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망한 결말'이 아니라고요 [드라마]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2022)
글 입력 2023.01.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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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1'과 '재벌집 막내아들'


 

<스물다섯 스물하나>(이후 '2521')는 2022년 상반기에 이미 종영된 드라마지만, 최근 <재벌집 막내아들>의 마지막화가 방영된 이후 '최악의 결말 드라마'로 회자되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후 '재벌집')의 결말이 시청자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시청자가 응원하던 인물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모든 게 다 꿈'이었다는 식의 마무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건 이 '재벌집'의 결말이 공개되고 나서 '2521'을 이야기하는 시청자들이 많아 SNS 실시간 검색어에까지 오를 정도였다는 것이다. '복수'라는 키워드와 '성장'이라는 키워드는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수의 시청자가 원할 만한 결말을 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배신감이 두 작품을 연달아 생각하게 만들었던 듯하다.

 

물론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원망만을 받은 드라마는 아니다. 각 채널별 가장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를 선정하는 '2022 드라마 화제성 어워드'에 따르면 '2521'은 <우리들의 블루스>, <슈룹>, <작은 아씨들>과 같은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tvN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작품이 되었다.

 

'2521'이 2022년도의 대표적인 '용두사미' 드라마로 꼽히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주인공인 나희도와 백이진이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에 비해 이별하게 되는 과정이 너무 허무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몇몇은 헤어짐 자체만으로 결말에 반감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극중 나희도의 딸의 이름은 김민채로, '아빠여야 할' 백이진의 성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아 결국 두 사람이 결혼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시청자들의 미움을 받은 드라마들


 

이렇듯 아쉬운 결말로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넘어 미움까지 산 작품들이 많이 있다. 내가 직접 매회를 보고 많은 시청자와 이야기하며 그 현장감(?)을 느꼈던 드라마로는 <응답하라 1988>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드라마를 그렇게 챙겨보지 않던 나는 그렇게나 많은 사람이 드라마 속 주인공의 남편이 누구인가에 열을 내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걸 알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당시 그 드라마 속 내 '최애 커플'은 주인공인 덕선이와 누군가가 아니라, 서브 커플에 가까운 선우와 보라 커플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성덕선과 누가 결혼하든 나는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열을 내는 '어남류 파'를 보며 살짝 우습게 봤던 것 같기도 하다.

 

시청자들이 화를 내는 결말을 가진 드라마에는 <지붕뚫고 하이킥>이나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와 같은 시트콤도 있다. 특히 <지붕뚫고 하이킥>의 '교통사고 결말'은 지금까지도 드라마의 결말과 관련된 주제의 대화에서 끊이지 않고 대표주자처럼 회자된다.

 

보통 이런 허무한 결말에 관해서 PD나 작가진은 '인생은 원래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으며, 항상 행복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는 '인생지사 새옹지마' 류의 해명을 많이 한다. 그러나 일반 16부작 드라마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주인공들에 대한 애정을 깊이 쌓는 시트콤이라는 장르 특성상 시청자는 허무한 결말에 더 큰 충격을 받는 듯하다.

 

허무한 결말과 관련해 이야기할 드라마가 또 한 편 있다. 바로 <파리의 연인>. 최근 '재벌집'의 결말이 <파리의 연인>의 '소설 엔딩'과 비슷해 다시 이 작품이 이야기되기도 했다. 검색을 통해 알게 된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 드라마의 결말은 사실 꽉 닫힌 해피엔딩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한기주와 강태영은 결혼한 것이 맞고, 마지막에 나오는 작가는 같은 배우가 연기한 다른 인물이라는 것이다. 복잡한 결말에 시청자가 기억하는 결말이 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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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도와 이진의 이별의 목적


 

희도와 이진의 이별에 화를 낸다는 점이 이상하다. 그건 앞서 이야기했지만, 미리 예견된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희도의 딸은 '백' 씨도 아니고 '나' 씨도 아니다. (간혹 조금이라도 이진과 희도의 결혼이라는 그림을 맞춰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여러 추측이 보였는데, 그 점이 너무 웃기고 안쓰러웠다) 작품의 중후반에서는 앵커가 된 백이진이 샌프란시스코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나희도에게 '결혼 축하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두 사람의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그 이유가 시청자가 각기 정말 애정하는 사람을 떠올렸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에서 흔히 말하는 '러브 라인'을 볼 때, 사람들은 각자 자기 경험을 대입해 생각하게 된다. 사랑은 사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 속 어떤 인연이든 나와 누군가를 대입해 생각해볼 여지가 어디든 있다.

