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컬러 인 라이프: 프랑코 폰타나 展

글 입력 2022.11.1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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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 진행 중인 여러 전시들을 살펴보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전시회를 발견했다. 바로 마이아트뮤지엄에서 내년 3월 1일까지 진행 예정인 프랑코 폰타나 컬러인 라이프 전이었다.

 

그림이 아니고 정말 사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절묘한 사진이 다채로운 색감으로 가득 차 있어 그 포스터를 그냥 흘깃 보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전시서문을 찾아보지 않아도, 다른 작품을 보지 않아도 전시 포스터 속 작품 하나만으로도 왜 이번 전시의 제목이 컬러 인 라이프인지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을 만큼, 프랑코 폰타나의 작품은 강렬하게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프랑코 폰타나 전을 보러 가는 발걸음이 아주 가벼웠다. 이렇게 색깔만으로도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가라면, 프랑코 폰타나 전을 보고 나올 때에 분명 나는 기분 좋은 설렘을 가득 안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만큼이나, 이번에 열린 한국 최초 프랑코 폰타나 회고전은 일상의 매순간을 관심있게 살펴보아야겠다는 삶의 의지를 불어넣어주는, 활력이 넘치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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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2021


 



< 전시 소개 >


마이아트뮤지엄은 컬러 사진의 선구자인 이탈리아 사진작가 프랑코 폰타나의 한국 최초 회고전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를 2022년 9월 30일부터 2023년 3월 1일까지 개최한다. 프랑코 폰타나는 사진인지 회화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로 경이로운 추상적 색채 풍경으로 세계적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1960년대 초반에 흑백 사진의 관습을 벗어난 순수 예술 사진작가가 거의 없었을 때부터 컬러 필름을 받아들였고 사진의 투명도를 과소 노출하여 한 폭의 회화 작품을 연상시키는 작품을 만들었다. 기존 스타일과 관행으로부터의 단절은 전후 이탈리아 사진 역사에 중요한 변화를 일으키는 발단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폰타나가 60년대부터 지금까지 고찰하는 예술적 주제이자 그의 인생 철학이 담긴 삶의 풍경 122점을 선보인다. 자연, 도심, 인물, 도로가 피사체가 되어 [랜드스케이프], [어반스케이프], [휴먼스케이프], 그리고 [아스팔토] 라는 이름의 네 가지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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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PUGLIA 1978 GHT



마이아트뮤지엄은 이번 프랑코 폰타나 전의 시작으로 랜드스케이프 섹션을 배치해두었다. 프랑코 폰타나가 찍은 풍경 사진은 그야말로 그림같다. 분명 프랑코 폰타나도 내가 살고 있는, 똑같은 지구에 살고 있는데 그는 지구에 이런 풍경이 실제로 존재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비현실적인 것 같은 풍경을 아름다운 색감으로 담아냈다. 분명 사진이 맞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작품은 마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프랑코 폰타나는 학생들에게 사진에 대해 가르칠 때, 흰 종이 위에 검은 점을 찍어놓고 학생들에게 무엇이 보이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검은 점을 본다는 것을 지적했다. 프랑코 폰타나는 검은 점이 아니라 흰 여백에 집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렇게 비범한 사진들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보편타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지 않더라도 분명 존재하는 무언가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프랑코 폰타나가 28세에 이르러서야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바로 4년 뒤에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저력은 이미 실존하는 것을 어떻게 프레임 속에서 특별하게 재구성할 것인가를 파악하는 능력이 비범했기 때문이다. 예술을 시작하기에, 혹은 예술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걸 프랑코 폰타나가 자신의 삶으로 몸소 증명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늦게 시작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진심으로 좋아해야 하고, 또 그 분야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확고히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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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Houston 1985 BPSS



이어지는 어반스케이프에서, 프랑코 폰타나는 랜드스케이프에서와는 또 다른 의미로 그림 같은 사진들을 선보였다. 오색찬란한 색감, 절묘한 구도로 찍힌 세계 각지의 도심 속 모습들은 과연 이런 장소들이 정말 실존하는가 하는 의문을 자아내게 만들 만큼 놀라웠다. 프랑코 폰타나는 구도, 배치, 색감 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들을 남겼기 때문이다.


