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로 구별되지만 연결되어 있는 두 세계 [영화]

<미지의세계 시즌투에피원> 속 평행세계
글 입력 2022.12.03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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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세계 시즌투에피원>은 티빙(TVING)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숏버스터>의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프로그램은 ‘메타버스’라는 주제를 두고 9개 팀에 단편영화 제작을 지원한다. <미지의세계 시즌투에피원>은 윤성호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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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세계’, 현실의 다른 형태



윤성호 감독은 평행세계라는 주제어를 현실과 구분되는 것으로서의 다른 시간계로 해석했다.

 

1965년의 우주항공기술이 발달해 극의 배경이 되는 1973년에는 8년의 시간차를 갖는 평행우주 간 소통과 이동, 교류가 가능해졌다는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른바 ‘현실’로 간주되는 세계는 ‘알파(버스)’이다. 이 세계를 기준으로 ‘평행세계’로 규정되는 것이 ‘베타;이다. 영상으로 구현된 베타버스는 근대화 초기를 짐작하게 한다. 요강을 사용하고, 전기를 아끼는 습관이 사회 전체에 통용되고, 그럼에도 수시로 정전된다.

 

반면 알파버스는 시간적 설정으로나 인물, 공간의 외양으로나 보다 미래적인, 발전된 상태를 전제한다.


 

 

각 세계들을 관철하는 인간적 문제


 

기술의 발전으로 전제되는 두 세계, 그리고 영화를 관람하는 현실세계와의 시간적 구분이 있는 반면에, 모든 세계를 관통하는 통시간·통세계적 문제가 영화의 주된 사건이다.

 

극은 ???세계 한 부부의 이혼조정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혼소송의 쟁점은 동일인물을 두고 평행세계 간 외도의 인정 여부이다.


이 때문에 두 세계 간에는 일종의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알파버스의 인물들은 갖가지 과학적 지식을 뒤섞어가며 소통한다. 알파버스의 인물들은 변호사, 코미디언 등 직업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코미디언 ‘견우’의 배우자 ‘미지’ 역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방귀’ 뀌는 것조차 극도로 조심하는, 잘 차려입은 교양인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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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베타버스의 인물들은 보다 자연스럽고, 이성보다 본능에 가까운 행동을 한다. 베타버스의 ‘미지베타’는 알파버스의 ‘미지알파’와 정반대로 타인 앞에서 방귀를 뀌는 데 어려움이 없다.

 

‘미지알파’는 이 소식을 접하고 기겁을 하며 자신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한다. ‘미지알파’와 ‘미지베타’는 구분되는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어떤 연장선상에서 인식된다. ‘미지베타’의 행동에 대한 수치심을 ‘미지알파’는 느끼고, 부인한다.


우습게도 두 세계는 모두 20세기 배경으로, 두 세계는 백 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계에 있으면서 위계를 형성한다. 또한 두 시간계는 연속되는 세계로 충분히 여겨질 수 있다.

 

영화 중에는 현재가 ‘개인들의 변덕이 개입된 조금씩 다른 선택이 누적되며 파생된 결과’라는 언급이 있고, 알파버스의 기준에서 공감되지 않는 식의 ‘모히칸’ 머리모양이 유행하지만, 이것은 단지 그 세계가 달리 될 가능성보다는 과거와의 단절감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미지의세계 시즌투에피원_1.jpg

 

 

 

좋고 나쁨을 구분 짓는 기준


 

하지만 이조차 알파버스를 기준으로 삼는 가치기준이 적용된 결과이다.

 

급격한 근대화, 경제성장의 역사는 과거의 관습, 비이성적인 상태를 연관지어 비정상성으로 규정한다. 이는 현대에도 유효하다. 이 때문에 처음 영화를 관람했을 때에는 알파버스의 상황, 가치관에 조금 더 친숙함을 느꼈다. 그러나 재관람했을 때에 미지의 대사가 귀에 꽂혔다.

 

“하지만 애초에 저쪽 미지의 시간이 지난 8년간 멈춰있었던 것도 아니잖아. 웃기지 않아? 왜 당신을 만난 후에야 그 여자의 역사가 전진했다고 생각하는지.”

 

현재의 기준에서 현재의 가치관과 부합되지 않는 가치는 평가절하된다. 그럼에도 그 기준의 소위 객관성은 보증되지 않는다. 그 역시 특정 시간대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지의세계 시즌투에피원>은 시간과 평행우주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안에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윤성호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가 실제로 제작되어서 ‘시즌투 에피소드원’를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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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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