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하루에 10분, 그림과 함께 하지 않을래요? - 하루 한 장, 인생 그림 [도서]

글 입력 2023.03.1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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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그거 어려운데...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미술은 필자와 무관한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술관에 조금씩 발을 들이고, 종종 그림을 찾아보는 사람이 되어도 생각은 유효하다. 역사적 배경 지식은 어느 정도 있지만, 어떤 기조와 작가의 생애를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미적 감각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미술 작품에 조금씩 관심을 가질 무렵, 가장 큰 계기는 다름 아닌 여행이었다. 여행지마다 꼭 가야하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있다고 하니, 안 가볼 수가 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지 않은가. 그래서 잘 알지 못하면서도 각 도시마다 유명한 미술관이 있다고 하면 방문해서 몇 시간씩 둘러보다 나왔다.

 

그렇게 미술 작품을 하나 둘 보기 시작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배경지식이 없어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분명하게 있다는 사실이다. 고전 작품을 볼 때는 경건한 마음이 들었고, 비교적 현대의 작품들은 같은 것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표현법에 눈길이 갔다. 메스컴에 자주 등장한 작가의 작품 앞에 설 때에는 조금 더 오래 바라보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지식을 총동원하며 나름대로의 감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술관은 여전히 친숙해지기 어려운 공간이고,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미술 얘기가 나오면 섣불리 입을 떼기 어렵다.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조금 더 공부를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것이 너무 많은 탓에 마음에 들일 여유가 충분치 않았다.

 

이랬던 필자가 마음을 달리 먹고 소개할 책을 읽게 된 것은 어렵지 않게 작품을 소개하고 사색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루 한 장, 인생 그림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필자가 생각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말하고자 한다.

 

"앉은 자리에서 다양한 시대와 작가, 그리고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 두께인 만큼, 국적이 다양한 작품과 작가 그리고 시대적 배경이 등장한다. 우리가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은 대체로 미술관과 전시회장일 것이다. 시간을 내서 공간이 있는 곳을 방문하여 둘러보는 건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인에게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정이다.

 

그런 면에서 책을 통해 작품을 접하는 일은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물 작품을 보지 못해 아쉬울 수 있지만, 앉은 자리에서 다채로운 작품과 작가를 만나는 일은 마치 '방구석 세계 여행'을 방불케 한다.

 

 

무언가와 친해지고 싶으면 가장 먼저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그 일에 '시간을 쓰는 것'이다.

(중략)

그림을 본다는 것은 결국 화가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나의 내면과 만나는 일이다.
결국 나는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미술 작품을 본다.

모든 미술은 개인과 사회를 담고 맥락과 담화를 형성한다.

 

- 프롤로그, p. 11

 

 

좋아하는 것에 쏟는 시간은 유의미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이런 것들을 차치해두게 된다.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일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이다.

 

책은 그 중요한 것들을 다시금 일러준다. 우리 삶에 예술이 끼치는 긍정적 영향과 더불어, 건설적인 쉼의 중요성을 말이다.

 

필자 역시도 한 편의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삶과 역사적 배경, 그리고 그 그림에 얽혀있는 사건을 아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 미술에게 쏟을 체력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미술을 멀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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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을 얼핏 보았을 때, 두껍고 무거운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때문에 지레 겁을 먹을수도 있겠다. 그러나 책을 슬쩍 훑고나면 그 생각이 바뀔 것이다. 그림을 소개하는 책인 만큼 글보다는 그림의 비중이 높고,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실려있어 무척 흥미롭게 읽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도 첫인상에 압도 당했으나, 이내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이번 책을 통해 처음 만난 화가를 중심으로, 뜻깊게 감상했던 그림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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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림 6
<팔꿈치를 괴고 있는 여인> | 피에르 보나르

 

내 그림 속 당신은 늘 젊고 아름다운 여인입니다.

내 기억 속 당신은 기적입니다.

나는 당신을 매일 사랑했습니다.

