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작가의 <시크하다>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관찰 에세이로, 총 2일에 걸쳐 완독하였다. 마음 먹으면 하루만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어렵지 않은 내용과 프랑스, 유럽에 대한 호기심만 있다면 충분히 재밌게 읽을 작품이다.
실제 파리에 기거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학생이자 이방인의 시점에서 바라본 파리지앵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프랑스 사람들의 철학, 워라밸, 우정, 육아, 연애, 성공과 행복한 삶의 정의 등 나와 정반대의 정서를 가진 사람들의 마인드를 읽으니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문화에 대한 거부감보단 동경과 부러움의 감정이 먼저 앞서는 느낌이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대게 이러이러한 마인드를 갖고 살아가는데,
그 이유는 역사적으로 어떠하다.
라는 문장구조가 자주 등장하는데, 작가가 엄청난 역사 덕후이기에 그런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 사람들이 어떻게 하여 '~한 마인드와 ~한 삶의 방식'을 갖추게 되었는지 고증적이고 인과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식의 화법이 주를 이룬다. 작가가 소문난 역사 덕후라 그런지, 유럽 전반의 세계사 지식도 더해져 머릿속이 넓어지는 그 짜릿한 기분의 연속이었다. 배울점은 비슷한 사람보다 나와 반대인 사람으로부터 많이 도출된다고 생각하는 편이기에, 읽는 내내 유의미한 무엇가를 얻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인에 대해 공부해오며 개인적으로 동경해온 문화가 있다. 바로 삶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특유의 쿨함. nonchalant 문화이다. 이런 문화를 조승연 작가는 그의 유튜브와 책에서 직접적인 언급을 하여 농샬랑의 가치에 대해 논한다. 경쟁과 사소한 것에 목이 조이는 기분이 자주 든다면, 인생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싶은 모두가 알아야 할 가치이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챕터는 메멘토 모리였다. 삶은 죽음이라는 엔딩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작가는 이 챕터에서 파리야말로 거대한 메멘토 모리 그 자체라고 묘사한다. 개인적으로 이 챕터를 읽으며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메멘토 모리. 책에 엔딩이 있어야 아름답듯, 삶에도 죽음이 있어야 아름답다고 외치는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이다. '귀하다' 라는 단어는 '싸다', '천하다' 의 반대말이기도 하지만 '흔하다' 의 반대말이기도 하다. 만약 인생의 시간이 무한해진다면, 이 역시 흔해진다. 그래서 우리에겐 죽음이라는 엔딩이 필요하고, 그래서 삶은 아름답다. 그러니 어차피 죽음이라는 결말을 맞는 우리의 삶을,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야 한다. 삶이 아름답게 종결되는 방법은 숨을 거두는 것. 농샬랑과 더불어 프랑스인의 태도로부터 배울점이지 않을까?