 

게다가 청춘물이었다. 청춘이라는 키워드에 설레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있다고? 그렇다면 레트로라는 키워드가 있다. '2521'은 단순히 청춘이라는 키워드만 내세워 젊은 사람들의 치기 어린 사랑과 성장을 보여주기만 하지 않았다.

 

90년대의 힘들었던 순간들, 지나고 보니 이상하기도 했고 열심히 살았다 싶은 사회의 얼굴들, 그 시대 방송국 문화와 유행. 벌써 30년이 지난 세월을 지내온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기억하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희도와 이진의 이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과 찬란한 시간과 좋았던 날들은 다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걸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게나, 아니면 그것을 아직 겪지 못해 다는 이해할 수 없는 사람에게나 모두 벅찬 결말이긴 했다. 오죽하면 마지막 화가 두려워 못 보고 있다는 반응도 있을까.

 

 

 

왜 결혼일까?


 

'2521'의 결말과 관련된 반응을 보면 동의하면서도 의문이 드는 이상한 지점이 있다. 어쩐지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이 결혼이 아니어서 다들 화가 난 듯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희도와 이진은 현실적 상황과 맞지 않는 가치관으로 헤어졌지만,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온 마음을 다해 서로를 사랑했다는 점을 인지한 채 끝난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마지막화의 에필로그가 참 마음에 들고, 어떤 면에서는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라는 생각도 든다. 에필로그에서 백이진은 오랜만에 접속하는 회사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해 애를 먹는다. 결국 새로운 비밀번호를 발급받기로 하고, 이 과정에서 '첫사랑의 이름이 무엇이냐'는 본인확인 질문에 '나희도'라고 답변을 입력하며 끝난다.

 

이만하면 서로에게 확실한 사랑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보다 '결혼해서 평생 행복하게 함께 사는 것'에 관한 낭만이 여전히 만연한 것 같고, 그것이 마치 신탁과 같이 절대적인 힘으로 작용해 많은 사람을 묶어두는 것 같다. 하지만 사랑은 생각보다 현실의 조건을 다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고, 그렇기에 그 순간에 함께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희도와 이진의 사랑은 아름다웠고,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고 할 수 있다. 초점은 '이별'에 맞춰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잘 마무리된 이별'인 것이다. 보통 많은 커플이 희도와 이진이 터널 앞에서 이런저런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처럼 끝이 난다. 그렇지만 이진이 떠나는 날 희도와 이진은 극적으로 다시 만나 서로에게 응원의 이야기를 전하고, 만족스럽게 이별한다.

 

이 부분이 가장 드라마답고 판타지가 섞인 결말이고,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결말이라고 생각된다. 보통 헤어지는 순간에는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기 바빠서 서로 정작 해주고 싶은 말은 끝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련이 생기는 순간이다. 현실에서는 상대방의 다이어리를 우연히 전달받아 자세한 속마음을 알 수 없다. 이런 판타지를 보며 비웃으면서도 갈등이 해소된다는 생각에 편안히 결말을 맞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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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생각하면 성공


 

'용두사미 결말'로 여전히 화두에 오르는 드라마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것이 시청률이든, 화제가 되어 유행 현상을 만든 것이든, 배우가 주목을 받은 것이든, 엄청난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용두사미 결말은 어떻게 보면 성공의 반증이다.

 

그만큼 시청자가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보며 지켜봤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결말에 대한 여러 비판을 그냥 흐뭇하게 바라보려고 한다.

 

 

[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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