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좋은 에디터란 무엇인가?

좋은 에디터는 자기만의 '주관'이 있다
글 입력 2023.02.1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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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 주제를 처음 읽은 순간 불현듯 떠오르는 뭔가가 있어 이 주제로 글을 쓰겠다 다짐했는데, 막상 그 뭔가를 메모장 한 가운데에 치고 보니 뻗어나가는 가지가 몇 개 없었다.

 

세상에 이렇게 얄팍한 생각이었다니, 나는 이참에 ‘좋은 에디터’란 무엇인지 내 생각의 흐름을 정리하기로 했다.


'에디터' 범위는 광범위하다. 텍스트를 다루는 전통적인 편집자뿐만 아니라 영상, 사진, 콘텐츠 등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편집 대상이 있다.

 

좋은 에디터는 무엇일까? 우선 Editor 본래의 의미대로 잘 편집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편집하는 능력이 뛰어난 에디터가 좋은 에디터다. 주로 사용하는 재료가 어떤 것이든, 잘 자르고 붙여야 한다.


그렇다면 잘 편집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단순히 자르고, 이어붙이는 것만 할 줄 하면 되는 것일까?


인터뷰의 목적은 인터뷰이가 하는 생각을 아는 데 있다. 인터뷰어는 독자가 인터뷰이에게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대신 물어보며 그의 생각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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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원고가 너무 길면, 주어진 분량에 맞추기 위해 에디터는 원고의 내용을 편집한다.

 

단순히 '자르고 붙일 줄만 아는' 에디터가 중요한 내용을 모두 지우고 앞뒤 인사만 남긴다면, 인터뷰 기사는 본래의 목적을 잃은 글이 될 것이다. 에디터에게는 단순히 편집하는 방법만 아는 것뿐만 아니라 목적에 따라 '잘' 편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잘' 편집하려면 뭐가 좋은 건지 구분하고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누군가 회칼과 횟감을 나에게 쥐어줬다고 가정해보자. 나는 이게 회칼이라는 건 알지만 쓸 줄 모른다. 고로 제아무리 잘나가는 일식 요리사가 쓰던 회칼을 나에게 준다해도, 칼날의 날카로움에 감탄이나 할 것이다.


횟감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 생선이 어떤 종류인지 모른다. 어떻게 해야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맛있게 요리할 수 있을 지도 알 리가 없다. 그러니 응당 회를 뜨는게 맞는 횟감을 요리하기 귀찮다며 냅다 후라이팬에 구워버릴 수도 있다.

 

*

 

사실 뭐가 좋은지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주관적이다.

 

횟감은 '횟감'일뿐, 진리가 아니다. 횟감으로 통용되는 생선으로 반드시 회를 떠야 할 이유는 없다. 그저 내가 그러기로 '선택' 한 것이다. 어떤 게 더 좋거나 맞는 건지 '모든 걸' 알 수는 없다. 전 세계인 모두가 보편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뭐든 호불호는 갈린다.


그럼 이렇게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진리가 없는 세상에서 좋은 에디터란 무엇일까? 에디터를 '좋은 에디터'로 만드는 것은 '주관'이다.

 

좋은 에디터는 그만의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에디터십을 갈고닦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해요

 

편집 사고를 하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독립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에디터십을 갈고닦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해요. 대세에 휩쓸리지 않는, 자기만의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비로소 다른 사람의 의견도 적절히 받아들일 수 있고, 그 결과 혼자서는 힘든 규모의 결과물도 뽑아낼 수 있습니다.

 

사사키 노리히코

 

 

내가 앞서 나열한 꼬리질문을 역순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1. 좋은 에디터는 자기만의 '주관'이 있다.

2. 좋은 에디터는 '주관'을 근거로 옳고 그름을 따진다.

3. 좋은 에디터는 자기만의 '주관'을 근거로 옳고 그름을 따져 편집한다. 


단 몇 줄의 글이더라도, 에디터가 자기만의 확실한 주관을 근거로 편집했다면 독자는 그 글에서 그의 생각을 한 줌이라도 움켜쥐고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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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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