멜로디와 낭만적인 가사가 어우러져 완벽한 봄 내음을 풍기는 노래다. 기분 좋은 봄바람이 부는 날, 이 곡과 함께 꽃길을 걸어보면 좋겠다. 

 

 

* HELLO

 

 

 

HELLO 360도 우리를 둘러싼 이 세상의 Beautiful

나도 모르게 잊고 있었어. 상처 없이 살아가기 위해 벽을 세우고 있었다는 걸. 

그런 건 이젠 더 필요 없다고 깨닫게 해준 나의 히어로.

 

 

'HELLO'는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노래이다. 뭔가 스스로의 기준도, 자신 자체도 잃어버린 것만 같은 막막한 세상 속에서도 내 곁에 있는 한 명쯤은 언제나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있다. 정말 고마운 사실이지만, 그걸 깨닫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런 우리에게 히게단은 불안한 감정들을 함께 치유해버리자고 말한다. 


이 곡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단연 전주라고 할 수 있다. 웅장하게 울려 퍼지는 전주 속 쿵쿵거리는 드럼 소리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준다. 그 후에 들리는 일본식 발음의 Hello, 하-로 는 꼭 히어로와 비슷하게 들려서 가사 속 히어로를 떠올리게 만든다. 


‘HELLO’를 듣다 보면 내 곁에 있는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사 중에 ‘상투적인 말도, 좌우명도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소박한 히어로’라는 말이 나오는데 필자에겐 이 가사가 거창한 뭔가가 없어도 누군가에게만은 소박한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기분 좋은 희망이 가득 퍼져 나가는 느낌이 든다. 

 

 

 

히게단의 여름



* 파라보라

 

 

 

아직 멀고 불확실하고 흐릿해 보이는 이상적인 모습도

그것을 앞지를 만한 궤적을 그려갈 수 있어. 

가슴 속에서 몰래 숨 쉬고 있던 꿈이라면 

반드시 내가 제대로 이루고 말 거야. 

굳은 맹세를 지금 할게.

 

 

청량한 전주가 단숨에 무더운 여름을 물리쳐버리는 이 곡은 ‘Parabola’라는 곡이다. 파라보라는 포물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곡을 작곡하고 작사한 보컬 후지하라 사토시는 인터뷰에서 인생을 그래프로 나타냈을 때, 지금은 모두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과거와 현재, 미래의 자신은 결국 하나의 선 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삶이란 어떤 포물선을 그리는 그래프라고 생각해서 제목을 파라보라라고 지었다고 한다. 더불어, 과거의 자신에게 구원받은 현재의 자신은 미래의 자신이 본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의도가 담겨 있어서 그런지, ‘Parabola’는 상당히 희망적인 가사를 담고 있다. 지금은 미래가 불확실해 보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그것을 앞지르는 궤적을 그려 보이겠다는 말은 미래에 대한 의지를 다지게 해준다. 


‘Parabola’는 가사와 더불어 청량한 멜로디가 매력인 곡이다. 잔잔하면서도 시원한 멜로디는 꼭 윤슬이 빛나는 여름의 바다, 혹은 조금은 후끈함이 느껴지는 한낮의 여름 산책길을 떠오르게 한다. 그렇게 여름 속을 한 없이 걷다 보면 언젠가 불어오는 한 줄기의 바람이 있다. 이 곡은 꼭 그처럼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불어올 바람을 기다리게 만든다. 곧 다가올 여름에 들어보면 좋겠다. 

 

 

* I LOVE...

 


 

높아지는 사랑 속 변하는 심정 속 찬란히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수조 속에 뛰어들어 녹은 그림물감 같이 불규칙해. 

혼자서는 알아채지 못했을 거야, 이렇게 또렷한 색채를. 

I LOVE... 그 다음을 보낼 수 있게 해줘.

 

 

강렬한 전주가 돋보이는 이 곡은 ‘I LOVE...’라는 곡이다. 도입부의 전주에 홀려 노래를 듣다 보면 베이스의 소리가 무게감 있게 곡을 끌고 가는 걸 눈치챌 수 있다. 은은하게 들리는 베이스 소리가 음악의 중심을 잡아주면, 그 소리에 맞춰 피아노 소리가 아름답게 색을 덧칠하고 있다. 


