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빵집에 대한 기억 [공간]

글 입력 2023.01.23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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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가던 글 모임에서 ‘빵집’이라는 글감을 받곤 잠시간 머리가 멍했다. 오랜만에 글감을 두고 글을 쓰려니 음절 하나 쉬이 쓰이지 않았다.

 

빵집. 빵집이라. 대체 무얼 써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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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레 빵집이라 하면 따듯하고 달달한, 혹은 속이 양념되어 다소 짭짤한, 아니면 특별한 맛은 없더라도 푹신하니 단 듯 목이 막히는 듯한 것을 구워내는 곳을 떠올리기 마련일진대, 나는 그저 빵을 하나 훔친 죄로 옥살이를 한 장 발장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교정 바로 앞에 빵 굽는 냄새가 솔솔 나는, 학교가 위치한 동네에 본점이 위치한 빵집이 하나 있었다. 초콜릿 파우더가 잔뜩 뿌려진 작은 조각 케이크과 블루베리 무스가 가득 발린 홀케이크가 유난히 눈에 띄는 가게였다.


다른 지점을 낼 정도로 맛이 훌륭했으나 위생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도는 곳이기도 했다. 사장 성격이, 그가 만들어내는 빵의 맛과 달리 좋지 못한 구석이 있어 그 지점에서 일하던 내 친구는 ‘엿 같아서 퇴근할 때마다 빵 하나씩 맨날 훔쳤었음 일할 때ㅋㅋㅋ’라며 일하던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서울의 장발장 아니냐며 깔깔댔던 우리는 얼굴 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고, 나는 이것이 내심 서운하나 굳이 낯으로 손으로 티를 내지는 않고 있다. 재미가 좋았던 한 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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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의 한철엔 전국 방방곡곡의 빵집을 의도치 않게 다녀왔다.

 

대구의 삼송빵집부터 전주의 풍년제과를 거쳐 군산의 이성당과 같은, 도시의 이름과 떨어지는 법을 알지 못하는 빵집들에 걸음을 했다. 먹는 것에 기다림을 아까워하는 나는 가게 주위에 복작거리는 기척이 조금만 보여도 뒤도는 편인데, 기묘하게도 그 유명세가 높은 제과점들에 대해서는 그런 적이 없었다.


사실 사람이 많아 기다렸어도 그 기다림을 같이 하는 이와의 대화가 좋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좋아하는 이와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고 하고, 나는 사랑했던 이와 나란히 서서 시간을 보냈으니. 그래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어쨌건 그 빵집들의 맛을 나는 다 안다고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만치 인기가 있는 이유가 가늠이 잘되지 않고, 그저 그 빵집을 물려받았을 자식들의 삶이 잠시간 궁금했을 뿐이다.

 

나와 빵을 나누어 먹은 그이는 나쓰메 소세키와 백석을 좋아하고 비를 맞는 것을 즐기는 이른바 낭만적인 사람인데, ‘역전 할머니 맥주’의 간판을 보며 할머니의 자식 손자들은 밥 굶은 적이 없겠지, 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과 있으니 내력이 긴 빵집들의 첫 주인은 물론 서너 번째 주인의 삶까지 잠시 궁금해지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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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함께 온갖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그이와 지난 백로 즈음에는 봉평에서 메밀꽃밭을 구경하고 국수를 먹기로 했었다.

 

그곳엔 유명한 빵집이 있다고 들은 적은 없으나, 휴게소에서 감자빵을 먹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창 내린 폭우로 메밀꽃밭이 망가졌다고 하여 봉평에 걸음 하지는 못했다. 그이와 나는 아쉬움에 입맛만 다셨다.


그래도 언젠가는 같이 또 다른 철을 맞이하며 우도의 땅콩꿀빵을 먹고 훗날엔 파리의 바게트집을 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낯부끄러운 상상을 해본다.

 

그때쯤이면 나도 ‘빵’이라 하면 폭신하고 따뜻한 류의 것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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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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