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꿈 같이 싱거운 이야기 - 판소리 쑛스토리: 모파상 篇

그렇지만 꼭 말하고 싶은 이야기.
글 입력 2023.02.06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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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정보


 

시놉시스

 

단편소설이 가진 간결함과 형식미가 판소리 '대목' 양식과 공통점을 갖는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중 첫 번째 작업.

 

프랑스 대표 작가 기 드 모파상의 1880년대 단편소설 「보석」, 「콧수염」, 「비곗덩어리」를 각기 다른 컨셉의 1인극으로 공연하고, 모파상이 던졌던 인간에 관한 질문이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한다.

 

출연진

 

각색, 연출, 작창, 음악감독

박인혜

 

공동 편곡, 연주

김성근

심미령

오초롱

정상화

 

 

 

이야기하는 연극


 

처음 극장에 들어가면 단촐하고 간단한 무대 구성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어느 작가가 소설을 쓰다 만 연습장을 북 찢어 놓은 배경과 그 앞엔 종이를 눕혀놓은 듯 네모나게 돌출된 무대가 있다. 어떻게 보면 마당극 할 때 소리꾼이 서 있는 흙바닥 같기도 하다.

 

'마당'의 바깥에는 한국 전통 악기가 놓여있다. 일반적으로 판소리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북이나 장구 정도의 간단한 악기 구성이 아니라, 타악기, 현악기, 관악기 등이 분야별로 나뉘어 무대의 네 귀퉁이에 잘 정돈되어 있다.

 

시간을 잠시 뒤로 당겨 연극의 마지막으로 가면, 무대 한구석에 책상이 놓여 있고 그 위에 놓인 노트 한 장에 조명이 비친다.

 

이러한 무대 구성과 판소리 쑛스토리 - 모파상 篇(이하 '판소리 쑛스토리')의 표어 문장 '이, 이, 이야기는 어젯밤 스친 꿈같은 그저 짧은 이야기'는 해당 연극에서 이야기가 강조됨을 표현하는 듯하다. 연극은 기본적으로 극본을 중심으로 배우나 소품, 무대 구성, 음악과 같은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요소를 통해 종합적인 감각을 제공하는 예술이지만, 해당 연극에서는 시각적인 요소는 아주 많지 않다.

 

 

 

판소리와 프랑스 고전의 결합


 

이는 판소리와 비슷하기도 하다. 판소리는 최소한의 구성요소로 무대를 꾸린다. 소리꾼과 고수로 구성되는 단출한 무대와 별다른 시각 효과 없이 소리꾼의 말과 고수의 추임새로만 이야기를 전달한다.

 

연극은 프랑스 문학가 기 드 모파상의 세 단편('보석', '콧수염', '비곗덩어리'를 판소리꾼의 이야기 형식으로 각색해 관객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판소리에서 관객의 비중이 상당히 차지하는 것처럼, '판소리 쑛스토리'에서도 관객의 참여를 요구한다.

 

작창을 담당한 박인혜 배우는 처음 등장하자마자 관객들에게 오늘의 분위기는 어떤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오늘 극을 시작하고 있는지, 관객의 기분은 어떤지 따위의 질문을 한다. 아무리 참여형 연극이라고 해도 처음에는 부끄러움을 느껴 선뜻 나서기 어렵기 마련인데 자연스럽게 관객의 참여를 요구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그러면서도 관객이 의무감을 느끼며 참여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는 두 번째 단편인 '콧수염'에서 두드러진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를 편지를 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잘 들어주시면 된다'라며 관객이 참여하거나 수용적으로 듣는 타이밍을 친절하게 제시해 준다.

 

 

 

'콧수염'과 적절한 완급 조절


 

박인혜 배우는 판소리꾼이나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와 같이 이야기를 탁월하게 전달한다. 이야기와 대사를 실감 나게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객이 이야기의 흐름에 빠져들어 지루해하지 않고 따라갈 수 있게 완급 조절을 하는 것까지 자연스럽다.

 

그런 완급 조절이 잘 이루어진 대목은 '콧수염'이었던 것 같다. 콧수염의 원작은 시작은 한 여인의 콧수염에 관한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은 전쟁의 쓸쓸함과 슬픔이라는 무거운 주제로 이어지는 편지 형식이다.

 

이런 원작의 형식을 잘 따르면서, 처음에는 여인의 산뜻하면서도 유쾌한 '콧수염 찬양'을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에는 전쟁의 희생양이 된 콧수염을 단 프랑스인에 관한 존경과 애도의 감정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편지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형식이 아니라 독백으로 이루어진 글 형식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청자가 집중력을 잃고 발화자의 의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판소리 쑛스토리'에서는 적절한 분량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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