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청년이 보여주는 전통의 오늘 - 용혜정 공연기획자

글 입력 2022.11.25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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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축제 포스터.png


 

지난 11월 13일 제3회 <ㅊㅊ-하다 페스티벌>이 막을 내렸다. ‘청년이 청하다, 청춘이 채우다’라는 모토로 열리는 <ㅊㅊ-하다 페스티벌>은 전통공연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들이 무대에 선다. ‘이어-가다’, ‘넘어-서다’, ‘벗어-나다’로 구성된 무대에서 관객은 전통공연예술의 넓은 스펙트럼을 확인하고 각 장르의 미래를 이끌어갈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올해 3회째를 맞은 페스티벌은 무용, 기악, 성악으로 분야를 확장했다. 내년에 예정된 4회 페스티벌에서는 연희까지 추가해 더욱 풍성한 축제를 만들 예정이다.


어느덧 3회째를 맞고 분야도 세 가지로 확장되었지만 여기까지 이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공연기획사 자비로 시작한 제1회 페스티벌은 팬데믹 때문에 연기되었고, 분야를 확장하며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3년 동안 이 무대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린 사람이 많다. 더원아트코리아의 용혜정 공연기획자도 그중 한 명이다. 지난 11월 16일, 이번 축제의 총괄기획을 맡은 그를 만나 세 번째 축제를 무사히 마무리한 소감과 함께 공연 기획자의 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청년이 청년을 부르는 축제


 

용혜정3.jpg

  

 

“청년인 우리는 어떤 무대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제3회 <ㅊㅊ-하다 페스티벌>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축제를 시작하셔서 3회까지 왔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매번 쉽지 않았어요. 1회 때는 지원사업도 없이 회사 자비로 무용 분야만 진행했어요. 그것도 심지어 코로나 때문에 2020년 예정되어 있던 공연을 2021년 초에야 할 수 있었어요. 그때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아서 2회 때는 지원도 받고 분야도 확장해서 무용과 기악을 각각 이틀씩 공연했어요. 이번 3회째는 무용, 기악, 성악 세 장르를 좀 더 큰 극장에서 공연하게 되어 뿌듯합니다. 내년에는 연희까지 더해져서 더 발전한 모습이 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축제의 총괄 연출을 맡으셨는데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예술감독과는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합니다.


축제마다 업무 분담이 조금씩 다를 텐데, 저희의 경우 예술감독은 각 장르(무용, 기악, 성악)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를 선정하고 공연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일을 해요. 총괄연출은 전체 페스티벌에서 겉으로 보여지는 모든 부분을 담당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또 제가 하는 총괄연출 일에는 전반적인 기획 업무도 포함되어 있어요. 홍보 자료를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사회자 케어와 라운드 테이블 기획 등 다양한 곳에 관여합니다.

 

 

<ㅊㅊ-하다 페스티벌>은 청년 예술가가 펼치는 전통 기반의 공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왜 청년과 전통의 조합이었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일단 저희가 전통예술 기반의 기획사고, 직원들이 다 청년이에요. (웃음) 원로 예술가가 만든 좋은 공연을 볼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참 좋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청년인 우리는 어떤 무대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무대를 기획하는 우리도 청년이고,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도 청년이라면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ㅊㅊ-하다 페스티벌>이 만들어졌어요. 1회는 지원사업에 지원했다가 떨어졌지만, 아쉬운 마음에 자비로라도 해보기로 결심했죠. 다행히 2회부터는 지원사업에 선정이 되어서 제작비를 일부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청년이 청하다 청춘이 채우다’라는 모토가 <ㅊㅊ-하다 페스티벌>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모토는 어떻게 정하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처음 지원사업에 낼 때는 ‘청청 페스티벌’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뻔하잖아요. 회의에서 계속 고민하다가 ‘ㅊㅊ-하다 페스티벌’은 어떻냐는 의견이 나왔죠. 처음에는 무용만 했기 때문에 ‘ㅊㅊ’을 ‘춤추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분야를 확장하면서 지금의 ‘청년이 청하다, 청춘이 채우다’가 된 거예요. 저희도 청년이고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도 청년이니까 청년인 저희가 청하고, 또 그 청년 예술가가 무대를 채운다는 뜻입니다.

 

 

 

전통예술의 미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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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ㅊㅊ-하다 페스티벌> 무용 편

 


“사람들이 자주 보게 하려면
고루한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도록 저희가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해요.”
 


1회 페스티벌에서는 무용만 진행했는데요, 무용으로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 회사 내부에 무용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아트디렉터가 있었어요. 그래서 외부 지원 없이 저희가 자체적으로 페스티벌을 만들려 할 때 자연스레 무용이 그 시작점이 된 거죠. 그리고 초창기에는 무용 안에 연희가 포함되어 있었어요. 전통 무용 중에는 ‘북춤’이나 ‘오광대’처럼 연희와 밀접하게 닿아 있는 게 많거든요. 그런데 공연 관람 후 관객 피드백과 자문해주시는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희를 다른 장르로 분리해도 좋겠다는 의견이 계속 있더라고요. 그래서 분야를 나누고 확장하게 되었어요.

 

 

3회까지 오면서 공연 분야가 무용 한 가지에서 이제 기악과 성악까지 확장되었고 내년에는 연희까지 진행될 예정입니다. 분야를 확장하며 어려움은 없었나요?


