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도 한 번쯤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다

[미국 교환일기 - 1]
글 입력 2023.01.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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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교환학생에 대한 꿈을 꿔봤을 것이다. 외국인 친구들과 캠퍼스를 노닐며 공부하고 여행 다니는 일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교환학생을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문제였다. 유럽권은 대개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기 때문에 영어권 국가인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정도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나라였다. 하지만 해당 나라들은 아무리 학비를 한국 본교에 낸다 하더라도 기숙사비나 생활비 등이 비싸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대학교 1, 2학년을 보낸 뒤 군대에 갔고 코로나가 터지면서 외국에 대한 생각을 접게 되었다.

 

그러다 주변 지인들이 하나 둘 교환학생 가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 생활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다. 지금 가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쯤 나도 영화에서만 보던 미국 대학생활을 하고 싶어졌다. 무엇보다도 어중간한 영어 실력을 확실히 발전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전공하는 사회학을 미국에서는 어떻게 가르칠까 궁금했다.

 

그렇게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토플을 준비했다. 갑자기 준비한 시험이라 시간이 넉넉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미국 대학 요건을 맞출 수 있었다. 미국 교환학생을 지원해 합격했고 텍사스에 위치한 안젤로 주립대학교(ASU)로 가게 되었다. 비자 준비부터 상대교에 보낼 자료, 비행기 표 등을 구매하는 일까지 혼자서 갸우뚱거리며 준비해나갔다.

 

글쓰기가 취미인 사람으로서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과정을 글로 남기는 것 또한 유익한 정보가 되겠지만 네이버 블로그 등 다양한 매체에서 상세하고 알기 쉽게 정리한 정보가 많아 굳이 거기에 덧붙일 필요는 못 느꼈다. 따라서 반 년 동안 써 내려갈 이 교환일기는 미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느낀 개인적인 생각들이 중심이 될 것이다. 거기에 미국의 문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들이 잘 녹아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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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행



한국에서 텍사스 댈러스에 위치한 포트워스 국제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으로 아메리칸 항공을 탑승했다. 미국의 항공사는 한국의 항공사와 눈에 띄게 다른 점들이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등은 승무원들의 기내 멘트가 정형화되어 있다. 한 치의 오차도 내지 않고 규정에 맞는 대응, 멘트, 행동 등을 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젊고 아름다운 사람이 승무원의 기준이 된다.

 

하지만 아메리칸 항공의 경우 승무원들이 승객들과 자유롭고 편하게 대화했으며 나이와 외모가 기준이 되지 않았다. 대부분이 40대, 50대로 보였는데 이들의 전문성과 여유로움에 깜짝 놀랄 정도였다. 물론 한 항공사만으로 미국의 항공사는 이렇다며 보편화할 순 없지만 과거 델타 항공을 탔을 때도 비슷하게 느꼈던 점들이다.

 

다만 기내식이 별로였으며 각 좌석에 위치한 태블릿의 영화들에는 한국인들을 위한 자막이 따로 있지 않았다. 저가항공이라는 점을 감안해 기대 없이 탄다면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비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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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Angelo



대학교가 위치한 샌 안젤로(San Angelo)는 텍사스에 위치한 소도시다. 인구가 9만여 명이라고 하니 한국으로 따지면 강원도 속초 정도다. 하지만 할 건 속초보다 없다. 심심하면 월마트를 갈 정도로 뭐가 없다. 때문에 대개 학교 체육관에 가서 농구, 스쿼시, 탁구, 헬스, 클라이밍 등의 운동을 한다. 나의 경우엔 스쿼시에 재미가 들려서 룸메랑 자주 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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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의 종류는 다양하다. 당연하게도 더 비싼 금액을 주면 더 좋은 기숙사에 갈 수 있다. 하지만 기숙사에 그만한 돈을 쓰기 아까웠을뿐더러 대부분의 기숙사는 취사가 안되기 때문에 취사가 되는 Vaderventer라는 기숙사를 선택했다. 

 

4명이서 아파트 한 방을 쓰는 데 한 방에는 방 두 개와 거실, 주방, 화장실이 있다. 나는 오스틴 출신 룸메이트와 방을 같이 쓰고 있으며 옆방 한국인 교환학생 친구는 휴스턴 출신 룸메이트와 방을 쓰고 있다. 두 외국인 룸메이트 모두 플레이스테이션이 있다. 그래서 룸메와 심심할 때마다 게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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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 룸메는 굉장히 쿨하다. 이름은 Victor. 부모님이 나이지리아에서 이민 오셨다고 했다. 그래서 미국인이지만 정체성과 배경이 어느 정도 나이지리아에 있다. 굉장히 쿨해서 월마트를 가거나 영화 보러 갈 때 차를 많이 얻어탔다. 4학년 마지막 학기이며 21살인데 아직 연애를 못해봤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인 친구와 내가 같이 도와준다고 약속했다.

 

 

 

쿨 가이들



나도 미국 대학생처럼 보드를 타고 수업에 가고 싶어 월마트에서 보드를 샀다. 하지만 어린이 용을 산 건지 잘나가지 않았고 결국 거실에 두고 장식용품으로 쓰고 있다. 처음 보드를 사고 체육관에 보드를 타고 갔다 기숙사로 오는 길에 보드 연습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말을 걸었다. 이름은 Tony. 월마트에서 보드를 사면 안된다고 했다. 차라리 아마존이나 이베이에서 살 걸 후회했다. 처음으로 길에 있는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어 친구가 되었다. 스냅챗을 교환하고 다음에 보드같이 타자고 약속했다.

