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걸 미술 테라피라고 하던데요 : 그림이 나에게 말을 걸다 [도서]

글 입력 2023.02.1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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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기수로 늘어나는 콘텐츠의 가짓수를 보며 종종 생각한다. 자극적이고 복잡해지는 만큼 무얼 골라 봐야 할지 번잡하긴 하지만, 그 숫자만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난 것이기도 하다고.

 

심호흡을 빙자한 한숨을 숱하게 뱉게 되는 시기, 혹은 순간에 이르러서는 넋 놓고 소비할 무언가를 찾게 되기 마련. 이불속에 웅크린 채 나를 내맡기기 좋은 건 우습고 재밌는 시트콤이오, 버무리 된 감정과 생각을 풀어헤쳐 언어화해주는 건 책이었다.

 

여기에 하나 더. 표면적으로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기에 스스로 이야기를 지어야 하는 미술. 더 와닿게는 그림. 뭐, 지금 당장 특별나게 인생이 고달프거나 힘들진 않아도 누워서 꼼짝 못 하던 때는 겪어봤기에. 그때 내게 그림과 글이 어떤 힘을 주었는지 잘 알기에, 두 가지를 합친 책이 나왔다고 하니 읽어보지 않고선 배길 수가 없었다.

 

표지에 적힌 '그림의 위로'라는 단어와 트라우마 미술 치료에 숱하게 참여해 온 저자의 이력. 딱 두 가지를 보고 책을 신청했다.

 

표지에서 풍기는 아련하고 청아한 분위기가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다. '사랑'이라는 글자도. 하지만 사랑은 범주가 무진장 넓지 않은가. 나는 우정 또한 사랑과 다를 바 없는데 새 단어를 명명하여 경계를 굳건히 했노라 생각하는 데다가 나의 황금이(푸릇푸릇한 황금사철) 또한 인간 못지않게, 어쩌면 웬만한 인간들보다 사랑하기에. 게다가 저자가 관심 기울인 사회 문제들은 말 그대로 '사회' 전체를 포괄하는 이슈였으므로, 인간 여성과 인간 남성 사이의 사랑에 국한될 리 만무했다.


책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내용을 유추하기란 생각보다 쉽다. 그럼 취향에 맞을 만한 것들만 쏙쏙 골라서 읽어왔을까? 전혀. 책은 누군가의 말이므로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의 코드가 내용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른 창작물들도 그러하듯이. 이때 사람의 '감'이 꽤 도움 된다. 왠지 재밌을 것 같은 느낌. 왠지 나랑 결이 다를 것 같은 예감.

 

그런데 이 위대한 '느낌'을 무시하고 내가 원하는 대략적인 방향을 떠올리다 보면 꼭, 뜻밖의 결과물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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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중 일부

 

 

여기서 연인은 그녀/그로 명시된, 인간 여성과 인간 남성 사이의 특정 관계를 일컫는 표현이었고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책이 별로였다는 의미가 아니다. 예상 밖이라는 인상에 그쳤다. 어찌 보면 내 생각과 결이 다르리란 걸 예상했지만 그게 기우이길 바랐다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뭐가 됐든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다. 글과 그림은 그저 읽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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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한 줄기가 크게 넷이다. 줄기마다 그림 테라피 다섯 개를 P.S처럼 덧댔고, 작은 줄기임을 보여주는 듯 그림을 말하는 데에 페이지를 그다지 할애하지 않았다.

 

주를 이루는 부분들은 똑같은 구성을 취한다. 그림을 보여주고, 그림에 무엇이 있는지 묘사하고, 저자의 생각과 말을 덧붙이는 식으로 마음을 진단한다. 마치 저자를 찾아온 이들에게 미술치료를 하던 방식을 간소하게 정리한 뒤 한데 묶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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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이 미술 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에 건네던 말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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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측면에서 그림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고, 위처럼 일상적이고 친밀한 전개가 이어진다. 그림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들이 그린 것이라서 일정한 느낌을 준다. 뭐든지 반복이 중요하다지 않나.

 

예측할 수 있는, 어딘가 눈에 익는 그림체들과 이름들을 보며 오묘한 안정감이 깃들고 저자의 차분한 어조가 마음을 다독이는 듯했다. 연애와 이별에서 비롯된 괴로움에 빠진 이들에게는 저자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깊은 울림을 줄 것 같다.


실제 임상 상담을 오래 하신 분이라 그런지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고 대화를 끌어가는 느낌을 글에서도 받았다. 다음에 또 다른 미술 치료 관련 책을 내신다면, 그땐 '삶'이라고 하는 대주제나 '사랑'의 확장된 개념을 주제로 다뤄주셔도 좋겠다.

 

 

[박윤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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