랜드스케이프에서 본 그림같은 풍경 사진들도 아름다웠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을 뺏긴 것은 바로 이 어반스케이프에서 본 작품들이었다. 프랑코 폰타나는 항상 내가 궁금해하던 바로 그 지점을 건드렸다. 바로 예술과 비예술 사이의 경계선을, 그의 작품은 매순간 상기시키게 만들었던 것이다. 분명히 나는 일상을 살고 있고, 프랑코 폰타나도 그 일상 속에 발을 딛고 서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일상의 한 장면에 그치던 무언가를, 프랑코 폰타나는 포착하여 비일상 같은 예술로 만들었다.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프랑코 폰타나와 관람객인 우리가 구별되는 것인가.


프랑코 폰타나는 일상 속 장면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에 있어서 매혹적인 부분, 대비되는 부분을 발견하고 이것을 프레임 속에서 재구성했다. 전체를 담아낼 수도 있지만 그는 자신이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에 집중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통해 평범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 일상도 사실은 매순간이 색채감 넘치고 아름다운 순간들임을 상기할 수 있다. 전시를 보면서 그것을 머리로 이해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당장에 휴대폰을 꺼내어 그의 작품을 프레임 속에 담으려는 순간, 나에게는 무엇에 집중하고 어떤 것을 버리면서 프레임 속에서 재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백지화되는 것이 매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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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CASABLANCA MAROCCO 1981



눈 앞에 보이는 것을 프레임 속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재구성하는 능력은 그야말로 감각의 영역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진을 많이 찍어보면서 그 경험을 쌓고 자신만의 프레임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진과는 거리가 먼 직업으로 살아오던 프랑코 폰타나가 이렇게 눈부신 사진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그 감각이 선천적으로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의 감각은 주어진 풍경과 건물의 모습을 벗어나 사람들이 담긴 사진들에서 더욱 빛났다.


사람을 그림자로만 담아내며 존재와 부재를 동시에 일깨우는 그의 작품들은 아주 흥미로웠다. 사진 속 대상 인물이 실존하는 것을 그림자로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작품 속에서 인물은 완전히 실존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프레임 속에는 완벽하게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림자를 통해 보는 것과 실존하는 대상을 보는 것의 차이를 일깨우는 프랑코 폰타나의 사진은 자연스럽게 플라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동굴의 비유에서 동굴 속에 사는 사람들이 동굴 속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그것이 진짜이고 실존인 것처럼 느끼는 것처럼, 프랑코 폰타나는 우리가 실존에 대해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이를 다시금 생각해보자는 화두를 던지는 것이었다.


또한 인물들을 담아내면서도 그 사람의 전체를 드러내지 않고 찍은 일련의 시리즈 역시 흥미로웠다. 전체를 드러내지 않고 부분만 전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전체를 능가할 만큼 충분하다는 것을 프랑코 폰타나는 휴먼스케이프 섹션에서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각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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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modena 2005 TYR



이탈리아에서 아스팔트를 써서 고속도로가 생기기 시작한 순간, 도로는 프랑코 폰타나에게 새로운 피사체가 되었다. 도로와 주변 풍경이 만나는 지점, 그리고 도로 위에 그려진 선과 면, 이를 구성하는 색깔들의 조합은 그에게 카메라를 들게 만들 영감의 원천이 되었던 것이다. 그가 아스팔트를 주제로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면, 일상이 작품이 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실감하게 된다. 당장에 마이아트뮤지엄으로 오기까지 관람객이 걸어오던 그 길에서도, 충분히 작품이 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상존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의 작품을 통해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프랑코 폰타나의 생의 감각은 강렬하다. 일상은 항상 존재하는 것 같지만 사실 매순간 흘러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영존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코 폰타나는 사진을 찍음으로써 그 시간을 소유하고 감각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 매순간을 예리하게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정리되지 않은 지저분한 환경으로 보일 모습 속에서도 예술성을 발견해내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물성화하는 프랑코 폰타나의 감각을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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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치여 살다보면, 온 세상이 잿빛으로만 보이는 순간이 있다. 타성에 젖은 내 삶도 반짝이는 것 없이 그저 길가의 돌멩이마냥 널브러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프랑코 폰타나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그 순간에도 항상 삶은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었다. 생의 감각을 찾고 유지하고, 그것을 부던히 갈고 닦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는 자신이 담아낸 수많은 프레임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컬러 인 라이프. 말 그대로 우리의 삶 가운데 존재하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 일상이 얼마나 찬란한지를 목도할 수 있는 전시였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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