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든 선택과 사랑을 응원하는 인생 찬가, 뮤지컬 '이프덴' [공연]

‘완벽한’ 선택은 없고, ‘잘못된’ 선택도 없는 법
글 입력 2023.02.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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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뮤지컬 ‘이프덴’의

내용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남긴 유명한 이 문구는 태어남(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 무수한 선택(Choice)이 있음을 의미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난 날부터 죽는 날까지 원하든 원치 않든 사랑, 관계, 일 앞에서 수많은 선택을 내리며 살아간다.


우리는 선택의 기로 앞에 섰을 때, 우리의 선택이 후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상상하며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의 결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기 일쑤다. 이미 내린 결정은 다시 돌이킬 수 없기에 과거의 자신을 원망하며 선택에 대한 후회를 거듭하곤 한다.


뮤지컬 <이프덴>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역시 과거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를 가득 안은 채 새로운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 도시계획을 전공했던 여성 엘리자베스는 이혼 후, 30대 중반의 나이에 다시 중고 취업 준비생이 되어 12년 만에 뉴욕으로 돌아온 인물이다.


<이프덴>은 엘리자베스의 선택에 따라 나뉘는 두 평행세계의 삶을 교차해서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선택한 인생과, 과거에 선택하지 않아서 두고두고 후회했던 다른 길에 펼쳐진 인생의 모습을 동시에 비춘다. 


‘리즈’‘베스’의 서로 다른 삶을 통해 더 나은 선택이 있다고 보여주는 대신, 모든 선택은 실패나 성공이 아닌 그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단단히 지탱해 주는 하나의 디딤돌이라고 말한다. 과거의 선택에 대한 후회와 절망에 종종 휩싸이는 우리를 보듬으며 모든 선택과 삶은 가치 있다는 따뜻한 응원과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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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는 뉴욕에서 새로운 삶을 위해 발을 내딛는 첫날부터 선택의 갈림길 위에 놓이게 된다. 공원에서 함께 기타 연주를 감상하자고 말하는 이웃 ‘케이트’를 따라간 리즈의 삶과, 주거 환경 개선 시위에 참여하자고 제안하는 대학원 동창 ‘루카스’의 제안을 받아들인 베스의 삶이 동시에 펼쳐진다.


리즈와 베스의 삶은 다소 빠른 호흡으로 전환된다. 두 캐릭터의 삶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무대에 리즈가 나올 때는 밝은 앰버색 조명이 비치고 베스는 안경을 쓴 채 티파니 블루색 조명과 함께 등장한다. 복잡하게 얽힌 두 인물의 각각 다른 인간관계와 평행세계를 세련된 빛 연출을 통해 흥미롭게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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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의 삶은 ‘사랑과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공원에서 케이트와 기타 공연을 보던 중, 자신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군의관 ‘조쉬’를 만나지만 애써 외면한다. 그러나, 지하철과 소개팅 자리에서 운명처럼 조쉬와의 만남이 반복되자 결국 리즈는 그와 데이트를 하기로 결정하고 하룻밤을 보내기까지 한다.


충동적인 행동을 자책하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쉬를 밀어내는 리즈에게, 그는 진실한 사랑을 전하며 함께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서로를 책임지는 관계가 되자고 고백한다. 용기를 내서 조쉬를 선택한 리즈의 삶에는 예상치 못한 임신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수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서 올린 결혼식과 그와 함께 그려갈 미래에 대한 기대 덕분에 앞으로는 행복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리즈의 삶과 다르게, 베스는 사랑보다 ‘일과 커리어’가 중심이 되는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대학원 동창 ‘스티븐’은 그녀에게 뉴욕시의 도시계획 부서 부국장 자리를 제안한다. 뉴욕 도시 골목 곳곳을 자신의 손길로 계획하고 변화시켜 나가는 일에 꿈과 열망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베스는 뉴욕 도시계획 부서 총책임자의 자리에 있는 스티븐과 함께 새로운 재개발 사업을 시작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시위를 펼치는 시민단체 활동가 루카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스티븐과 루카스가 갈등하는 사이, 베스는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측과 시민단체 모두에게 보다 나은 계획을 생각해 내고 시의회에서 허가를 받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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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인생의 새 출발을 시작한 엘리자베스에게 너무나도 다른 두 삶이 펼쳐졌다. 리즈와 베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도 있었지만 각자가 사랑과 일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며, 엘리자베스의 바람처럼 두 평행세계의 삶 모두 앞으로는 꽤 수월하게 풀려나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두 아이와 함께 그려갈 리즈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곧 조쉬의 죽음이라는 비극이 찾아온다. 아프가니스탄으로 파병을 간 조쉬는 의료 시설을 공격한 적군에 의해 전사한다. 그녀는 군의관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파병을 갈 수밖에 없었던 조쉬를 원망하고 증오하면서도, 이혼으로 인해 생겼던 관계와 결혼에 대한 불안을 차치할 만큼 그를 사랑했기에 깊은 슬픔에 잠긴다.


베스에게도 원치 않던 일이 찾아온다. 루카스와 애매한 관계를 지속해오던 그녀는 순간적인 감정으로 그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루카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지만, 사랑에 실패하는 일을 반복하고 쌓아온 커리어를 모두 잃게 될까 봐 루카스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임신중절수술을 받게 된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루카스와의 관계가 어긋나게 되며 베스는 혼자가 된 것만 같은 공허함을 느낀다. 


선택으로 인한 환희와 절망을 모두 경험한 리즈와 베스는 비로소 혼자가 되는 법을 배운다. 인생에는 잘못된 선택과 완벽한 선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 따라 반복되는 고통과 행복에 익숙해지며 선택에 대한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고 남은 삶을 소중히 이어나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조쉬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 그리고 혼자가 된 외로움과 공허함에 잠긴 엘리자베스. 그러나 이내 용감하고 담담하게 자신을 다독이면서 선택에 책임지고 굳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임을 노래하게 된 그녀의 성장은 큰 울림을 준다.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는 잠시 접어둔 채, 이미 일어난 일은 담담히 받아들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져보라는 응원이 마음 깊이 와서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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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내리는 것도 우리의 몫이고, 선택에 따른 고통도 오롯이 우리의 몫이라는 사실이 어쩌면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선택 없는 인생은 없다. 어떤 선택을 하든 인생에는 고통과 환희가 모두 따를 것이고, 일어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뮤지컬 <이프덴>은 말한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선택과 삶이 가치 있다는 것뿐이라고.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자책하며 후회했던 경험도 결국에는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한 배움이자 힘이 되어준다. 우리가 내린, 또 앞으로 내리게 될 모든 선택은 틀린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소중한 인생의 일부가 되어줄 것이다. 


동시에, 때때로 선택에 대한 결과를 온전히 혼자 감당하는 것이 힘이 들 때는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을 떠올려보라는 위로를 건넨다. 리즈의 곁에 있는 루카스-‘데이빗’ 부부와 두 아이 그리고 항상 베스의 옆을 지키는 일에 대한 꿈과 케이트-‘앤’ 부부의 존재처럼,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우정, 꿈 등 주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형태의 사랑이 우리를 따뜻한 온기로 껴안아 줄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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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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