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전히 미지의 음악으로, 음악의 미지로. [음악]

색소폰 연주자 웨인 쇼터의 생전 마지막으로 발매한 앨범.
글 입력 2023.03.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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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즉흥 재즈 솔로 수상작 'Endangerd Species'가 수록된 Wayne Shorter - [Live at The Detroit Jazz Festival].

 

2017년 9월 디트로이트 재즈 페스티벌에서 웨인 쇼터는 퀄텟으로 무대를 꾸렸다. 치밀하게 짜인 음악적 구성이나 설계는 그의 내면에서 작용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 말은 즉 함께 하는 연주자들에게 먼저 제시되는 완고한 틀 같은 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럼 그의 음악은 어디로 가는가? 표면적으로는 해체에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 조금 더 다가가서 들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현대 재즈에서 그의 이름이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큰 틀에서 전위와 포스트밥, 신전통주의 등이 현재 재즈를 엮어 온 키워드라고 했을 때, 여기서 웨인 쇼터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 없으니 말이다.

 

부분과 전체를 아우르는 웨인 쇼터의 광활한 음악세계. 이를테면 이번 앨범의 전작인 2018년 앨범 [Emanon]에서 웨인 쇼터는 에마논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대서사를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그리고 그와 분리되는 동시에 결합하는 퀄텟 연주로 선보였다.

 

그 안에서 음악은 서사의 부분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고, 곡마다 개별적인 생명력을 가지기도 한다. 이번 라이브 앨범의 경우 위 앨범의 녹음(2016년) 이후 대략 1년 만에 이루어진 것인데, 연주자의 구성뿐만 아니라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다르게 느껴진다.

 

우선 즉흥적인 흐름을 끌고 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성향의 연주자들을 번뜩이는 방식으로 접촉시키는 드럼의 테리 린 캐링턴이 함께한다. 피아노에는 에스페란자 스팔딩과 오랜 기간 함께한, 클래식 기반에서 출발해 재즈 피아노 연주자로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레오 제노비스가 위치한다. 그는 과거 밴드 긱스의 드러머 이상민과 뉴욕에서 그룹으로 활동했으며 2014년도에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베이스 연주와 동시에 보컬을 소화하는 에스페란자 스팔딩에 대해서는 긴 얘기가 필요하지 않겠다.

 

이들은 제리 알렌을 기억하려고 한다. 제리 알렌은 재즈의 기본적인 형식과 제약을 여러 방식으로 고찰한 피아노 연주자였다. 경계를 넘어서고, 동시에 그 경계를 축으로 삼아 다양한 시도를 한 제리 알렌은 이 앨범이 연주된 디트로이트에서 나고 자랐다. 웨인 쇼터는 제리 알렌의 곡 ‘Drummer’s Song’을 연주한다.

 

원곡은 전자 드럼과 콩가, 우두 등 아프리카 악기를 혼합한 리듬이 반복되고 그 위에 관악이 덧대어진다. 반면 이번 디트로이트에서의 연주는 드럼 리듬은 아프리카 연주법을 따르면서 어쿠스틱 악기를 사용한다. 웨인 쇼터와 제노비스가 리프 사운드 위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테리 린 캐링턴이 이런 흐름을 잘 이끌고 중반부 이후에는 보다 리드미컬하게 바뀌면서 웨인 쇼터의 그루브를 이끌어낸다. ‘Midnight in Carlotta’s Hair’는 과거 북해 재즈 페스티벌에서의(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다) 연주에 비해 웨인 쇼터가 뒤로 물러나 있다. 그 대신 에스페란자 스팔딩이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고음으로 하나의 관악기처럼 곡을 끌고 간다.

 

색소폰 리드를 입에 문지 6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웨인 쇼터가 걷고 있는 길은 여전히 미지未知다. 설령 그의 목소리가 도통 익숙하지 않아도 그 낯섦은 우리가 따라갈 길이 여전히 많이 남았다는 얘기이기도 할 테니 이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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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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