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는 만큼 그림이 보인다 -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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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 로댕 미술관.
평소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위에 언급한 미술관의 이름은 심심찮게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은 프랑스 여행을 하는 모든 여행객들의 필수코스로 꼽힐 정도다. 그렇지만 이렇게 방문한 사람들 중 미술관과 소장 작품을 온전히 관람하고 돌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루브르에는 '모나리자 집단'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루브르를 방문하는 25퍼센트가량의 방문객들이 그저 [모나리자]만 보고 밖으로 빠져 나가는 현상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아마 [모나리자]를 프랑스에 왔으면 한 번쯤은 보고 가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서 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루브르 박물관과 소장 미술품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것도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루에 다 돌아볼 수도 없을 정도의 큰 규모를 가진 미술관에서 알고 있는 정보가 [모나리자] 하나이기에 다른 작품을 둘러볼 이유를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우리에겐 미술관 길라잡이가 필요하다. 미술관을 더 잘 즐기고, 잘 누리고, 잘 관람할 수 있도록 도와줄 길라잡이가 말이다. 도서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술관에 대한 정보를 시작으로, 소장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친절히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 온전히 즐기기의 시작 : 미술관 알기
책은 소개된 미술관 4곳 중 아직 방문한 곳이 없는 필자조차 이해하기 쉽게 미술관의 역사와 특징을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루브르 박물관의 엄청냔 큐레이팅 능력을 알게 되었고, 방치되었던 기차역이 어떻게 파리의 주요 미술관 중 하나인 오르세 미술관으로 탈바꿈 되었는지, 그리고 로댕 미술관의 정원이 얼마나 큰 자랑거리인지를 알게 되었다.
언젠가 꼭 방문하고자 하는 미술관들의 정보를 미리 학습함으로써 미술관 작품 뿐만 아니라, 미술관 건물 자체를 어떻게 관람해야 될 지에 대한 계획도 세워지게 되었다.
아는 만큼 그림이 보인다
[그림을 감상하는 데는 명확한 해석과 답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화가가 '저는 이러저러한 생각과 감정을 그림에 담아보려 했습니다'라고 이야기하지 않는 한 누구나 자신만의 관점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p.57
작가의 말처럼 그림을 그림에는 명확한 해석과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림에 대해 아는 만큼 그림이 더 잘 보인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 대상이 현대미술이 아닌 고전미술이라면 더욱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신화 또는 역사적 사실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기 때문에 관련한 내용을 알고 있으면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을 더욱 깊게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한다.
루브르 미술관에는 신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가 있다.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그림 속 구도와 비례,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그림 속 이야기를 상상하며 감상할 수 있다. 오히려 배경지식이 없기에 작품의 스토리에 편중되지 않고 그림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림이 고대 로마 시대 프룰타르코스의 [영웅전]에 등장하는 호라티우스 삼 형제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과, 삼 형제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왜 우측의 여인들이 저리 슬프게 울고 있는지, 아들들을 내보내는 아버지의 표정이 얼마나 절망적인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다짐하는 형제들의 표정이 얼마나 결연한지 등 그림을 더욱 유심히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디테일한 감상을 통해 다비드의 재능과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다시금 깨달으며, 그림의 가치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많은 양의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기는 힘들겠지만, 이야기의 일부만이라도 남아있다면 작품을 관람할 때 많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은 작품을 더욱 풍부히 감상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 믿는다. 책을 통해 언젠가는 꼭 실제로 만나 볼 작품들의 감상 포인트를 정리해 보기를 바란다.
나 스스로 정하는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한 발판
[좋은 작품은 남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정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 나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작품이 진정 좋은 작품이지요.] - 프롤로그 중
책에서는 다양한 작품이 소개되어 있다. 책을 정독한 독자라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면 나만의 작품 하나 쯤은 마음 속에 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책은 나 스스로 정하는 좋은 작품을 만나기 위한 발판이 되어 준다.
작품에 대한 세심한 설명을 통해 그림을 더 깊게 감상하게 해주고, 모두가 좋아하는 그림이 아닌 나만의 감상으로 나만의 좋아하는 그림을 만나게 해주는 길라잡이 같은 책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프랑스로 떠나기 전, 책과 함께 모두 미술관과 작품에 대한 지식 뿐만 아니라 마음 속 소중한 작품 하나씩을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히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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