 

English Composition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앞 수업이 늦게 끝나 교실 앞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옆자리에 누군가 앉았다. 조금 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말을 걸었다. 여기서 집고 넘어갈 사실, 나는 내항인이다. 아무튼. 이름은 Max. 휴스턴 출신이다. Max도 굉장히 쿨하다. 비행기 조종학과에 재학 중이며 파일럿이 될 거라고 했다. 수업에서도 옆자리에 앉아 같이 수업을 듣는다. 만나면 같이 하는 바디싸인도 정했다. 그리고 조만간 같이 초밥 먹으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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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맥도날드, 버거킹 다 필요 없다. 칙필레가 최고다. 학교에도 칙필레가 있어 자주 간다. 주문하기 위해 줄에 서 있는데 학생증을 놓고 왔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앞사람한테 학번 입력해서 결제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 아마 안될 거라고 자기가 그냥 결제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부담스럽고 미안해서 괜찮다고 했는데 그냥 사준다고 했다. 그렇게 염치없이 9달러어치 음식을 얻어먹었다. 그 친구는 그러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굉장히 쿨하다.

 

 

 

자유로운 미국 문화



미국 사람들은 쿨함 그 자체다. 그리고 대개 친절하다. 어느 문화나 마찬가지겠지만 예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그냥 할 법한 행동도 Sorry라고 말한다. 항상 서로의 안부를 묻고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축복한다. 재채기를 하면 Bless you, 감사하다고 말하면 My Pleasure라며 도리어 감사 인사를 전한다.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고 아무에게 말을 걸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와썹, 하왈유두잉~왓츠유얼네임" 하면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다. 무엇보다 튀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는 한국과는 다르게 여기선 튄다는 개념이 사실상 무의미하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수평적인 문화다. 교환학생 오리엔테이션을 들을 당시 국제교류 부서에 있는 상사가 설명하는 중에도 다른 직원이 끼어들어서 말을 덧댄다. 혹은 옆에서 팔짱을 끼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다.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행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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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중학교 때 기억을 돌이켜 보면 나는 쓸데없는 질문을 많이 하는 학생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선생님이 말할 내용을 까먹으니까 수업 끝나고 질문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여기선 교수님과 소통하다시피 수업이 진행되며 발표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교수님의 생각을 물어보는 등의 행동이 자유롭다. 어떠한 질문이든 말이다. 또한 팔짱을 끼든 껌을 씹고 있든 다리를 꼬든 전혀 상관이 없다. 그래서 나도 미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제법 건방지게 팔짱을 끼거나 다리를 꼬며 수업을 듣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붉어지고 있는 MZ 세대의 사회성 논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 학교에 있다 보니 한국 학생들의 특징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은 질문도 하지 않고 의견도 내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은 영어실력 탓도 있겠지만 단어 하나만 말해도 되는 상황에도 마찬가지다. 나도 의견을 내려 노력하고 있지만 괜히 한국인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신경을 쓰게 된다. 

 

또 무리 지어 다닌다. 특히 여학생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특징이다.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한 캄보디아 친구가 한국 여학생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너무 무리 지어있어서 친해지기 어렵다고 했다.

 

 

 

환경파괴 STOP해 미국



안 좋은 점들도 분명 있다. 먼저 모든 것이 크고 대용량이다. 숟가락, 포크 등을 대용량으로 판매하고 쉽게 쓰고 버린다. 물도 대부분 사 먹는데 이로부터 초래되는 플라스틱 양도 어마어마하다. 또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음식물이든 플라스틱이든 유리든 다 쓰레기 봉지에 넣고 버린다. 한국에서 아무리 분리수거를 열심히 해도 미국의 소비량을 따라갈 수 없다. 조금은 허탈해진다.

 

대부분의 끼니를 햄버거, 피자, 치킨, 튀김 등으로 먹는데 짜다. 짜다 보니 탄산음료를 마신다. 다시 밥을 먹다 보면 또 짜서 탄산음료를 마신다. 악순환이다. 거의 모든 음식에 고기가 들어간다. 소고기가 환경파괴와 기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미국은 환경 후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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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염분, 탄산음료로 이루어진 식사를 계속하다 보면 왜 미국인의 비만율이 높은지 깨닫게 된다. 정상 체중의 사람들 보다 비만인 사람들을 더 쉽게 볼 수 있으며 상당수의 비만인들은 한국에서 말하는 비만 보다 훨씬 심각하다. 지구촌 어디선 먹을 곡식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이 흔하게 있는 반면 어디선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 과도하게 살이 찐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기이하고 불평등한 세상이다.

 

 

 

비싼 주거 비용



앞서 언급했지만 샌 안젤로는 텍사스에서도 시골에 위치한다. 주도인 오스틴과 3시간 30분 정도 걸리며 댈러스, 샌안토니오 등의 대도시를 가려 해도 비슷하다. 다시 말해 대도시권역이 아니다. 그럼에도 놀라웠던 건 집값이 비싸다는 사실이다.


멘션이나 빌라 같은 형태로 방 2개와 거실, 주방 등이 있는 집이 한 달에 약 1000달러다. 환율을 따지지 않고 100만 원으로 환산해도 월세가가 비싼 편이다. 한국에서는 도시권과 멀어질수록 집값이 떨어지는 반면 여기선 시골 또한 가격이 상당하다. 영화 노매드랜드처럼 노매드, 혹은 홈리스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생각된다.


 

[박도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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