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은 ‘나’에 대하여

글 입력 2023.03.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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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저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꿈이 많고 꿈이 크고 조금은 얼렁뚱땅하며, 또 조금은 무모한 삶을 살고 있는 어느 청년입니다. 나에 대해 장황하게 소개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데, 이렇게 저를 내보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떤 형식으로 저를 소개할까 하다가 저는 제가 좋아했던 혹은 좋아하는 동요와 동화를 키워드로 하여 저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어딘가로 숨어버린 동심을 찾는 아주 짧은 여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른들은_몰라요


 

 

 

저는 지금 성인이지만 거의 한 번도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왜, 어느 인터넷을 떠도는 유머 사진 중에 그런 게 있잖아요. “나는 성인인데도 집에 손님 오거나 누가 전화로 집에 어른 계시냐고 하면 없다고 한다.” 그거랑 조금은 비슷한 맥락이에요. 이상하게 아직 제가 어른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요.

 

우선 스스로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고요. 더불어 부족한 것도, 갈 길도,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주변 어른들은 제 마음을 하나도 몰라주더라고요. 아직 어린 나는 지금 더 무모하게도 살고 싶고, 때때로는 하루를 멍만 때리다 보내보기도 하고, 친구랑 햇빛을 보고 앉아 아무 말 안 하기 게임 따위를 하고 싶기도 하거든요.

 

어른들은 취업 준비 안 하는지, 자격증은 땄는지, 그래서 무슨 일 해서 뭐 해먹고 살 건지 등만 물어봐요. 오늘 기분이 어떤지, 지금은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등을 물어 주면 안 되는 걸까요? 어른들도 이 시기를 지나서 어른이 되었을 텐데, 이런 걸 모른다니…. 어떻게 보면 어른은 많이 잊어야 하는 인물들인지도 모르겠어요.

 

가끔 드라마나 어느 책을 보면 “어른들은 정말 바보 같아.” 따위의 말이 많이 등장하잖아요. 저는 어른이 바보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저 짐이 많아서 더 위를 바라보기 어려운 거겠죠. 어른이 되기 두려운 마음도 사실 거기에 있어요.

 

 

 

#여우와_신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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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를 아시나요? 어느 여우가 높은 가지에 달린 포도를 보며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먹기 위해 펄쩍펄쩍 뛰어요. 하지만 그 포도는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여우의 점프로는 포도에 닿을 수가 없었어요. 여우는 결국 포기하며 돌아가는데요. 그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저건 분명히 신 포도일 거야. 맛없는 포도인데 먹을 필요가 있나?’ 처음에는 포도를 보며 맛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먹을 수 없게 되자 자신의 생각을 바꾸어 버린 것이죠.

 

이 동화를 보면서 여우의 행동은 자기합리화라며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제 주변에는 많은데요. 이상하게 저는 이 동화가 어렸을 때부터 애착이 갔어요. 신 포도일 거라고 생각하며 돌아갔다…. 여우는 포도를 먹기 위해 애를 썼지만 먹지 못하게 되며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로 한 것이죠. 저는 여우가 자신을 살필 줄 아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동화를 다시 보면 첫째로 여우는 포도라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해요. 높이 뛰어서 닿지 않자 전보다 더 높이 뛰어 보죠. 그런데도 여전히 여우의 힘으로 포도를 먹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끝까지 노력해 보고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자 여우는 그제야 “저건 신 포도일 거야.”라며 돌아가요. 여우는 원인이나 잘못을 제 자신에게로 두고 있지 않아요.


저는 여우랑 다르게 제가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자책을 많이 해요. 나는 왜 이게 안 될까, 나는 왜 이럴까, 나만 왜 못할까 등으로 말이에요. 그리고는 ‘아, 나는 이런 사람인가 보다. 이게 나지.’라고 조금은 씁쓸한 위로를 해요. 이제 저와 여우의 차이를 아시겠나요? 저는 원인을 저에게 두고, 여우는 ‘포도’에 있어요. 비록 자기합리화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때때로는 지금의 내가 상처를 덜 받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신 포도'는 제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어떤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얼굴이 다 구겨질 정도로 실 수도, 꿈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달콤할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그 가능성을 위해 달려가며, 아직 열어 보지 않은 채 두는 것도 그 나름 설렘이 있지 않나요?

 

어찌되었든 지금의 저는 매일매일 새로운 포도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열심히 노력하지만 결국 신 포도가 되고 마는 것들이 이따금 찾아와요. 저도 언젠가는 그 일 자체를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에게는 신 포도가 있으신가요? 있다면 그 신 포도를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피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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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할 일이 많을 때면 가끔 듣는 동요예요. 이래저래 일이 많고, 그것을 다 참으며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큰 걱정 없이 자유롭게 노는 피노키오가 부러워서 들은 게 계기였는데요. 그런 피노키오를 보며 드는 마음, 부모님께도 내 마음을 피노키오가 대신 전해줬으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가사로 하고 있는 것이 그 나름의 또 다른 위로가 되더라고요. 하기 싫은 일, 하고 싶은 일, 그럼에도 해야 하는 일, 그리고 되고 싶은 모습들에 의연해지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비밀처럼 하나 말히면 가사에서는 엄마, 아빠 꿈 속에 나타나서 제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하는데, 저는 피노키오가 저의 상사분 꿈에 나타나 작은 악몽을 선물해주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저는 그렇게 제가 하려는 일에 대해 계속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여전히 하기 싫고 포기해버리고 싶은 일도 많은데요. 그럴 때 떠올리는 말이 하나 있어요.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이강인 선수가 한 말이에요.


  
“나중에 축구를 못 하게 되면 이런 상처도 안 날 거 아니에요. 지금 이런 거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해서 후회 없는 경기 하고 싶어요.”
 


아직은 어리고 미숙한 저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주는 한 가지 말인 것 같아요. 오늘의 저도, 내일의 저도 제가 가진 일들과 친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요.

 

보통 자기소개라 하면 내가 무슨 직무를 하고 있는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등을 적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조금 더 저다운 자기소개를 하고 싶었고, 그 끝에 이러한 글이 탄생하였습니다. 쓰면서 지금의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매주 올리기 시작한 오피니언과는 또 다른 특별함이 있네요.

 

덧붙여 이 글은 어디까지나 2023년 3월 정도의 저일 뿐입니다. 저는 앞으로 더 많이 변할 테니까요. 바로 내일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 언젠가 이 글처럼 저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은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글의 제목은 이랑 작가님의 도서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를 차용하였습니다.

 

 

 

에디터 명함.jpg

 

 

[박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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