 

 

저자는 작가의 생애를 토대로, 그림에 얽혀있을 법한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풀어내었다. 아내를 향한 사랑이 느껴지는 문장과 그림을 살펴 볼 수 있다. 진정한 사랑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내를 향한 아름다운 사랑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낸 그림을 감상하며, 그간 잊고 지내왔던 애틋한 사랑의 형태를 떠올리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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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늠할 수조차 없는 사랑의 깊이가 물씬 느껴졌다. 저자의 각색으로 이루어진 글이라는 것을 알고 보았지만, 마치 작가 자신이 그림 뒷면에 새겨 놓은 이야기 같았다. 병약한 아내를 위해 뭐든 하고 싶었던 한 남자와 그림에서도 계속 사랑받고 있는 한 여인의 이야기. 이보다 더 로맨틱한 사랑이 어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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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림 16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 카스파르 프리드리히


내가 남겼던 뒷자리,

뒷모습은 과연 어땠을까.

 

 

대체로 인물화라고 하면 정면의 모습을 그리거나, 측면을 그리는 경우가 대다수였기에 뒷모습을 그려낸 그림에 저절로 흥미가 생겼다. 그림을 보자마자 느낀 인상은 세상 모든 것에 통달한 한 사내가 이전까지의 삶을 톺아보고, 또 앞으로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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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탄치 않은 삶을 산 작가가 그린 고요하고도 멋진 뒷모습이라. 그가 떠나올 때마다 잔상처럼 남았을 그의 뒷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이어서 생각한다. 떠날 때마다 남았을 필자의 뒷모습을.

 

필자 역시도 다른 이들과 비슷하게, 자신의 뒷모습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대체로 관계에서 등을 돌리는 쪽이 아니었을 뿐더러, 모든 것에 있어서 후회가 남지 않는 쪽을 선택해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자주 과거에 얽매여 있었음에도, 떠날 때의 모습을 스스로 그려보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게 느껴졌다.

 

앞으로 남기고 싶은 뒷모습을 생각해 본다. 원하는 삶을 시각화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하지 않는가. 순간과 사람을 뒤로한 채 걷는 자신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이 아닌, 마치 그림자와도 같은 모습에 대하여.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시작은 중요하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끝도 중요하다. 결국 그림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결과가 중요하다는 말이 아닌,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기억되는 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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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림 38

<들판의 작은 꽃> | 조지 클로젠

 

노란 점같이 앙증맞은 들꽃을 알아봐 준

소녀 덕분에 우리도 고개를 숙이고

깊숙이 작품 속으로 따라 들어가게 된다.

 

 

길가에 핀 들꽃은 들판 가운데에 자리한 화려하고 어여쁜 꽃들에 비하면, 태어날 때부터 주인공 자리는 감히 넘보지도 못하는 존재다. 많은 사람들은 들꽃이 갖는 수수함이 그것의 아름다움이라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다지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하기에 평생을 '조연'으로 살아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조연의 삶을 살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다만, 누군가 나의 장점을 알아봐주고 다가와 주기만을 기다리며 산다면 조금 슬퍼질 수는 있겠다.

 

그 앙증맞고, 한편으로는 보잘 것 없는 존재에게 눈길을 쏟는 사람이 있다. 바로 조지 클로젠의 그림 속 소녀다. 푸른 풀밭에 엎드려서 작은 꽃을 들여다 보는 모습이 아름답다.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갖고 예쁘게 볼 수 있는 그 마음이 그림 너머로 전해지는 듯 하다. 아래는 1913년 클로젠이 로열 아카데미 강좌에서 회화를 가르치며 제자들에게 남긴 말이다. 울림이 가득한 문장이라, 책에 쓰여있는 그대로를 전달한다.