참여하는 아티스트의 수가 늘어나니까 상황에 맞게 서로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어려워요. 무용하는 친구, 기악하는 친구, 소리하는 친구… 각 분야마다 아티스트의 특성이 굉장히 많이 다르거든요. 이 친구들과 다함께 페스티벌을 잘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어요. 또 한 가지 아쉬운 건 예산 문제예요. 아티스트에게 지원해주고 싶은 부분이 많은데 한정된 예산 때문에 못 하는 게 있으니까요. 어려운 점은 매번 새롭게 생기지만, 그래도 하나가 마무리될 때마다 느끼는 뿌듯함 덕에 계속할 수 있는 듯해요.

 

 

이번 페스티벌을 준비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다면 들어보고 싶습니다.


올해는 공연이 다 끝나고 진행된 라운드 테이블이 기억에 남아요. ‘라운드 테이블’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모든 공연자와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파티처럼 진행되었거든요. 그때 각 아티스트분들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들려주었는데,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생각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무대에 서는 것, 예술가로 살아가는 실존적인 문제에 대해서요. 저마다의 개성 있는 색을 느낄 수 있어서 감동도 받았어요. 이 친구들이 우리 전통 예술의 미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전통 공연은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문턱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 공연을 더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공연을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요?


저 역시 아직까지는 국악이 매니악한 장르라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국악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기는 어렵잖아요. 제 생각에는 우리가 국악을 너무 모르기 때문인 탓도 있는 듯해요. 예를 들면 산조가 뭔지는 알고 있어야 공연이 있다고 할 때 관심을 보일 테니까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악이 발전하려면 초중고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국악 교육이 기반이 되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너무 본질적인 문제니까 지금 할 수 있는 걸 생각해보면, 공연을 보기 전에 작품이나 악기에 대한 정보를 조금 알아보고 오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그것만으로도 공연을 보며 더 집중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또,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해요. 여러 번 봐야 비교가 되고 뭐가 좋고 덜 좋은지 알거든요. 클래식도 처음에는 다 똑같이 들리지만 여러 번 듣다 보면 구별이 되고 나름대로 취향이 생기잖아요.


물론 사람들이 자주 보게 하려면 고루한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도록 저희가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보고 싶을 만큼 흥미롭게, 예술이 더 돋보이도록 예쁘게 포장해야죠. 그게 저희 과제입니다. 아직 미숙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래서 많은 의견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쓴소리까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공연기획자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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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ㅊㅊ-하다 페스티벌> 기악 편

  


“작은 점을 어떻게 꽃피울 것인가 고민하는 게 기획자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국악을 전공하고 국악 공연자로 활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무대에 서는 입장이다가 이제는 뒤에서 무대를 만드는 입장이 되었는데, 공연기획자로 느끼는 보람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각각 나름대로 보람과 어려움이 있는데, 기획 쪽 일의 범위가 훨씬 더 넓고 더 여러 사람을 신경 써야 해요. 기획 일을 하면서 내가 그동안 서 왔던 무대 뒤에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다는 걸 깨달아요.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안 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 프로젝트가 끝나는데, 또 끝나면 너무 좋거든요. (웃음) 내가 이걸 만들었고 해냈다는 느낌. 정말 뿌듯하죠. 그래서 힘들었던 걸 잊어버리고 다음 프로젝트를 또 하게 돼요. 저번에 한 실수를 이번에는 보완한다는 마음으로 계속합니다. 

 

 

공연기획자로서 어떤 반응을 마주할 때 가장 기분이 좋은지도 궁금합니다.


일단은 객석이 다 찬 걸 보면 기분이 좋아요.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웃음) 그리고, 후기에서 단순히 공연이 좋았다는 내용보다 구체적인 피드백이 있을 때가 좋습니다. 관심이 있고, 이 공연을 주목하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그럼 뿌듯하죠. 또 출연진들에게 고맙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굉장히 기뻐요. 우리가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알아주는 거니까요. 공연기획자는 일이 많은 만큼 상처를 받을 통로가 다양해서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보람을 느낄 수 부분도 다양하다는 점이 좋습니다. 

 

 

아트인사이트 독자 중에는 공연기획자를 꿈꾸는 사람도 있을 듯한데, 공연기획자에게 중요한 능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나치게 자세히 보고 지나치게 많이 느끼는 것이요. 작은 점 하나를 어떻게 꽃피울 것인가 고민하는 게 기획자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작은 점’이란 지나치게 봐야 보이거든요. 똑똑하고 업무 처리 능력이 좋은 것도 큰 장점이죠. 하지만 기획자라면 좀 더 깊게 생각하고 들여다보면서 숨어 있는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을 현실에 어떻게 내보일지 고민하는 게 필요합니다.

 

 

좀 추상적인 질문이지만, 기획자님의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큰 꿈이 있다기보다 더 좋은 일이 내 앞에 올 수 있게끔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지금 내 일을 열심히 하면 그게 또 다른 일로 이어지고, 그런 식으로 하다 보면 지금은 가늠하지 못하지만 어딘가에 당도해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마치며, 다하지 못한 말이 있다면 지금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음… 저희 회사 홍보를 하고 싶어요. (웃음) 잘 모르는 채 대표님의 제안으로 이 일을 시작해서 5년 정도 되었어요. 대표님도, 저도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며 어렵게 여기까지 왔어요. 덕분에 지금은 규모도 커졌고 길도 많이 닦아 놓았거든요.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많고 아이디어도 많은 분은 저희 회사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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