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짧은 단어집: 아름다움 [문화 전반]

글 입력 2022.12.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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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라니. (쯧..) 낭만적인 소리.


학부 때, 잠을 자지 못하던 날들이 있었다. 정해진 시간의 잠을 자야만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내게 불면은 재앙과도 같았다. 이후에 잠을 자야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자 정상적인 수면을 취하게 되었지만 그 불면의 기간 동안에는 적잖이 험악했다. 특별한 대상 없는 저주와 신에 대한 원망! 왜 내게 잠을 주시지 않나이까?


어느 날도 뜬눈으로 밤을 새고 아침을 맞았다. 침대에서 구르던 대부분의 날들과 다르게 밖으로 나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아주 이른 아침, 학교를 산책했다.

 

기억 속에 그 날은 날씨가 무척이나 밝았다. 하늘은 푸르렀고 꽃이 피는 계절이었는지 꽃들이 이리저리 걸려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벅찬 햇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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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침대에서 내가 분노에 이를 갈 동안 세상 만물은 숙면을 취하고 이른 아침 햇빛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잠을 잘 잔듯 모든 것들이 반질반질하고 윤택했다. 그들의 아침은 햇빛의 샤워에 어둠을 녹이는 시간. 나는 그 세계의 이방인. 생경히 관찰하고 감탄했다. 이리도 아름답다니...

 

잠을 자지 못해 부루퉁하던 것이 가라앉고 짜증이 눈 녹듯 스멀스멀 사라졌다. 그리고 불평아닌 불평 하나가 터져 나왔다. "정말 불평을 할 수도 없군." 생각해보면 이 날은 처음으로 아름다운 것이 나에게 가진 의미를 마주하여 인식한 날이였다. 아름답다는 감각은 다른것들을 무력하게 한다.


한번은 수업에서 폭력*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신이며 법이며 많은 얘기가 오갔지만, 한마디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온정적) 사랑은 폭력인가? 가령, 벤야민 발터는 유대인의 신이 근본적으로 폭력적임을 지적한다. 그 신은 인간의 역사를 찢고 개입한다. 신은 그가 신이기 때문에 인간의 관행과 법을 파괴하고 새로운 규칙을 준다.

 

이것은 인간사회에 대한 신의 폭력. 법도 마찬가지. 법은 개인들의 인생을 추상화된 정보로 재단하여 이러쿵 저러쿵 저울질을 하고 정의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한다. 민주적으로 만든 법에 따라 집행된 폭력은 정당화된 폭력이므로 폭력이 아니게 된 것인가? 전쟁은? 아이의 동의 없이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는 부모는? 공동체는? 동의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된 것은?

 

*이 글에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폭력은 누군가에게 신체적인 위험 또는 해를 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이 때의 폭력은 신 혹은 구조 등이 '개입한다' 혹은 '강제한다'라는 의미에 가깝게 쓴다.

 

이야기는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다. 사랑, 폭력, 사랑, 폭력, 사랑...

 

선하고 사랑하는 신으로 상정된 유대인의 신은 '선하고' '사랑하는' 이유에서 벤야민이 말하는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고, 공동의 선과 정의를 위해 고안된 법 또한 '선하고' '정의로운' 이유에서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 아이러니.

 

나는 이 지점에서 왠지 이른 아침의 산책을 떠올리게 됐다. 사랑은 그 자체로 사랑이고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 폭력의 잘잘못을 따지기에는 어딘가 맥을 빠지게 하는 힘이 있다고. 그리고 그 힘은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 것은 잘못된것이요' 라고 외치는 목소리까지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힘들고 어려운 세상에 아이의 동의도 없이 아이를 낳는 것이 아이에 대한 폭력인가? 혹은 내가 어떠한 자의도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나 있다는 것 자체가 폭력인가? 글쎄.. 논리적으로는 그럴지도. 그런데  '빌어먹을' 사람의 심장은 아름다움에 사랑에 녹도록 설계되어 있어 있는듯, 비탄에 빠지는 만큼 경탄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경탄은 살아간다는 분노 그리고 좌절을 너무나도 쉽게 무너뜨린다.


아름다움은 어떤 의미에서 모순, 바꿀 수 없는 것 그 자체를 품어 안는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삶이 계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 아름다움은 낭만에 그치지 않는다.

 

 

[남영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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