‘I LOVE...’은 어딘가 아련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차마 ‘사랑하다’ 라는 동사의 목적어를 붙이지 못할 정도로 떨리고 조심스럽지만, 그 사랑 때문에 생긴 변화는 또렷하게 느끼고 있는 게 분명하게 전달된다. 상대를 인식한 후로 몰라보게 달라진 세상 속에서 그 변화의 원인인 사랑을 규명해나가려는 내용의 가사가 정말이지 인상 깊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서로를 받아들인 우리, 이름도 없는 밤이 깊어 가’ 라는 가사가 너무 예뻐서 도대체 이 사람은 어떤 사랑을 했길래 이런 아름다운 가사를 쓸 수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I LOVE...’은 약간은 선선한 여름의 밤과 잘 어울리는 노래다.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여름밤을 산책하면서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 숙명 (宿命)

 


 

기적이 아니라도 좋아, 아름답지 않아도 좋아. 

삶의 보람이라는 녀석이 빛나고 있으니까. 

닳지 않는 배터리, 영혼이 있는 한 

숙명이라는 녀석을 불태우면서 뛰어볼 뿐이야.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운명이 나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 같을 때가. 분하고 열받는 일들이 겹쳐오는 순간 모든 걸 던져버리고 눈 감아 버리고 싶을 그런 때가. 나는 운명론을 믿지 않지만, 되는 일이 하나 없을 땐 정말로 운명이라는 놈의 손아귀 안에서 놀아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정도니까. 


‘숙명’은 그렇게 무너진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주는 노래다. 사토시는 힘찬 목소리로 우리가 지금 어떤 운명 앞에 직면해 무너져 있어도, 우리의 영혼이 살아 숨 쉬는 한 그 숙명에 맞설 거라고 말한다. 긴장감에서 시작된 불안이 뿌리를 내려와도, 우리는 그것 따위에 절대 지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목소리를 듣다 보면 정말로 꼭 기적 같은 결말이 아니라도 빛날 삶의 보람이 기대된다. 그렇게 되면 또 다시 한번 뛰어볼 용기가 생기는 것이다. 


상당히 직관적인 제목에 걸맞게 이 곡의 전주는 색채가 짙다. 경쾌하면서도 묵직한 멜로디에 그려지는 ‘우리들의 등번호는 뒷모습이 아니야’라는 가사에 희망을 얻으며 뜨거운 여름을 견뎌내기 딱 좋은 노래다. 그렇지만 역시 열정은 시원한 에어컨의 바람 앞에서 불태우는 게 좋겠다. 에어컨 바람 가득한 카페에서 시원한 커피와 함께 이 노래를 들어보길 바란다. 


*


우선, 곧 다가오는 봄과 여름의 노래들을 먼저 다뤄보았다. 가을과 겨울의 노래들은 다음 글에서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필자는 히게단의 노래를 들을 때, 세 번의 신선함을 느낀다. 맨 첫 번째 신선함은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신선함이다. 풍부한 밴드 사운드와 단단하면서도 힘찬 보컬의 어우러짐은 그 자체로도 노래의 퀄리티를 한층 높여준다. 멜로디를 우선시하는 필자를 만족시킨 부분도 바로 이것이다. 


두 번째 신선함은 노랫말의 해석을 찾아보면서 느끼는 신선함이다. 외래어가 많지 않은 히게단의 가사들은 심오한 뜻을 쉬운 말로 풀어낸 게 많다. 그러면서도 노래 주제를 완벽하게 관통하고 있어 가사의 뜻을 알고 나면 히게단이 전하는 메시지에 감동을 받곤 한다. 


마지막 신선함은 나중에 노래를 들었을 때, 정확한 해석은 못 해도 이 노래에 담긴 내용을 대충 알고 있을 때 느끼는 신선함이다. 멜로디에 집중했다가 문득 노래의 가사를 들었을 때, 아, 이 노래는 이런 내용이었지, 라며 가사를 떠올리면 가사의 감동이 짙게 느껴진다. 이렇게 총 세 번 신선함을 느끼고 나면 그때부터 그 노래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 히게단의 가을과 겨울에 대해 이어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그때까지 이 글에서 소개한 6곡의 노래들을 들어보고, 필자가 느꼈던 감동을 꼭 느껴보길 바란다. 

 

이 글을 읽어준 이들의 플레이리스트에 이 곡들 중 단 한 곡이라도 들어갈 수 있다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황시연_컬쳐리스트.jpg

 

 

[황시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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