 

그림 속 소녀가 들꽃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듯이, 나를 장미가 아니라고 아쉬워하는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내가 어떤 꽃인지 잘 알아봐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장미는 장미 나름의 매력이, 들꽃은 들꽃 나름의 매력이 있다. 들꽃으로 태어나 평생 장미만을 부러워하다 인생이 끝나버리면 얼마나 허무할까. 누군가를 향한 부러움이 부러움으로 끝나지 않고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으로 작동할 때 개인의 발전은 시작되는 법이다. (p. 428)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남을 부러워하게 된다. 그게 잘못 되었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매력과 강점을 찾아 동력 삼고, 또 그걸 알아봐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개인적으로 큰 감동을 받았다. 세상에 태어난 존재 중에 하찮은 것은 없다는 말을 들려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모두들 생명은 소중하고 또 아름답다 말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유효하지 않은 말일 수 있다. 조지 클로젠의 그림과 말은 그런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어깨를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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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림 48

<피아노를 치는 여인> | 조반니 볼디니

 

우리 삶도 에너지를 쏟을 곳과 아닐 곳을

스스로 알고 정하는 사람이 현명하듯,

누구든 강약을 자유롭게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고수가 될 수 있다.

 

 

피아노 앞에 앉은 사람의 모습을 꽤나 역동적으로 그려낸 그림이다. 색감과 붓터치에서 자유로움과 아름다움 그리고 비범함이 느껴진다. 볼디니는 19세기 말부터 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소위 유럽의 '좋은 시대'로 불리는 벨에코프 시대에 활동한 화가다.

 

그의 그림 속 여성은 화려하고, 품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독함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화려하고 역동적이었던 당시 시대상 이면에 자리한 어둠과 아픔을 캔버스 하나에 모두 담아낸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한 강약미가 잘 드러난 터치와 풍부한 색 조합을 지닌 그의 그림을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다양한 감정이 느껴진다. 사진보다 순간을 잘 포착할 수는 없겠지만, 인물의 감정선과 당시 사회의 분위기 그리고 셔터를 누르고 떼는 짧은 순간에는 결코 알 수없는 것들을 정성스레 담아낸 것이 느껴져서일까?

 

저자는 볼디니의 그림이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누구나 마음속에 나만의 좋은 시대인 '왕년'을 품고 살아가야지, 힘든 날 꺼내 보며 웃기도 한다고. 그러니 마음 속에 자신만의 벨에포크를 간직하며 살아가라고. (p. 521)

 

길지도, 그리 짧지도 않은 삶의 궤적을 따라 걸어본다. 나의 벨에포크는 언제였나, 아니 아직 오지 않은 것은 아닐까? '왕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반짝이던 그 순간이 언제나 가슴 한 켠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서 살아보자며 이윽고 다짐해 본다.

 

 

 

예술의 의미는 삶 속에서 커진다


 

저자인 아트메신저 이소영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여러분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작품을 감상하면서

스스로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살고 싶게 하는 작품을 만나길 소망한다."

 

 

하루의 끝을 미술과 함께 하는 삶은 생각해 본 적은 이제까지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문장 속에서 한 가지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이야기가 있는 작품과 함께 한다면 평온한 마무리가 될 것이라는 점을 말이다. 팍팍한 삶 속에 한 줄기 빛이자, 숨 쉴 틈을 주는 10분이라는 귀한 시간. 그림과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위로 받는다는 것. 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가.


 

그림은 스스로를 설명하며 다닐 수 없기에
내가 그림에서 찾은, 그림으로 위안받은 다양한 사유들을 이 책에 담았다.
결국 세상의 모든 해석은 그럴듯한 오독일지도 모르지만,
이 그럴듯한 오독이 우리를 그림과 친해지게 한다면
그 방법이 그림이 죽지 않고 영원히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프롤로그, p. 12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그 의미를 '그냥'이라는 단어로 대체하거나, 달리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해 말하지 못한다.

 

예술 작품을 따라 다니는 멋진 해석도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보기에는 저자의 말처럼 '그럴듯한 오독'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오독들이 우리에게 멋진 경험을 선사한다. 결국 이유를 생각해 내고, 해석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꽤 괜찮은 삶이어도, 결국 해석이 없다면 그저 그렇거나 별로인 삶이 되어버린다.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을 통해, 다양한 삶의 해석을 엿보며 잠시 내 삶에게 그럴싸한 이유들을 붙여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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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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