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베토벤의 음악에는 그의 생애가 녹아 있다 - 클래식 디깅 클럽

글 입력 2023.02.1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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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이란 ‘발굴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최근에는 무언가를 깊게 파고드는 행위를 일컫기도 한다. 그렇다면음악가들은 베토벤의 어떤 음악과 삶을 디깅해 이번 무대를 꾸몄을까.


음악가들의 음악가로 여겨지는 베토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클래식과 그리 친하지 못한 나는 베토벤의삶을 깊게 공부해 본 적은 없었다. 유명한 만큼, 귀에 익숙한 음악을 감상하자는 취지로 공연을 보러 갔다.


연주가 시작되기에 앞서, 김문경 해설가가 무대 위로 올랐다. 그는 베토벤의 음악뿐만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자세히 이야기하며 관객들과 소통했다. 나는 베토벤에 대해 무지했지만 다행히 김문경 해설가의 유쾌한 설명과 센스로금세 귀를 쫑긋 세울 수 있었다. 그의 해설 덕분에 베토벤의 삶에 좀 더 가까이할 수 있었다. 베토벤이 곡을 쓰게 된계기, 그가 머물렀던 지역, 영감을 얻기 위해 매일 거닐었던 집 앞 거리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음악에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던가. 해설을 듣고 난 후 공연을 접하니, 단순하게만 들렸던 음악의 선율이 베토벤의언어와 감정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정한빈, 바이올리니스트 이유진, 비올리스트 이신규, 첼리스트 이경준이 총 4곡을선보이며 베토벤의 삶을 연주했다.


공연은 1부, 2부로 나뉘었고 1부의 시작은 피아니스트 정한빈의 ‘피아노 소나타 8번‘으로 막이 올랐다. 정한빈의손은 피아노 위에서 매끄럽게 오갔고, 그의 잔잔한 연주는 이내 관객들을 베토벤의 세계로 서서히 이끌었다.


해당 곡은 베토벤이 26세의 젊은 나이에 청력 손실을 자각했을 때 만들어졌다. 작곡가에게 청력을 잃는 것만큼무섭고 잔인한 일이 또 있을까. 그는 충격과 고뇌에 휩싸인 채 ‘피아노 소나타 8번’을 탄생시키게 된다.


정한빈은 베토벤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듯 온몸으로 연주했다. 연주는 듣는 것과 보는 것을 동시에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연주자의 찡그리는 미간, 은은한 미소, 건반을 누르기까지 뜸을 들이는 찰나의순간, 피아노에 닿을 듯 말 듯 기울이는 몸. 나는 그 모든 것에서 음률이 탄생하고 있다는 걸 두 눈으로 직접 보는중이었다.


다음으로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유진과 피아니스트 정한빈이 ‘바이올린 소나타 8번’ 1악장을 함께 연주했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 눈빛과 미소로 합을 맞추는 두 연주자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유진은 절제된 몸짓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번갈아 가며 연주했고, 피아니스트 정한빈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다채로운 표정은 연주에 풍미를 더했다.


해당 곡은 앞서 연주된 곡보다는 조금 더 밝은 분위기를 풍겼다. 베토벤은 유서를 작성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곡에 여유를 담아냈다. 산뜻한 연주가 이어졌지만, 곡을 썼을 당시 베토벤의 초연한마음이 전해져 오히려 숙연한 마음으로 곡을 감상했다.


1부에서는 베토벤의 삶이 담긴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면, 2부에서는 모차르트를 동경했던 베토벤의 애호가 전해졌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테마에 의한 7가지 변주곡‘을 시작으로 2부의 포문이 열렸다.


첼리스트 이경준의 산뜻한 연주에 피아노가 더해지며 아름다운 화합이 이뤄졌다. 2부의 마지막 곡은 베토벤 피아노 콰르텟 다 장조 3번으로, 네 명의 연주자가 환상적인 하모니를 만들었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에 비올라까지 더해져 보다 풍성한 앙상블을 느낄 수 있었다. 연주자들은 각각 개성을 뽐내면서도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호흡을 맞췄다. 가벼우면서도 맑은 소리, 중후하면서도 무거운 음, 연주자들의 몸짓과 표정,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졌다. 울림 있는 하모니가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공연장을 나오며 베토벤과 클래식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을 했다. 온몸으로 연주하는 연주자들 덕분에 나또한 온몸으로 예술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예술은 위대하다는 감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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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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