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짧고 잔잔하면서도 여운은 길게 - 산울림 편지콘서트 ‘슈베르트, 겨울여행’ [공연]

글 입력 2022.12.2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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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이번 겨울은 춥게 느껴진다.

 

겨울이 사라진 건가 싶을 정도로 온화하던 날씨가 하루아침에 돌변하며 찾아온 추위라 그런지, 갑작스러운 찬 공기에 좀처럼 적응이 안 된다.


바뀐 날씨 때문에 두터운 겨울 옷들을 꺼내서 정리하랴, 연말답게 밀려드는 일정과 할 일들을 처리하랴 정신없던 겨울의 문턱에서, 나는 한 작곡가의 음악과 생애를 다루는 산울림의 편지콘서트를 관람하게 되었다.


산울림의 편지콘서트는 낭독과 라이브 연주, 즉 연극과 음악을 통해 한 예술가의 삶을 새롭게 조명하는 공연으로, 2013년부터 매년 겨울 진행되어 오고 있다.


모차르트,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그리고 작년의 드보르작 등 여러 예술가에 이어서, 올해 편지콘서트의 주인공이 된 이는 ‘가곡의 왕’이라 불리는 슈베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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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소극장 산울림에 처음 방문한 소감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이곳이 연극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작고 허름해 보이는 티켓박스와 배우의 숨소리까지 들릴 듯한 무대와 객석의 거리는 예스러운 소극장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던 반면, 건물 1층은 카페 운영과 전시 등으로 활용하는 점이 색달랐다.


공간 곳곳에는 산울림의 공연에 사용되었던 무대 가구가 배치되어 있었고,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굿즈도 판매되고 있었다.


그리고 카페 한켠에 마련된 이번 공연의 편지 이벤트 부스와 배우들의 사진이 담긴 작은 액자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공연의 잔잔한 시작점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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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부터 있던 편지 장식과 <편지콘서트>라는 제목과도 어울리게, 공연은 프란츠 슈베르트가 그의 형 페르디난트 슈베르트와 주고 받은 편지를 중심으로 진행 되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로 시작하여 배우들의 낭독과 연기, 그리고 성악가가 부르는 노래까지 다양한 종류의 장면이 ‘따로 또 같이’ 펼쳐졌다.


이는 음악가의 생애와 음악을 풍성하게 그려내는 데 굉장히 효과적인 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연기 장면의 감정을 더욱 극대화하고, 낭독은 음악에 이야기를 덧붙이며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기 때문이다.


괴테의 시 구절을 큰 소리의 대사로 외치다가 가곡 <마왕>의 연주로 전환되는 장면에서는 슈베르트가 작곡할 때의 몰입력을 느낄 수 있었고, 슈베르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외친 말을 통해서는 그가 베토벤을 얼마나 존경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장면이 끝난 후 연주되는 세레나데를 들으며, 홀로 겨울 여행을 떠나는 슈베르트의 뒷모습을 상상 속에서 그려보았다. 여행의 끝에는 그가 존경했던 베토벤과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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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예술가들 중 일부와 같이 명성을 추구하거나, 자기를 과시하는 성격이 전혀 아니었다.


그의 성격은 잔잔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가진 시와 닮았고,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그는 낭만주의 시인들과 시를 사랑했던 것 같다.


슈베르트에게 가곡이란 악보 위에 쓰는 시와도 같았기에, 가곡을 독립된 음악 장르로 끌어올린 그의 업적은 자신이 사랑하고 원하는 것을 위해 그가 보였던 열정의 증거이기도 하다.


짧고 잔잔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한 편의 시처럼 슈베르트는 깊은 울림을 주는 가곡들을 남긴 채 겨울 여행을 떠났다.

 

우리는 음악을 통해 그 발자취를 따라가볼 수 있을 것이다.

 

 

 

송진희 컬쳐리스트.jpg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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