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색상계의 알쓸신잡 - 컬러의 방

색에 관한 척척박사같은 책
글 입력 2022.11.0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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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수만 가지의 색과 마주친다.

 

아침에 일어나서 본 스마트폰 속 형형색색의 화면부터, 출근길 횡단보도 신호등의 삼색, 칙칙하고 거친 아스팔트의 회색, 그 위에 펼쳐진 푸르른 하늘색…

 

일상의 모든 것을 색과 함께 지내다 보면, 문득 궁금증이 샘솟는 순간들이 있다. ‘언제부터 빨강은 멈추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걸까?’ 빨강이라는 색채 자체가 인간에게 부정적인 사인을 주는 건지, 사회 문화적으로 부정적인 뜻을 갖게 된 사건이 있는 건지. 금지의 사인을 갖고 있으면서 어떻게 동시에 열정, 섹시함 등을 상징할 수 있는지.

 

색상이 갖는 의미를 추궁하다 보면 이처럼 꽤 재밌는 추리를 혼자 펼치게 된다.

 

<컬러의 방>은 이 색상 추리를 아주 자세하고 다양하게 집약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빨강, 노랑, 파랑, 주황, 보라, 초록, 분홍, 갈색, 검정, 회색, 하양. 총 11개의 컬러를 과학, 역사, 음악, 연예, 문화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파헤치는 서적이다.

 

색에 관해서만 얘기하는 책이라 하니, 뭔가 미술적으로 분석한 얘기가 가득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아는 에르메스, 애플과 같은 유명 브랜드에 얽힌 이야기부터,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와 같은 시대의 아이콘들 이야기까지 쉽고 재미있는 소재로 색상을 이해할 수 있다.

 

***

 

책 내용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발췌해보았다.

 

노란색 - 78 적도에서 떨어져 살수록, 그리고 비가 더 많이 내리는 곳에 살수록 노란색을 행복과 연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1년에 평균 3,451시간 동안 햇빛을 받는 이집트에서는 노란색을 기쁨과 동일시하는 사람이 6퍼센트 미만이었지만, 짧은 여름 동안 밤에 해가 뜨기도 하지만 겨울이 길고 어두운 핀란드에서는 거의 90퍼센트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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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 분홍색이 여자의 색이라는 관념은 우리 생각만큼 뿌리가 깊지 않다. …1918년 미국의 권위 있는 전문지 <언쇼>는 이렇게 조언한다. “분홍색은 단호하고 강한 색이니 남자아이에게 더 적합하고, 파란색은 보다 섬세하고 얌전하니 여자아이에게 더 잘 어울린다.” 그 후 10년 동안, 미국의 주요 백화점 필렌스, 베스트앤코, 할레스, 마샬 필드 모두 남자아이에게 분홍색을 입혀야 한다고 권고했다.

 

흰색 - 19세기부터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주로 남성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흰색 셔츠가 하나의 드레스 코드가 되었다. 1920년대에 이 코드가 매우 보편화되자 미국 소설가 업튼 싱클레어가 이들을 ‘화이트칼라 노동자’라고 부르면서 더러움을 감추기 위해 짙은 옷(주로 파란색 칼라가 달린 파란색 작업복)을 입는 몸 쓰는 노동자들과 구분 지었다. 1903년에 발명된, 표백제가 첨가된 가루비누 ‘퍼실’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구하는 건 힘들어도, ‘흰색보다 더 흰’ 칼라 셔츠를 입고 식탁에 하얗고 깨끗한 식탁보를 둘러 집에 찾아온 손님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건 가능하다.

 

빨간색 - 색을 둘러싼 잘못된 정보의 완벽한 사례가 더 있다. 바로 빨간 자동차에 대한 속설이다. 흔히들 빨간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공격성이 더 강하고 고속 딱지를 자주 받으며 사고를 많이 낸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편견 때문일까? 브라질에서는 빨간 차를 모는 것을 금지한다는 설이 인터넷상에서 사실인 양 떠돌아다닌다. 실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책을 읽고 새삼스럽게 가장 느낀 것은, 색깔도 하나의 중요한 언어라는 사실이다. 색이 표현하는 뜻과 말이 생각보다 수많은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었으며 강력한 힘도 갖고 있다는 것.

 

미술, 예술 관계자가 아니어도 우리는 모두 색을 통해 얘기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나 SNS,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요즘 시대에는, 사진, 이모지의 색깔 하나하나마저도 색을 통한 대화 중 하나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색에 대해 궁금해하고, 그 본질을 들여다보는 건 다채로운 삶을 꾸릴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컬러의 방>은 어떤 부분을 펼쳐도 바로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는 컬러 탐구서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방면의 잡다한 지식이 느는 것은 물론, 색깔에 대한 감각도 키울 수 있어 일석이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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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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