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로 구별되지만 연결되어 있는 두 세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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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세계 시즌투에피원>은 티빙(TVING)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숏버스터>의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프로그램은 ‘메타버스’라는 주제를 두고 9개 팀에 단편영화 제작을 지원한다. <미지의세계 시즌투에피원>은 윤성호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평행세계’, 현실의 다른 형태
윤성호 감독은 평행세계라는 주제어를 현실과 구분되는 것으로서의 다른 시간계로 해석했다.
1965년의 우주항공기술이 발달해 극의 배경이 되는 1973년에는 8년의 시간차를 갖는 평행우주 간 소통과 이동, 교류가 가능해졌다는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른바 ‘현실’로 간주되는 세계는 ‘알파(버스)’이다. 이 세계를 기준으로 ‘평행세계’로 규정되는 것이 ‘베타;이다. 영상으로 구현된 베타버스는 근대화 초기를 짐작하게 한다. 요강을 사용하고, 전기를 아끼는 습관이 사회 전체에 통용되고, 그럼에도 수시로 정전된다.
반면 알파버스는 시간적 설정으로나 인물, 공간의 외양으로나 보다 미래적인, 발전된 상태를 전제한다.
각 세계들을 관철하는 인간적 문제
기술의 발전으로 전제되는 두 세계, 그리고 영화를 관람하는 현실세계와의 시간적 구분이 있는 반면에, 모든 세계를 관통하는 통시간·통세계적 문제가 영화의 주된 사건이다.
극은 ???세계 한 부부의 이혼조정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혼소송의 쟁점은 동일인물을 두고 평행세계 간 외도의 인정 여부이다.
이 때문에 두 세계 간에는 일종의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알파버스의 인물들은 갖가지 과학적 지식을 뒤섞어가며 소통한다. 알파버스의 인물들은 변호사, 코미디언 등 직업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코미디언 ‘견우’의 배우자 ‘미지’ 역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방귀’ 뀌는 것조차 극도로 조심하는, 잘 차려입은 교양인으로 표현된다.
반면 베타버스의 인물들은 보다 자연스럽고, 이성보다 본능에 가까운 행동을 한다. 베타버스의 ‘미지베타’는 알파버스의 ‘미지알파’와 정반대로 타인 앞에서 방귀를 뀌는 데 어려움이 없다.
‘미지알파’는 이 소식을 접하고 기겁을 하며 자신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한다. ‘미지알파’와 ‘미지베타’는 구분되는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어떤 연장선상에서 인식된다. ‘미지베타’의 행동에 대한 수치심을 ‘미지알파’는 느끼고, 부인한다.
우습게도 두 세계는 모두 20세기 배경으로, 두 세계는 백 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계에 있으면서 위계를 형성한다. 또한 두 시간계는 연속되는 세계로 충분히 여겨질 수 있다.
영화 중에는 현재가 ‘개인들의 변덕이 개입된 조금씩 다른 선택이 누적되며 파생된 결과’라는 언급이 있고, 알파버스의 기준에서 공감되지 않는 식의 ‘모히칸’ 머리모양이 유행하지만, 이것은 단지 그 세계가 달리 될 가능성보다는 과거와의 단절감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좋고 나쁨을 구분 짓는 기준
하지만 이조차 알파버스를 기준으로 삼는 가치기준이 적용된 결과이다.
급격한 근대화, 경제성장의 역사는 과거의 관습, 비이성적인 상태를 연관지어 비정상성으로 규정한다. 이는 현대에도 유효하다. 이 때문에 처음 영화를 관람했을 때에는 알파버스의 상황, 가치관에 조금 더 친숙함을 느꼈다. 그러나 재관람했을 때에 미지의 대사가 귀에 꽂혔다.
“하지만 애초에 저쪽 미지의 시간이 지난 8년간 멈춰있었던 것도 아니잖아. 웃기지 않아? 왜 당신을 만난 후에야 그 여자의 역사가 전진했다고 생각하는지.”
현재의 기준에서 현재의 가치관과 부합되지 않는 가치는 평가절하된다. 그럼에도 그 기준의 소위 객관성은 보증되지 않는다. 그 역시 특정 시간대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지의세계 시즌투에피원>은 시간과 평행우주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윤성호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가 실제로 제작되어서 ‘시즌투 에피소드원’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홍가흔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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